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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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는 언어다’
  • 편집부
  • 승인 2010.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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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청인들의 수화실력 마음껏 뽐내

<제15회 인천 사랑의 수화한마당>
 
 ‘수화는 언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건청인들이 지금까지 갈고 닦은 수화 실력을 뽐내며 수화를 통해 청각 언어 장애인의 삶을 이해해보는 화합과 축제의 장이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인천 사랑의 수화한마당’은 수화를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함께 참여해 장애인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청각언어장애인과 청각언어장애인의 언어인 수화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취재 = 이재상, 황혜선 기자>


‘수화는 언어다’
건청인들의 수화실력 마음껏 뽐내

 수화를 언어로 소통과 화합의 장인 제15회 인천 사랑의 수화한마당이 지난달 26일 인천시 구월동에 위치한 한국시티은행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인천광역시농아인협회 조남규 회장은 “수화는 청각언어장애인에게 있어 소통과 더불어 가르침과 배움의 중요한 의사도구이며 수단일 뿐만 아니라 농아인과 건청인의 교류에 있어 중요한 의사언어임”을 강조했다.


 인천지역 수화교육인구 저변확대와 지역 수화교육 활성화를 위해 열린 이날 수화한마당엔 수화를 사랑하는 건청인 13개 팀이 참가해 웅변, 노래, 동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수화로 표현했다.


 또한 수화로만 단어, 문장, 어원, 회화 등의 문제가 출제되는 경시부문엔 20여명이 참가해 평소 갈고 닦은 수화실력을 겨뤘다.


 영예의 경연부문 대상은 청각장애인인 엄마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수화를 배웠다는 인천봉화초등학교 6학년 전지화 양이 차지했다. 전 양은 수상소감을 통해 “앞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수화통역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화한마당의 참가자 대부분은 수화사랑 모임인 다솜누리봉사단 소속으로 알려졌다. 다솜누리봉사단 노복순 사무국장은 “5년 전 청각장애인들과 여름캠프를 같이 하며 소통의 어려움을 핸드폰 문자를 주고받음으로써 해결하는 것을 보며 수화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모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노 국장은 “또 다른 언어인 수화를 청소년 시절부터 배워 그 아이들이 사회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 소통의 장애란 벽은 낮아져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상 기자>

(인터뷰 1)
“예쁘게 키워주셔서 고마워요”
전지화 / 인천봉화초등학교 6학년

 “작년에는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면서 참가했는데 올해는 혼자 참가해봤어요. 무척 떨렸는데 무대 아래에서 엄마가 응원해줘서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전지화 학생은 부모님이 모두 농아인이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수화를 배웠다. 지화 학생은 올해 ‘인천 사랑의 수화한마당’에서 ‘수화! 도전해보세요’라는 주제로 수화를 함께 배워보자는 내용의 연설을 선보여 대상을 수상했다.


 “기역, 니은, 디귿부터 지화로 유치원 때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엄마에게 배워 친구들에게 가르쳐준 적도 있고요. 간단한 수화를 친구들에게 알려주면 흥미롭게 관심을 갖는 친구들도 있었죠.”


 지화 학생을 옆에서 대견스럽게 바라보는 엄마는 예쁘게 자라준 지화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렇게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준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다른 거 바라지 않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밝게 커줬으면 좋겠어요.”


 지화 학생에게 그동안 생활에서 불편한 점은 없었냐고 묻자 통역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화를 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께 죄송스럽다고.


 지화 학생의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 되는 것. 평소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다는 지화 학생은 꿈을 품게 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무대에 선 지화를 보고 있자니 너무 대견스러웠습니다. 예쁘게 커준 것도 감사한데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큰 상까지 받았으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내년에도 또 출전해서 듬직한 지화의 모습을 보고 싶어요.”


 지화 학생과 지화 학생 어머니는 가정사를 잘 알고 대본을 써주시고 그동안 사랑으로 지도해준 정택진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혜선 기자>
 


(인터뷰 2)
수화, 함께 배워요!
김경옥 / 인천시 남구

 “교회에서 수화로 찬양을 했어요. 이왕 하는 거 뜻을 알고 해야겠다 싶어 연수구자원봉사센터 손말사랑을 통해 수화를 배우게 됐어요. 수화를 배우고 나니 농아인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그들의 불편함도 보이기 시작했죠.”


 무용을 전공한 김경옥 씨는 평소 어려워 사랑한다는 말을 못 전한 아버지를 향한 마음을 가수 인순이의 ‘아버지’라는 곡으로 ‘인천 사랑의 수화한마당’ 무대에서 풀어냈다. 특히 경옥 씨의 남편이 깜짝 출연을 해 부부애를 과시하기도 한 무대였다. 


 “대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지난해 전국농아인수화예술제에서 무용을 곁들인 무대를 본 이후부터예요. 전라도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무대가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무용을 전공한 나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연습을 하던 중 평소 남 앞에 서기를 부담스러워하던 남편이 흔쾌히 무대에 서주겠다고 해서 큰 힘이 됐죠.”


 경옥 씨는 수화를 배운 후 농아인교회를 다니게 됐다. 농아인교회를 다니면서 평소 접하기 힘든 농아인들을 자주 만나고 손길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돕고 있다. 경옥 씨는 오히려 배우고 얻는 것이 더 많아 항상 마음이 즐겁다고.


 “청인과 농아인이 하는 수화는 차이가 있어요. 이번 대회에서는 최대한 농아인들이 보기 쉬운 수화를 구사하기 위해 정택진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죠. 대회가 끝나고 내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 찾는 중 얼굴에 감정표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농아인들은 청인들보다 얼굴 표정이 아주 많아요. 저도 미워하고 좋아하는 심정을 최대한 표현한다고 했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경옥 씨의 희망은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따는 것. 요즘은 봉사를 하고 싶어도 통역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수화를 배우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막상 배우고 보니 밝고 활기찬 농아인들을 만나게 됐고 그로 인해 지금 저도 무척 즐거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화를 배우고 서로 서로 교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황혜선 기자>

 

※ 수화를 배우려면
 인천농아인협회는 청각언어장애인의 언어인 수화교실을 연중 개강하고 있다. 수화교실 관련 내용은 홈페이지(www.icdeaf.com)를 통해 알 수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인천농아인협회(032-882-2776)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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