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장애인 교원의 교권은 결국 또 ‘남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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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장애인 교원의 교권은 결국 또 ‘남의 일’인가
  • 편집부
  • 승인 2023.09.14 09:30
  • 수정 2023-09-13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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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용/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위원장,서울 신명중학교 교사

교권보호 집회가 7차례 열리고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를 지내는 사이, 장애인 교원들의 가슴에는 또 상처만 남았다. 6차 집회부터 청각장애인을 위한 통역 서비스와 배려석 등이 운영되어 비로소 장애인 교원도 남들과 동등하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을 뿐 교권보호 방안을 논의하는 그 어떤 자리에도 장애인 교원은 초대받지 못했다.

그나마도 5차 집회에 시각장애인 선생님이 무대에 올라 교권침해 경험을 피를 토하듯 울부짖기 전까지는 인디스쿨 운영진과도 어떤 방식으로도 연락할 수 없었다. 뒤늦게나마 수십만 교사가 참여한다는 집회에 기본적인 편의지원이 갖춰진 것에 우리는 만족해야 할까? 장애인 편의를 진지하게 고민해 주고 제공해 준 운영진 선생님들께는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러나 만약 6개 교원단체, 교원노조가 무대에 올랐던 4차 집회에 장교조(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도 초대되었다면 이미 4차 집회부터 편의지원이 가능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후부턴 더 많은 집회에 장애인 교원들이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고 장교조도 다른 6개 단체와 더불어 장애인 교원의 교권보호 방안을 제안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교육부, 교육청, 교원단체 그 어느 곳에서도 교권보호 방안 마련 논의에 장애인 교원을 참여시키자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지면에 칼럼을 쓰고 내가 가지고 있는 연락처를 통해 여러 대표성을 가진 분들께 장애인 교원의 목소리가 담기도록 장교조를 참여시켜 달라고 읍소했지만 답변이 돌아오는 곳은 없었다. 전국에 5천 명이 넘는 장애인 교원이 있고 등록되지 않은 사회적 장애로 인해 피해를 보고 계신 교원까지 합하면 그 수를 추정할 수 없는데도, 장애인 교원의 교권보호 방안은 결국 ‘남의 일’로 치부되고 마는가?

장애인 교원이 이번 사태에서 배제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동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걸 넘어 앞으로도 교권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디테일 한 정책에 가서는 장애인 교원의 교권보호 방안이 명시적으로 따로 들어가야만 한다. 예를 들어, ‘교원지위법’만 보더라도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조치를 다루는 제15조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관한 내용은 빠져 있다. 교권 침해행위 유형을 나열하면서 형법상의 범죄, 성폭력처벌법상의 성폭력, 정보통신망법상의 불법행위는 각 호로 다루면서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장애인 차별행위는 언급하지 않는다.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도 범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다른 행위는 언급하면서도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는 언급하지 않는다. 교육계에서 장애인 차별은 범죄는커녕 지도 대상도 되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내 수업 시간에 수업에 등록하지 않은 학생이 들어와 대리 출석을 한 일이 있다. 2학기 되어서 처음 시작한 자유학기 과목이어서 대부분의 학생이 처음 보는 학생이었고 당연히 나는 그 학생들의 목소리를 알지도 못했다. 등록하지 않은 학생이 등록한 학생인 척하며 한 시간 내내 수업을 들었고, 마침 원래 등록한 학생은 결석이어서 다른 학생들도 모두 내가 이름을 잘못 부른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그다음 주 수업에서도 그 학생이 뻔뻔하게도 다시 대리 출석을 한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그저 짓궂은 학생의 여느 불손한 행동으로 치부해야 할까? 그 학생은 내가 가르치지는 않지만 나름 학교에서 유명한 학생이라는데 만약 내가 시각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두 시간 연속 대리 출석할 정도의 대담함을 보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 사안을 교사의 장애를 이용한 악질적인 교권침해로 본다. 하지만 내가 교권보호위원회를 상대로 교권침해를 신고한다 한들 법률과 고시, 각종 규정에 장애인 교원을 특별히 보호하는 내용은 없다. 교권침해로 인정되기도 어렵거니와 인정된다 하더라도 장애인 차별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더 끔찍한 것은 이 일이 있은 후 동료 선생님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이다. ‘장애가 있으니 저런 일도 당하지’, ‘이래서 장애인 교사는 생활지도가 어려워’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사실 그런 식으로 나뿐 아니라 많은 장애인 교사들이 하나하나 무능한 교사로 낙인찍혀 갔던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그들을 보호하거나 그들에게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제도와 지원이 미비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그저 개인의 무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장애인 교원의 교권은 서이초 훨씬 이전부터 학교 안에서부터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교권은 단 한 번도 인정된 적 없는지도 모른다.

장애인 교원의 교권을 빼고 각종 교권보호 강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이 시기가 그래서 나는 너무 익숙하면서도 참담하다. 교권 강화라는 건 기존에 한 줌이라도 교권이 있었던 사람들만의 이야기이다. 어렵게 여의도 집회에 참여하고 왔지만 여전히 학교는 ‘그들이 사는 세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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