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정책 주무부처가 ‘장애인의무고용’ 어겨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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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애인정책 주무부처가 ‘장애인의무고용’ 어겨서야
  • 편집부
  • 승인 2023.09.14 09:10
  • 수정 2023-09-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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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장애인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그 산하기관 절반 이상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관이 장애인 고용 대신 최근 5년간 돈으로 때운 부담액은 27억 원이 넘었다. 모범을 보이고 솔선수범해도 모자랄 판에 주무부처가 이 꼴이니 산하기관인들 무슨 ‘영(令)’이 서겠는가. 장애인고용의무제도는 비장애인에 비해 취업이 힘든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를 가진 사용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한 제도이다. 1991년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과 함께 시행된 제도가 30년 넘도록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주무부처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이 장애인 고용 대신 돈으로 때운 부담금액은 27억1300만 원이다. 2018년 11곳, 2019년 13곳, 2020년 12곳, 2021년 12곳, 2022년 14곳으로, 전체 27곳 중 52%가 돈으로 해결했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대한결핵협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구보건복지협회 등 4곳은 최근 5년(2018~2022년) 연속 장애인 고용 대신 돈으로 메꿨으며, 국립중앙의료원은 4년 연속, 질병관리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아동권리보장원 등 3곳은 3년 연속이었다. 더구나, 장애인 자립과 취업을 돕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의무고용률을 초과했다지만, 장애인고용률이 2020년 11.11%, 2021년 9.02%, 2022년 8.35%로 지속적인 감소추세인 점도 문제다.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장애인고용법)은 장애인이 그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고용촉진과 직업재활 및 직업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장애인고용법은 2000년 1월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으로 전부 개정돼 그해 7월 시행되고 일부 개정이 거듭됐다. 현행법 제27조 ①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장애인을 소속 공무원 정원에 대해 2022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1천분의 36(3.6%), 2024년 이후 1천분의 38(3.8%) 비율 이상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2조의2 ①항은 ‘의무고용률에 못 미치는 장애인 공무원을 고용한 기관의 장은 매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의무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들은 2020~2021년 3.4%, 2022년 3.6%인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대신 국민 혈세를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낭비한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가 “산하 공공기관들이 장애인고용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독려할 계획”이라고 했다는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 아닌가. 고용부담금이 마치 장애인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쌈짓돈처럼 간주되고 있는 그릇된 의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고용부담금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보다 강화된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 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장애인의무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문화·예술·체육분야 등 다양한 직무 도입과 맞춤형 개발 등의 대안을 통해 장애인고용 선택폭을 넓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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