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저의 채널이 누군가에 희망의 불씨가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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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저의 채널이 누군가에 희망의 불씨가 되길 바라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3.11.03 09:00
  • 수정 2023-11-07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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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김현정 재활연구소’ 개설한 김현정 소장

김현정 대표를 인터뷰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장애아이와 그 가족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 <해피링크>를 운영하는 대표의 모습이었다. 최중증장애아이의 부모이기도 한 그녀는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과 교류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달하면서 최중증장애아동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어려운 문제에도 불구하고 항상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두 번째 만났을 때 그녀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제거,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권리보장 증진을 위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식 강사’였으며, 그리고 오늘 만난 그녀는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재활 활동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김현정 재활연구소>의 소장으로 또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하루를 48시간, 아니 50시간으로 살면서도 자신이 지난 18년간 직접 배우고 공부한 노력과 경험, 정보가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하는, 기자가 아는 세상 제일 바쁜 사람인 ‘김현정’ 소장을 만나보자.

 

장애의 심한 정도와 중첩된 장애가 똑같은 아이는 세상에 한 명도 없기에 부모는 장애자녀의 정확한 양육정보에 대한 답을 어디에서도 듣기 힘들다. 그 답답함과 고통스러움은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는 이상 모를 일이다. 김현정 대표 역시 그 시기를 고스란히 겪었다. 누군가가 제시한 정보가 솔깃했지만, 서연이와는 상황이 조금씩 달랐고 서연이의 다른 점을 설명하고 그때의 적용방법을 물었지만 그에 대한 답은 얻지 못했다. 답답함만 중첩되는 기분이었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아니까

이제 막 장애를 만나 마음고생하는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강산이 두 번 변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2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딸 서연이가 장애를 가졌을 당시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9개월이 되던 해 갑자기 고열 증상을 보였어요. 급하게 응급실로 달려갔을 때 이미 원인불명의 뇌염이라는 판정과 함께 하루도 넘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의식을 잃은 아이가 17일 만에 다시 깨어났을 때는 청각 외에는 모든 기능을 잃은 상태였죠. 그때부터 저와 서연이의 병원 생활이 시작됐어요.”

세상에 모든 장애아이를 둔 부모가 그러하듯 김현정 소장도 처음에는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안 찾아가 본 병원이 없고 안 해본 시도가 없었다. 일명 ‘병원 쇼핑’의 단계를 김 소장 역시 거쳤다고 했다. 그런데도 병원에서 모두 포기했던 서연이.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포기해요? 제 아이인데요. 말도 안 되죠.” 그때부터 시작된 김 소장의 가정재활은 실명 판정을 받은 서연이의 시력을 돌아오게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과정을 인터넷 블로그에 ‘서연이의 투병일기’라는 이름으로 기록해 왔다.

“대학병원, 재활센터의 ‘대략 5분 남짓‘인 진료시간은 의사 선생님들이 서연이를 관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제가 영상으로 찍고 그것을 슬로우 모션으로 돌리면서 관찰하고 또 관찰했어요. 그렇게 보니 조금씩 변화가 보이더라고요. 그 자료를 재활치료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가정재활을 해 나가면서 서연이를 호전시키기 위해 선생님과 함께 노력했어요. 그렇게 찍은 영상이 840편이 넘었는데, ‘김현정 재활연구소’ 유튜브 채널은 그때부터 제가 쌓아온 저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많은 분에게 전달하는 통로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자신처럼 지푸라기 하나 잡는 심정으로 ‘병원 쇼핑’을 하면서도 답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장애가족들의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김현정 소장은 ‘장애는 영구적이지만 호전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후천적 장애를 막기 위한 예방부터

언어재활, 운동재활, 섭식재활 방법까지

이론에 경험을 더한 ‘찐 정보’

 

현재 채널에는 6편의 영상이 업로드 돼 있다. 1편부터 6편까지에는 고열과 그로 인한 경기(驚氣) 등으로 장애가 생길 수 있는 응급 상황과 그런 상황에서 장애를 막기 위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방송에서는 △중증뇌병변장애아동을 위한 가정 내 운동 재활 △중증발달장애아동의 사회성 훈련 △중증뇌병변발달장애아동의 언어재활 △중증자폐성장애아동의 화용 언어재활 △중증뇌병변장애아동의 섭식 지도와 요리방법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저는 경험자잖아요. 병원과 재활센터를 다니는 것뿐 아니라 이미 나와 있는 운동재활 관련 영상을 수천, 수만 개는 찾아봤을 거예요. 근데 그 어떤 영상에서도 우리 서연이처럼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위한 맞춤형 재활교육 영상은 없었어요. 또 시현 모델 역시 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닌 비장애인이었고요. 그렇다 보니 장애는 중첩된 장애유형이 모두 다른데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재활방법이 맞지 않아서 안타깝고 답답한 심경이 들 때가 많았어요. 어디에서도 방법을 찾지 못해 어두운 터널을 평생 동안 가야 하는 막막한 마음으로 힘들었어요.”

이를 위해 앞으로 공개될 영상에서는 실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재활 모델로 등장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모델은 아무래도 자신의 딸 서연이지 않겠냐고 호탕하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영상을 준비하면서 20년 전부터 써오던 일기장을 다시 꺼내 보면서 기억을 더듬는데, 서연이가 물을 넘기지 못했을 때, 설사를 며칠간 했을 때, 배에 가스가 차서 배가 산처럼 부풀었을 때, 고열로 응급실로 이동하던 순간, 순간의 기록이 다 남아있더라고요. 장애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될 일상 같은 순간들일 텐데, 이 콘텐츠를 통해 많은 부모님이 그 순간을 조금 편안하게 겪길 바랄 뿐이에요.”

김현정 소장은 준비하는 영상이 다만 자신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한 정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든 정보는 기본적인 의학 서적과 공인받은 논문, 그리고 실제 병원과 재활센터에서 만났던 좋은 의료진들에게 얻은 정보에 자신의 경험을 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약을 먹어라. 현대의료, 한의학 둘 중 어떤 게 낫다고 말하는 영상이 아니에요. 제가 겪었고 다른 장애아동의 부모님이 겪었을, 그리고 겪게 될 일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고 그랬을 때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정보를 공유하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재활은 병원 가서 30분에서 1시간 주 1~2회 하는 거로는 절대 효과를 낼 수가 없어요. 병원에서 받는 치료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가정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전달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돼요.”

▲ 김현정 재활연구소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kimhyunjung75

 

5분짜리 한편 찍는데 꼬박 열흘,

찍고 버리기만을 수십 번…

진정성 있는 영상 위해 최선 다해

 

김 소장은 장애인식 강사로 또 국제사이버대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영상을 수없이 촬영해 봤지만, 유튜브의 세계는 전혀 달라서 첫 영상을 공개하기까지 준비 기간만 9개월이 걸렸다고 이야기했다. “찍어 놓고 휴지통으로 넣어버린 영상만 어림잡아 20개가 넘을 거예요. 처음에는 영상을 찍고 났는데 영상 속 제 얼굴이 너무 우울한 거예요. 힘든 속에서도 희망을 놓치지 말자고 메시지를 전하려고 유튜브를 하는데, 제 얼굴을 보면 오히려 더 우울해질 것 같더라고요.(웃음)”

김현정 소장은 당장 줄넘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집에만 있는 날에도 수십 번 화장하고 지우며 뒤늦게 메이크업 공부도 했다고…. “남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 채널을 찾는 분들께는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고, 또 허황한 기대를 주지 않고 진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고요. 이러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요.”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영상 편집하는 작업도 정말 눈앞이 뱅글뱅글 돌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이미지를 찾기 위해 며칠을 꼬박 새워야 하는 것은 물론, 어울리는 음원을 찾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여전히 3~5분짜리 영상 하나를 완성하는 데 꼬박 열흘이 걸린다는 김 소장은 이 때문에 기존에 유지하고 있던 외부 강사 일도 몇 개 정리했을 정도로 이 작업에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서연이를 18년간 양육하면서 단 한 순간도 안 힘들었던 날은 없었지만, 저는 희망을 봤거든요.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염으로 청각 외에는 모든 기능을 잃은 상태였던 서연이에게 매일 마사지를 해주고 동공에 플래시를 껐다 켰다 하기를 반복한 지 정확히 7년 만에 병원에서도 ‘가능성 없으니 그만 검사하셔도 돼요’라던 시각이 돌아왔거든요. 물론 사물을 구분하고 하는 정도는 아니고 빚의 여부 정도를 인식하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정말 기적이 일어난 거잖아요. 전 그 기적을 믿어요. 그러므로 다른 부모님들께도 포기하지 마셔라, 계속 아이의 몸을 마사지해주고 움직여줘서 잔존능력을 키워주시라고 정말 간절히 말하고 싶어요. 분명 포기하지 않고 한다면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김현정 소장은 기자가 만난 그 어떤 사람보다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자,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부터 이번 만남까지 그녀는 항상 웃는 모습이었고, 항상 희망적이었다. 매주 수요일 업로드 될 그녀의 영상을 ‘구독’ 해보자. 다양한 정보는 물론 김현정 소장의 긍정 에너지까지 전달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불씨가 될 그녀의 새로운 도전을 다시 한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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