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⓺ 연극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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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⓺ 연극성 성격장애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9.16 17:00
  • 수정 2023-11-1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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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성격에도 장애가 있음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성인기에 성격으로 굳어진 행동과 마음 특성으로 인해 계속 삶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들을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라고 하지만, 어감 때문에 성격장애라고 바꿔 말한다. 다수의 성격장애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못 느끼지만 주위 사람들을 매우 괴롭게 하며, 대인관계나 생활에 문제가 생겨 우울·불안장애 등 여러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격장애의 예방과 치료는 중요하며, 성격장애를 이해하는 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각 성격장애들의 특징과 주요 원인을 알리고자 총 10회에 걸친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성격심리학, 이상·임상심리학, 심리검사 해석 및 성격장애 관련 연수, 정신의학 문헌 분석, DSM-5와 ICD-10, 성격장애 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 편집국

 

매력 덩어리가 문제일 때

매우 사교적이고 명랑해서 성격장애라고 주변에서 알아보기 쉽지 않은 유형이 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관심을 끌기 위한 지나친 행동과 노력, 과도한 감정표현이 생활 전반에 나타남’이라고 본질을 진단했지만, 연극성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을 처음에 만나는 사람들은 이들을 매혹적인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매력은 감정표현이 강렬하고 실제로 정도 깊은 모습, 생동감이 넘치며 새로운 친구를 쉽게 사귀는 모습, 보여지고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데, 모두의 주목을 받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모습, 타인들을 쉽게 믿으며 금방 관계에 열중하는 모습, 타인들이 내놓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안에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개방적인 모습 등으로 꼽힌다.

그럼 무엇이 언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현저한 고통을 초래하는 수준이어야 성격장애로 진단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대인관계의 다음과 같은 문제점에 관심을 두게 된다. 연극성 성격장애 특징이 대인관계 초기에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관계가 지속되면 지나치게 요구적이고 끊임없이 인정을 바라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대인관계 갈등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각별한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여기면, 그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으로 생각해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관심의 대상이 되는 특정인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낀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속에 타인을 조종하며, 자기 요구가 좌절되면 자살하겠다고 위협하거나 무모한 행동을 나타내기도 한다.

 

나를 보호하고자 이렇게

 

연극성 성격장애에서는 행동의 동기가 주로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 깊은 곳에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있다. 어디서든 감탄의 대상인 주인공이 되고 싶어 연기하듯 하는 사람이란 특징이 ‘연극성’이란 이름에 묻어 있다.

한편, 이들은 인지 양상이 비교적 산만하며, 세세한 것에 집중하기 싫어한다. 예를 들어 “주말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물으면 부연 설명 없이 그저 “좋았어요. 굉장했어요.”라는 식으로 반응할 뿐이다. 그 이유를 감정적인 각성을 줄이려는 무의식적인 방어 전략으로 본다. 또한 이들이 표현하는 감정은 깊이가 없고 피상적으로 느껴진다. 이것도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인데, 피상적인 감정을 사용해 내면 깊은 곳에 간직된 피하고 싶은 혼란스러운 감정에 대해 방어한다는 것이 정신역동이론의 관찰이다.

연극성 성격장애의 인지 양식 연구를 한 벡과 프리만 등의 학자들에 의하면, 이들은 자신이 부적절한 존재이고, 혼자서 살아가기는 너무 힘들다는 신념이 배어들어 적극적으로 관심과 애정을 추구한다. 또한 타인이 자신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기에, 애정을 얻기 위해 외모를 치장하고, 애교나 유혹, 과장된 표현과 극적이고 재미있는 행동을 주로 선택한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왜 과장되고 극적인 행동을 선택할까? 정신역동 연구자들은 부모로 인해 어린 시절 형성된 무의식에서 원인을 찾는다. 루스 리젠버그 말콤이란 학자가 강조한 것처럼, 과장하거나 무엇을 지나치게 강조함은 자신의 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그럼 왜 내면 깊은 곳에 피하고 싶은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을까? 부모가 자기 이익에만 몰두하거나, 너무 우울하거나, 자기 어린 시절이 불만족함에 지나치게 분개한다면, 그런 부모는 아이에게는 관심을 갖기 어렵고, 자녀의 내적인 감정에 대해 무심하고 모르기 쉽다. 또한 자녀가 자신을 놀라게 할 때 자녀를 수용해주지 못할 수 있다. 이런 부모를 만난 아이는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이 없음에 대한 실망, 애정에 대한 갈망이 해결되지 않은 채 무의식에 어떤 행동 선택의 무의식적인 동기가 되어간다.

무의식적으로 이뤄져 가는 연극성 성격장애 진행 과정의 뿌리를 정신분석 이론가들은 어린 시절의 오이디푸스 갈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설명한다. 매우 복잡한 이 갈등 이론의 핵심은 연극성 성격장애 모습이 엄마의 애정 부족에 실망을 느낀 딸, 아들이 성장 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추구하며 이루어진 자기 보호 방법이란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의지할 때의 위험

 

만성 질환이 있는 부모와 살거나 한 부모가정처럼, 어린 시절부터 부모 대신 많은 책임을 떠맡고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가정폭력을 경험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가 ‘부모화’되어, 아이가 스스로 부모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 부모에게 의지가 되어주는 아이들이라면 주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들은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여전히 부모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며 아이로 살고 싶은 욕구가 인식되지도 못한 채 억눌려져 가는 어린 시절을 겪는다. 이렇게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짐을 떠안는 과정에서, 내면 깊은 곳에 피하고 싶은 감정이 자리 잡고 연극성 성격장애로 빠져갈 위험에 노출된다.

또한 부모가 자식과 친구 같은 관계를 원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자녀에게 절친, 죽마고우가 되길 바라는 부모가 있는 가정은 밖에서 보면 애정이 넘쳐 보이지만, 문제는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절차가 이뤄지지 못할 위험성이다. 정신의학계에서 보는 어른이 되어가는 중요한 과정 요소에는 ‘부모와 다른 의견을 갖는 것’이 있다.

부모가 자녀를 충실한 친구, 동반자로 보며 부모의 삶에 항상 함께하기를 바랄 때, 자녀의 독립과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난 길 선택이 곤란해지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할 때, 자녀는 내면에서 자신의 진짜 관심사를 위장하고, 마음에서 잘 꺼내 보여주지 않는 위험성이 있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이 또한 애정을 갈망해 병들어가는 무의식의 온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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