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너희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줄게”_인천에 처음 문을 연 ‘피해장애아동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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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너희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줄게”_인천에 처음 문을 연 ‘피해장애아동쉼터’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4.02.23 09:00
  • 수정 2024-02-2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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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2019년 2282건, 2020년 2427건, 2021년 2789건, 2022년 2216건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84.2%의 아동이 자기 집에서 학대당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아동학대 피해 발견율도 0~17세 1천 명당 서울시는 3.1명, 경기도는 4.8명인데 반해 인천시는 6.4명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처럼 아동학대의 발생률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대피해 아동을 위한 전문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전체 229개 시군구 중 쉼터가 한 곳도 설치되지 않은 곳은 130곳에 달했다. 이러한 열악함은 장애아동일 때 더 심각하다. 비장애아동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세분화된 케어가 필요함에도 이들을 보호할 전문기관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인천시피해장애아동쉼터(이하 쉼터)’를 개소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인천시 장애아동 수는 2023년 5월 기준 5257명으로 전국 광역시 중 세 번째로 많다. 아동의 수에 비해 총 4명이라는 정원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시작이자 더 나아갈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 됐다는 점에서 쉼터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장애아동의 권리향상과 복지 저변 확대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인천시피해장애아동쉼터를 관심 있게 지켜보자._차미경 기자

신변처리부터 학습, 심리치료까지…

발달상태 따른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인천시피해장애아동쉼터는 피해 장애아동의 긴급분리 및 안전확보, 신체적·심리적인 치료를 통해 원가정으로의 복귀와 필요한 경우 지역사회 등으로의 연계와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피해 장애아동이 학대가 발생한 장소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새로운 거주공간에 정착하기까지 일시적으로 거주공간 및 치료, 양육서비스 등 필요한 지원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심신의 회복을 지원한다.

기존 인천피해장애인쉼터가 성인장애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쉼터였다면, 인천시피해장애아동쉼터는 입소대상이 18세 미만의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성인장애인과 장애아동은 지원받는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에 성인쉼터와는 별개로 피해 장애아동이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하다는 오랜 숙원을 실현시킨 것이다.

설립 목표에 맞게 쉼터에서는 정보수집과 상담, 사례회의, 퇴소 후 사후관리 등을 통해 입소 장애아동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쉼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인력을 최대한 확보했다. 시설장을 포함해 모두 12명이다. 조리사도 별도로 둬 생활지도원들이 아동 돌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남‧여 아동 공간을 분리해 운영하고, 성별 최대 정원은 4명씩이다. 쉼터는 우선, 일상생활 지원을 통해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아동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식생활지원 및 신변자립훈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두 번째로, 입소 시 의료기관과 연계해 건강검진 실시 및 개인별 심신 회복 서비스 제공 등 건강증진 및 심리상담 서비스가 진행된다.

또한, 문화체험활동 및 나들이, 독서, 그림 그리기, 놀이활동 등을 통해 학대로 인한 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다양한 정서함양 기회를 제공하는 등 문화여가 지원서비스도 제공된다.

이밖에도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원가정 복귀를 목표로 장애아동과 보호자 및 부모의 가족기능 강화 프로그램 및 가족치유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 화장실(사진 아래)에는 안전손잡이가 설치돼 있으며, 거실(사진 위)과 방 벽에도 신체장애가 있는 장애아동의 안전을 위해 보호가드 등을 설치해놨다.

 

쉼터 이용 최대 9개월간 가능

퇴소후 방문‧전화상담 등 사후관리

 

쉼터 이용 대상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3항에 따른 학대 등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만18세 미만의 장애아동,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에 의해 분리·인도 및 보호되는 만18세 미만의 장애아동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학대피해가 의심되면 시ㆍ도에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 피해장애아동쉼터 등 관련 기관 및 전문가와 통합사례회의를 거쳐 입소 여부 및 입소 대상 등이 결정되고, 이후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에서 입소 대상 장애아동에 대해 쉼터 입소의 필요성 및 적격 여부를 판단해 쉼터에 입소 의뢰한 뒤 입소가 확정된다.

쉼터의 이용 기간은 최대 9개월까지다. 이 기간 동안 위에 언급된 개별화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고, 최종적으로 원가정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쉼터의 정확한 위치와 쉼터 이용 아동의 사연 등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가해자와의 분리조치와 피해 장애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라는 것이 쉼터 측의 설명이다.

피해 장애아동의 안전과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특히 학대 행위자와 연락, 방문에 대해서 철저하게 금지되고 있다. 오직, 아동의 신변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쉼터의 기능이 피해 아동을 9개월간 보호하는 것에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쉼터는 보호종료 후에도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후관리 지원을 하고 있다. 먼저, 인천피해장애아동쉼터에 입소의뢰 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 관할자치구,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에서 아동이 퇴소하기 전부터 원가정 복귀 등 퇴소에 대한 준비를 돕는다. 또한, 보호 대상이 아동인 만큼 퇴소 후에는 원가정 복귀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아동들이 쉼터에 입소해 있는 동안 학대 행위자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전문기관에 의해 진행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도 쉼터의 몫이다.

이밖에도 의뢰기관에서도 퇴소 후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하지만, 피해장애아동쉼터에서도 퇴소 후 아동의 생활에 대해서 사후관리를 지원한다. 원가정을 직접 방문해서 아동의 상태를 살피는 것은 물론 주기적인 전화상담을 통해 아동의 안정적인 생활에 대한 부분을 확인하고, 학대 행위자와 소통을 통해 그들이 다시 아동을 학대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돕고 있다.

▲ 아이들의 북카페이자 학습공간. 이곳에서 아이들은 책도 읽고, 선생님들과 학습도 하며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
▲ 여자아이 방 침대 한쪽에는 인형이 소중하게 놓여 있다.

 

피해아동 일상회복과 행복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발굴‧지원 계획

 

올해 첫 문을 연 만큼 쉼터는 조금씩 더 발전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장애아동도 그렇겠지만 장애아동은 각각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다르고, 장애의 유형에 따라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가 다양한 만큼 지금 갖춰져 있는 서비스와 시스템을 기반으로 보완과정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또한, 쉼터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원가정 복귀를 위한 준비와 아동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들을 키워주며 아동들의 자존감 회복과 사회성 향상에 중점을 둔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비록 1개뿐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이 기다림 없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내에서 편안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쉼터의 수를 늘리는 것 또한 계획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인적, 물적 서비스보다 우선인 것은 피해 아동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라고 쉼터는 강조한다. 피해 아동들이 쉼터를 통해 몸은 물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존재로 생각할 수 있는 평안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엔 아동권리 선언에 따르면 “아동은 법률 그 밖의 것을 통해서 건전하게 키워질 권리를 지니고 인류는 어린이에 대해서 최선의 것을 줄 의무”가 있다. 모든 아동이 학대에서 보호 받아야 하지만, 학대 행위에 대한 보호가 미흡했다면 그 상처를 치유해주고 다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만은 가족, 이웃, 그리고 사회가 힘을 모아 도와야 할 것이다. 아동이라는 이름의 소중한 꽃들이 시들거나 꺾이지 않고 활짝 필 수 있도록 쉼터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길 응원한다.


[인터뷰]김윤경/인천시피해장애아동쉼터 센터장

 

“아이들이 원가정으로 복귀를 위해서는 온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현재 인천시피해장애아동쉼터(이하 센터)에는 남자아이 1명과 여자아이 1명이 입소해 있다. 어느덧 입소 한 달, 선생님들에게 마음을 열고 조금씩 아픔을 치유해가는 아이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며,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첫정이 무섭다고들 하시는데, 그 말이 정말인 것 같아요. 너무 예뻐요. 여기 계신 선생님들과 조리사님 모두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하루 차이로 입소한 아이들은 벌써 남매처럼 지내며 하루하루 지난 아픔을 조금씩 치유하는 중이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김 센터장은 이 시간 동안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원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얘기했다. “아이들이 학대를 받았다고 해도, 시설을 전전하는 것이 답은 아니에요. 결국은 안정적으로 오랜 시간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고, 그 공간은 부모님과 함께하는 가정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학대의 재발에 대한 걱정을 묻자, 김 센터장은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지만 꼭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도 강조했다. “이건 우리 센터만의 노력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어요. 이곳에 오기 전에 여러 시설과 센터에 몸담으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부모교육의 중요성이에요. 장애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의 부모님들 대부분은 고도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동반하고 계세요. 그리고 장애아이의 양육에 대해 서툴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이 학대와 방임이라는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먼저 센터에서는 부모님들의 고충을 덜어드리기 위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기본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신변처리라든가, 화가 나거나 할 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바르게 표현하는 방법 등을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원가정으로 복귀했을 때 가족들과 트러블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거죠. 우리 센터에서 이러한 노력을 한다면 나머지는 지자체와 사회가 함께 도와야 해요. 부모님께 알코올중독 등의 질병이 있다면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경로를 소개해 주고, 또 상담과 교육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장애아이를 바르게 양육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들이 함께 유기적으로 돌아가야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원가정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들이 다시 아이를 양육하겠다는 의지가 기본이 돼야겠죠.”

전국에서 네 번째, 인천에서는 첫 번째로 문을 연 곳인 만큼 김 센터장은 해내야 하는 일도, 또 이루고 싶은 목표도 확실했다. “피해장애아동쉼터가 전국적으로 많지 않다 보니 사례관리나 통계 등의 정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에요. 아이들이 퇴소 후의 삶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와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적다 보니 미흡한 점도 많고요. 올 한해 센터에 머무는 아이들을 시작으로 사례관리와 사후관리 모니터링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첫 번째 계획이에요. 이러한 데이터들이 쌓이면 보다 원가정 복귀라든지, 아이들의 치료, 발달에 체계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이후 인천시는 물론, 지자체와 교육청 등 관계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단지 임시 보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김 센터장은 개인적인 감정만 표현한다면 9개월 후가 벌써 걱정된다고 말했다. 저렇게 이쁘고 정이 많이 들었는데 아이들과의 이별을 생각하면 벌써 울컥한다는 것. 하지만, 그 이별이 꼭 필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이별이 행복한 이별이길, 그리고 다시는 센터에서 만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현재 센터에 있는 아이들 물론 센터에 머물게 되는 아이들과 직원들이 ‘이별’하는 날은 누구보다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날’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김윤경 센터장과 직원들은 오늘도 따뜻하게 아이들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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