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문제 해결 새 패러다임, 재활공학보조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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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문제 해결 새 패러다임, 재활공학보조기술
  • 편집부
  • 승인 2010.09.27 00:00
  • 수정 2013-01-28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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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 국립재활원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

 내가 재활공학을 알게 된 것은 25년 전 사고로 사지마비의 중증장애를 입은 지 5년쯤 지났을 때 개인용 컴퓨터(PC)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였다. 한 손에 착용한 보조기에 막대기를 꼽고 키보드를 사용해야 하는 나는 ALT, CTR, SHIFT와 같은 보조키를 다른 한 손으로 누른 채 키를 눌러야 하는 조합키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한 손 만으로도 연속해서 조합키를 누르면 보조키가 눌러진 것으로 인식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외국에 개발되어 있어서 그것을 구해서 키보드를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운영체계가 DOS에서 윈도우(Windows)로 바뀌면서 다시 새로운 장벽이 생겼다. 새로운 운영체계인 윈도우에서는 키보드뿐 아니라 마우스를 사용해야 하는데 손가락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이 마우스를 잡아서 움직이고 버튼을 클릭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문제도 키보드의 숫자판을 마우스로 에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을 구해서 해결하였다. 현재는 이들 기능이 윈도우제어판의 ‘내게 필요한 옵션’ 중 ‘고정키’와 ‘마우스키’라는 기능으로 제공되고 있다. 그러다가 나같이 손이 불편한 사람이 마우스를 대체하여 쓸 수 있는 트랙볼이 나오면서, 이제 이 ‘트랙볼’은 ‘고정키’와 함께 내가 컴퓨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 재활공학/보조기술이 되었다.


 재활공학/보조기술은 24세의 젊은 나이에 전신마비라는 중증장애를 갖게 되어 인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한 청년에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하였다. 그 이후 나는 이 재활공학의 도움으로 나 같은 동료장애인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재활공학을 전파하는 ‘컴퓨터 및 재활공학 전도사’가 되었고 종국에는 이 재활공학을 제대로 배워서 한국의 장애동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고자 미국으로 가서 재활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박사후과정과 교수직을 거치며 많은 경험을 쌓은 후 한국의 국립재활원에 재활연구소가 개소되면서 불러주셔서 재활공학보조기술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재활공학은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이렇게 그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혁명과 같은 기술이다.


 미국의 최고 의학기관인 IOM(Institute of Medicine)에서는 1997년 미국의 장애문제 해결을 위한 보고서로 Enabling America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그 보고서에서는 일단 장애문제를 더 이상 의학적인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즉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인 문제에서 발생하기 보다는, 신체적 약점을 가진 개인의 다양한 요구를 사회가 제대로 수용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그 개인이 그 사회에 제대로 통합되지 못하고 어려움과 곤란을 겪고 있는 사회적인 상태를 장애라고 정의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정부에서 일부 재활보조기구들을 지원하면서 우리나라 장애인의 사회활동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동휠체어가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되면서 길거리에 다니는 장애인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분들이 그 동안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집에서 갇혀만 지냈던 것이다. 정보통신보조기기가 정보화진흥원과 장애인고용공단 등에서 지원되면서 장애인들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정보통신분야로 많이 진출하고 있으며 대학진학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재활공학/보조기술은 사회적 장애문제를 해결하고 장애인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주며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선진국에 비하여 그 사회적 물리적 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이 사회적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여 장애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 사회 자체가 장애를 만드는 사회인데 어떻게 선진국 사회가 될 수 있겠는가?


 Enabling America의 보고서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Enabling Korea를 위해서 우리는 재활공학/보조기술의 연구와 보급에 그 예산을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 그리하면 미국이 장애인의 천국이라 불리듯이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장애인의 천국이 되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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