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이 되고 장애인들의 편의와 차별금지를 위한 민원을 받곤 한다. 올해 초 망막질환과 백내장으로 눈 수술을 하며 며칠간 불편함을 느끼게 됐고 이때 시각장애에 대해, 그리고 쉽게 지나쳐왔던 ‘점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활용하여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도록 튀어나온 점을 일정한 방식으로 조합한 표기문자를 말한다. 의회 정문 출입구에 촉지도와 점자 안내판이 보인다. 음성안내 버튼을 눌러봤지만 작동하지 않아 조치를 요청했다.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라면, 우유, 음료수 캔 등 식료품에서도 점자 표시가 확대되고 있었다. 좀 더 찾아보니 디지털 점자 독서 서비스 등의 개발과 보급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생활은 여전히 불편한 것들 투성이다. 우리 남동구에도 ‘남동구 무장애도시 조성’, ‘남동구 교통약자의 교통안전 증진 조례’ 등 장애인을 위한 조례들이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2023년 6월 기준 남동구 등록장애인은 2만6852명이며 15개의 장애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시각장애인은 2,433명으로 장애인의 9%, 남동구 인구(49만7891명)의 0.49%에 해당한다. 문자를 읽고 쓰는 것을 말하는 문해율은 97%이지만 시각장애인의 문해율은 현저히 낮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점자를 배우고 생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남동구민의 0.49%, 그 중 모두가 점자를 사용하지 않는데 점자를 제공해야 할까?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왜일까?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는 필요하지만, 돌출된 여섯 개의 점을 손가락의 촉각을 이용해 문자로 받아들이는 데는 배움의 시간이 필요하고, 점자를 학습했다고 해도 배움의 가치를 활용할 만큼 실생활에서의 편의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힘들게 배워도 활용도가 높지 않으니 점자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의 언어이자 생각이다. 이들의 권리를 조금이나마 증진하기 위해 지난 7월 유광희 의원과 함께 ‘남동구 점자문화 진흥 조례’를 공동 발의했다.
이들의 권리를 위한 촉지도가 있지만 점자블록 유도선이 없거나, 도로 위 노란색 점자블록은 군데군데 끊겨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너무 작은 점자 제공으로 인식할 수 없는 점자를 제공하는가 하면, 주변의 도움 없이는 공공기관에서 서류발급 신청도, 발급받은 서류를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최소한 구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점자로 된 공문서를 발급받고 정보를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점자의 사용·점역·교정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기, 서비스 등의 개발과 보급을 지원할 수 있는 사항을 조례에 담았다. 생활 속에서 점자가 확산되고 보급되면 점자를 익히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 것이다. 가르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고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남동구 점자문화 진흥 조례’ 제정을 계기로 점자 인식이 개선되고 시각장애인에 대해 배려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점자는 인천에 있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한글 점자가 바로 인천 강화에서 나고 자란 송암 박두성 선생이 1926년 11월 4일에 반포한 훈맹정음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꿈꿨던 “포용적인 언어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점자 교육과 전자 점자자료 보급 확대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이 재활과 자립을 통해 안전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유광희 의원 등 동료 의원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