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인터뷰]“같은 법률 다른 해석…결국 상처는 장애인 몫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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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같은 법률 다른 해석…결국 상처는 장애인 몫인가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3.09.13 18:25
  • 수정 2023-09-13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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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입장 거부당한 농인 김여수

김여수(심한 청각장애) 씨(사진)는 지난 8월 14일 아들과 함께 거주지에 있는 미추홀국민체육센터 수영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아빠와 함께 수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아들과 그런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은 김여수 씨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발권하는 과정에서 센터 측이 김여수 씨의 장애가 ‘심한 장애’라는 이유로 출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시설 측은 김여수 씨에게 장애가 심한, 과거 표현으로 ‘중증장애인’의 경우 보호자가 동반해야만 출입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김여수 씨는 본인은 시설을 이용하는 데 신체적 불편함이 없음에도 단지 ‘장애가 심하다(중증)’다는 이유로 입장이 안 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에 거주하면서 송림체육관, 중구구립체육센터, 송도체육센터, 심지어 문학경기장에 위치한 박태환수영장을 이용하면서 한 번도 심한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적이 없다. 유독 미추홀국민체육센터만이 이 같은 입장을 보인다.”

김 씨는 이 같은 센터 측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기관)에 진정을 넣었다. 이후 기관에서는 이와 관련한 조사에 임했고, 조사 결과 센터의 행위가 명백한 장애인차별이라는 평가, 센터를 관리하는 미추홀시설관리공단 측에 제도 개선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상태다.

그러나 센터 측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6조 2항 및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2항을 들며, 중증장애인이 국민체육센터를 단독으로 방문할 때 보호자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법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6조 2항에는 ‘생활체육시설을 운영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생활체육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이나 기구를 마련하는 등의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2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신이 운영 또는 지원하는 체육프로그램이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장애인의 참여를 위해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체육시설에서 지켜야 할 의무를 안내하는 것이지, 장애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을 구분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아울러 센터 측이 장애인복지법시행령 제17조 제1항에 명시돼 있는 ‘공공시설의 이용요금을 감면받으려는 자는 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발급받은 장애인등록증을 이용하려는 시설의 관리자에게 내보여야 한다.’ 역시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를 가진 장애인의 감면률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함이며, 동반 보호자의 감면을 위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 김호일 관장은 “이는 센터와 이를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 측에서 법 해석을 취지와 전혀 맞지 않게 한 것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 김광운 팀장은 “차별금지법 25조 정도나 특성이나 유형에 따라서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센터가 완벽한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장애가 ‘심하지 않은’과 ‘심한’으로 분리해 입장 여부를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 민원을 통해 혼자서 충분히 운동할 수 있다면 장애 정도와 상관없이 입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부지침을 다시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사고 등을 고려해 같은 장애 정도여도 보호자 동반 여부의 기준이 다른 만큼 9월 내에 세부지침을 만들어 10월부터는 운영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여수 씨는 “장애 유형과 정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법률을 자신들이 운영하기 편한 방향으로 해석했다는 부분에 기분이 상했다. 무엇보다 장애가 있는 아빠를 뒀다는 이유로 거절을 경험하고, 불편한 주변 시선에 상처를 받은 아들에게 미안하고 걱정이 된다. 장애인식 개선이 더 폭넓게 자리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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