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 소통되는 세상을 꿈꾸며
상태바
농아인 소통되는 세상을 꿈꾸며
  • 편집부
  • 승인 2010.09.13 00:00
  • 수정 2013-01-28 1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남규 / 인천광역시농아인협회장

 인간이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스스로의 불편과 어려움도 있겠지만 사회와 주변으로부터 받는 오해와 편견의 시선을 통한 상처감이 더 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장애란 자신에게 열등감이 들 수도 있고 감추고 싶은 일부분이기도 하기에 외부에 노출되는 것이 결코 유쾌하거나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의 인식은 확연히 변화되었고 이제는 배려와 이해, 수용이라는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를 서로가 실천해나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농아인들은 신체적 장애가 외부로 노출되어 말없이 인식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애의 유형이 아니다. 이로 인해 농아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생각은 장애가 아니거나 지극히 비장애인에 가깝다는 인식으로 다른 장애인들에게 천덕꾸러기처럼 여겨지거나 차별 속에서 이중적 차별을 겪게 되는 것이다.


 농아인들은 조용하고 묵묵하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서 건청인 못지않은 사회에 대한 메시지와 소통을 요구하고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세상에 대해 손과 눈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부탁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입과 귀로 소통해주길 요구하고 그러질 못하는 우리를 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다.


 농아인으로 세상과 더불어 살 때 참 만만하고 고만고만하게 여겨지는 기분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잣대가 아닌 농아인과 건청인의 잣대로 생각해줬음 한다.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통역사를 통해 3자에게 전달되지만 이미 감정과 사상이 결여된 언어는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채 세상에 공허하게 전달될 뿐이다.


 나의 모든 것이 내가 동의할지라도 이와 같이 전달된다는 것은 마치 대중 속에서 벌거벗은 채 영문도 모르고 서 있는 참혹함으로 여겨질 만큼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세상에 이미 나아갔고 같이 더불어 지내자 하지만 아직도 세상은 우리 농아인들에 대해 자신들도 인식하지 못한 채 거부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를 가졌다. 이 언어는 소통과 교류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며 세상의 소외와 장애인단체 간의 소외에서도 묵묵히 삶을 지속시키고 희열을 느끼게 하며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녕 우리가 세상에 바라는 건 좀 더 열린 마음과 배려 존중으로 우리를 대한다면 2만에 가까운 청각 언어 장애인들의 소통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인 수화통역센터가 6명 인원의 1개소로만 운영되는 어이없는 일들이 생기지 않을 것이고 너무나 많은 문제와 지원이 필요한 농아인 삶과 생활의 안정과 조정을 위해 복지관을 통한 서비스 제공 지원이 어린아이의 소리처럼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농아인들이 가진 장애는 당사자 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부모와 자녀 세대까지 이어지는 3대가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장애가 된다.


 의학적인 부분이라면 해결하기가 어렵다지만 사회가 이해하고 조금만 돌아봐준다면 충분히 자력으로 해결되는 것이 농아인 복지라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 듣지도 말하지도 글도 수화도 모르는 농아인들이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조용하지만 강하고 점잖지만 뜨거운 열의에 가득한 말들을 광대놀음으로 보지 말고 그 깊고 강한 울림의 소리를 세상이 지역사회가 인천시가 들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그래서 서로 소통할 수 있고 소통되는 사회에 우리가 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