제20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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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 편집부
  • 승인 2010.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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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작가 작품 600여점 참가해 관심 끌어
▲ 1부대상 / 한국화 / 박양수 / 모정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이용흥)은 ‘제20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입상자에 대한 시상식을 지난 24일 오후 2시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 제1전시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입상자 19명과 미술대전 입상자 95명에게 상장과 부상이 전달됐으며, 시상식과 함께 미술대전 서울전시회 개막식도 개최됐다.


 특히 미술대전 전시회에서는 금년 입상작 96점과 역대 대상 수상작 20점, 추천작가 작품 27점 등 모두 143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으며, 이밖에도 전시회와 함께 구족화가 등 장애작가들의 작품시연이 마련돼 전시회장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더했다. <황혜선 기자>


대상에 신성남씨 시 ‘아버지의 등뼈’, 미술상 대상에 박양수-김영철씨 수상

 제20회를 맞이한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은 약 600여점의 작품들이 접수되는 등 많은 장애인 작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먼저 제20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에는 총 423작품이 접수됐으며, 부문별 심사와 최종심사인 심사위원회 회의를 거쳐 총 19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상에는 시 부문 신성남(52, 시각장애) 씨의 ‘아버지의 등뼈’가 올랐다. 어린 시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작성했다는 이 작품은 ‘아버지의 등뼈’를 바퀴에 빗대어 형상화 시킨 수작(秀作)이며 시의 세 요소인 회화적, 논리적, 운율적 요소가 잘 내포돼 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문학상 최우수상에는 차강석(43, 뇌병변·언어장애) 씨의 ‘징검다리’와 홍양진(42, 지체장애) 씨의 수필 ‘팡돌’이 차지했으며, 운문부 우수상은 손성일(34, 뇌병변장애)씨의 동시 ‘봄을 넣었다’와 김문원(68, 시각장애)씨의 시 ‘산벚꽃’, 손흥국(73, 청각장애)씨의 시 ‘나는 작은 먼지 한 톨’이 수상했다. 산문부 우수상은 박점수(40, 지체장애)씨의 수필 ‘버리고 비우는 마음’, 우병채(25, 시각장애)씨의 단편소설 ‘우화’, 김은경(26, 청각장애)씨의 동화 ‘쇠북처럼 굳센 아이’가 수상했다.


 제20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은 1부(한국화, 서양화, 공예, 조각) 91작품, 2부(서예, 문인화, 전각, 서각) 73작품 등 총 164작품이 접수됐다.


 심사결과 1부에서는 박양수(50, 청각장애)씨의 한국화 작품 ‘모정’이 대상을 차지했다. 독수리의 지극한 모성애를 표현한 이 작품은 한국화의 정서와 풍취를 매우 잘 표현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2부에서는 김영철(48, 지체장애)씨의 서예작품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이 대상을 차지했다. 부분별 우수상에는 김철민(26, 청각장애)씨의 공예작품 ‘라오콘2010’과 고선환(51, 지체장애)씨의 서각작품 ‘즐거운 웃음’, 김대웅(27, 청각장애)씨의 서양화 작품 ‘눈물’이 차지했다.


 이번 문학상과 미술대전 수상작은 각각 모음집과 화집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수상자 인터뷰1)

“세상에 말을 걸고 다가가 이야기를 내려놓은 작품”
홍양진 /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자

 “어릴 적 고향 집 맞은편에 놓여 있던 팡돌은 모두에게 쉼을 주는 공간이었지만 장애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내게는 피하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특히 나를 걱정하는 할머니들의 웅얼거림은 더더욱 듣기 싫었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할머니들이 내게 건넸던 이야기들은 불편함이 아니라 아픔을 같이 나누고자 했던 것이었으며, 그것은 자신을 내어준 팡돌 같은 마음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홍양진(42, 지체장애)씨는 이 깨달음을 계기로 세상에 말을 걸고 다가가기 위해 숨기고 싶은 이야기 하나를 내려놓았는데, 그 의미로 쓰게 된 것이 바로 ‘팡돌’이라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활동하는 ‘글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원인 홍 씨는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고 했다. 현재 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대학공부를 통해 펜을 들게 되었고 세상과의 소통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 써내려간 작품 ‘팡돌’은 홍 씨가 세상에 먼저 손을 내미는 소통의 시작이 되었다.


 홍 씨는 향후 작품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소설 공부를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수상자 인터뷰2)

“어미독수리의 지극한 모성애를 표현”
박양수 /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1부 대상 수상자

 “자식에 대한 사랑을 무엇으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경이로운 자연의 섭리와 처절한 생존을 위해 입을 벌리는 새끼독수리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사냥을 하는 어미독수리의 지극한 모성애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박양수(50, 청각장애)씨는 우연한 기회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을 접하고 사진 속 어미 독수리의 지극한 모성애에 감동받아 ‘모정’이라는 작품을 그리게 됐다. 박 씨는 4살에 앓았던 홍역의 후유증으로 청각장애를 입게 되었다고 했다.


 박 씨는 현재 국전에 출품할 작품에 매진하고 있으며, 작품의 주 소재인 조류에 대한 공부와 한국화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할 예정이다.


 박 씨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저의 작품이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마음을 나누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 수장작)

팡돌
홍양진

 대문 앞에 주차할 때마다 신경 쓰이는 물건이 하나 있다.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이다. 지난여름부터 있더니만 찬바람이 부는 지금까지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다. 


 처음엔 누가 일부러 버렸는가 싶어 한쪽 구석으로 옮겨 놓았다. 한데 밖에서 돌아와 보면 의자가 몰래 걷기라도 하는지 제자리에 와 있었다. 갸우뚱거리는 의문을 품은 채 그 숨바꼭질은 며칠 간 계속 되었다. 그러다 불현듯 이 의자가 누군가의 쉬어가는 쉼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미쳤다. 중풍으로 쓰러져 매일 동네를 운동 삼아 도는 앞 집 할아버지, 아니면 대문 앞에서 자주 마주쳤던 등이 굽은 그 할머니는 아닐까.


 어릴 적 내가 살던 집 맞은편, 울타리 담이 배고픈 듯 들어간 그곳에 널찍하고 기다란 돌 두 개가 옆으로 나란히 놓여 있었다. 볕이 잘 모여들 뿐만 아니라 바람도 없는 곳이라 사람들의 드나듦이 잦았다. 아이를 보는 할머니, 등짐이 무거워 잠시 쉬어 가는 아줌마, 돌 위에 올라서서 배의 출항을 지켜보는 아저씨, 소꿉놀이하는 아이들……. 사람들은 그곳을 쉬어가는 돌이라는 뜻으로 ‘팡돌’이라 불렀다. 열린 사랑방이었다.


 저녁 무렵, 밭에서 돌아오는 아줌마 서넛이 모이면 그곳에서의 떠들썩한 수다는 지는 해와 함께 우리 집 창문 사이로 들어왔고, 귀를 쫑긋 세우며 저녁밥을 짓던 어머니는 가끔 언니에게 하던 일을 맡기고 이야기가 궁금해 밖으로 나갔다.


 동네 사람들이 저녁 밥상에 비어 있는 아이를 찾거나 잠이 오지 않아 슬렁슬렁 나가는 곳도 팡돌이었다.  


 이렇듯 팡돌은 모두에게 쉼을 주는 공간이었지만 어린 내게는 그리 편안한 존재가 아니었다. 동네의 하나뿐인 구멍가게가 바로 팡돌 옆에 있다는 게 그 이유이다.


 남들과 다르게 걷는다는 것 - 내가 장애를 인식한 것은 짓궂은 남자 아이들이 내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면서부터이다. 삐딱하게 걷는 모습을 흉내 내며 그게 바로 나란다. 착한 나라와 나쁜 나라만 존재하는 아이들 세계에서 또래들과 다르다는 것은 나쁜 나라였다. 내가 보기에도 나는 착한 나라가 아니었다. 부모님에게 이른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과 틀린 모습을 재미있어라 흉내 내는 아이들을 나는 묵묵히 바라보아야 했다.


 내가 알아버린 남들과 다름은 나를 소심함 속에 켜켜이 가둬 놓았다. 길을 가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오는 아이들의 모습만 보아도 가던 길을 멈추고 담벼락에 기대섰다. 아이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삐딱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니 돈이 생겨 구멍가게로 가기 위해 팡돌에 사람들이 있나 없나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집 담장 위로 어렵사리 고개를 빼곤 주위를 두리번댔다. 사람들이 없을 때에야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여럿이 모여 있으면 달콤한 사탕의 유혹을 뿌리칠 만큼 나를 보이는 게 싫었다.


 과자를 사들고 가게 문을 나섰는데 그 사이 어른들이 모여 있을 때가 있다. 내 걸음걸이 뒤로 나를 쳐다 볼 눈빛들. 만약 넘어졌을 때 허공에 뿌려질 탄식 소리들. 소심한 내게 그것은 늘 벅참으로 다가왔다. 그럴 때마다 벌렁대는 가슴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으며 돌아오는 길은 온몸에 옹이가 지는 듯 고통의 순례 길이었다.


 특히 할머니들이 쉬고 있을 때 그 앞을 지나치는 게 몹시 곤혹스러웠다. 쪼글쪼글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할머니들의 입가에서 새어나오는, 내게 가장 슬픈 곡조로 들리는 응얼대는 소리.

“아이고, 하늘도 무심하지. 어린 것이 불쌍해서, 가여워서…….” 집에 들어 갈 때까지 내 뒤통수를 따라오는 나를 향한 타령을 들어야 했다. 나는 투덜댔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를 누군가 엿가락처럼 길게 늘여 놓았다고.


 빨리 어른이 되어 고향을 떠나 동네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내 존재를 모르는 곳에서 마음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나를 꿈꿨다.


 나의 바람처럼 어른이 되었고 고향을 떠나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처럼 물질의 풍요시대에 살면서 무표정과 무관심으로 ‘내 것, 내 가족’에 갇혀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고 내 위주로 살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쉴 수 있는 공간들은 차들의 주차공간으로 내주어 나를 향한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가끔 길을 가다가 몇몇 분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지우려 했던 어릴 적 그 타령들이 그리워진다. 어디에선가 지팡이를 곁에 두고 오순도순 모여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어른이 되고 가슴이 팍팍해지다 보니 이제야 철이 든 걸까. 할머니들이 읊조린 나를 향한 관심은 불편함이 아니라 마음 한구석을 내어준 나눔이었다. 그분들의 가슴속엔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팡돌 하나씩 마련해 두고 있었던 게 아닐까.


 누군가의 시선도 따뜻한 맘으로 수용하면 장애도 나눌 수 있는 아픔이었다. 나는 여태껏 장애인이란 이유로 혼자 고집스럽게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살았다. 나를 보는 시선을 감당할 수 없어 내 안에 담을 높게 쌓기만 했다. 그게 운명처럼 주어진 장애인의 삶이라 생각했다. 마음의 장애도 앓고 있었다.


 이제는 따뜻한 시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 위해 나를 가뒀던 담들을 하나씩 허물어야겠다. 그리고 그 자리에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팡돌 하나 만들 테다.


 대문 앞의 의자를 옮기다 제자리에 둔다. 바람이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비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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