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 건강의 진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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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 건강의 진짜 의미
  • 편집부
  • 승인 2023.08.03 09:49
  • 수정 2023-08-03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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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어도 건강할까? ‘건강이란 단지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관계에서의 안녕이 완전한 상태를 의미한다.’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했던 이 같은 건강 개념은 ‘질환이 없는 것이 건강’이라는 ‘옛 생각’을 넘어서기 위해 나왔다.

덕분에 지금은 몸에 병원균으로 인한 질환이 없어도, 마음 상태가 긍정적이지 않으면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건강하다는 것은 몸과 마음과 대인관계에서 ‘기능을 잘 한다’는 뜻이다. 특히 대인관계에서 기능을 잘 하는 것을 학술계에서는 ‘사회적 인지’라는 주제로 연구가 많이 쌓였다. 심지어 신경과학에서도 대인관계에 대한 관심을 가져서 다른 사람의 의도, 정서를 지각하는 뇌 신경회로인 ‘거울 뉴런체계’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지능이란 무엇인지 연구하는 학자들도 ‘관계 형성 능력’과 지능을 연결시켜 왔다. 숫자와 글씨 읽기를 잘 하는 것만이 지능이 좋은 것이 아니라, 사회성도 지능에 포함된다는 생각을 온 사회가 수긍할 수 있도록 노력한 학자들이 있다. 로버트 스턴버그와 하워드 가드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어린 시절에 IQ 검사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던 스턴버그는 자신의 IQ가 낮다고 괴롭힘 받았던 경험을 극복하고자 온 인생을 걸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실생활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중시하는 성공지능의 개념을 IQ 대신 제시한 학자가 되었고, 현재 미국의 뇌신경과학 및 인지심리학의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하워드 가드너는 뇌 손상으로 영향을 받은 아동들에게서 다양한 능력이 나타나는 방법을 관찰하며 증거를 찾아 ‘다중지능’이란 개념을 알려주었다. 다중지능이론은 현재 교육계에서 환영받고 있다. 이러한 지능 개념은 성격 발달과 더 밀착되어 있다.

이와 같은 건강과 지능의 개념에 대한 연구들은 ‘능력’을 지능검사 결과로 한정하지 않는 능력 심리학을 발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능력 심리학에서 말하는 능력의 종류는 특정한 지식이나 기능을 익히는 것 외에 매우 다양하다. ‘능력’이란 넓은 의미에서 ‘적절한 수준에서 평가가 가능한 모든 행동’임을 강조하는 주장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심리신경 면역학 및 건강 심리학 개론서들은 공통적으로 마음의 기능이 강화되면 신체의 기능과 통증에도 대처할 능력이 자라난다는 이야기를 근거와 함께 들려주고 있다. 이런 견해들은 장애가 있는 학생의 교육이나 재활에서 중요하다.

한편, 장애를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인식에 대해서 도움이 될 학술 이야기가 있다.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은 복잡한 정서로서 자신에게 중요한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이야기들이다. 신체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과 발달의 과정에서 안정된 관계를 영위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도 있다.

이상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건강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해야 안전하고 유용함을 알 수 있다. ‘어떤 면은 기능이 좋고…어떤 면은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볼 때 어떠하다…’ 둘째, 신체 일부가 또래에 비해 기능이 미약해도, 만성 통증이 있어도 건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마음의 기능이 좋다면, 사회적 관계를 잘 할 수 있다면 건강하다. 몸의 일부가 ‘기능이 나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음과 대인관계를 통해 더 잘 돌아보면 잘 살아갈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통찰이 보인다. 장애인은 건강을 잃은 것인가? 장애 판정을 받았다고 좌절하는 것이 전체 건강을 잃는 길이 될 것이다. 셋째, 노화가 진행되면서 정신분석 및 인지행동 치료에서 많이 다루는 ‘자아상, 부끄러움’의 문제를 심리치료의 영역에만 두지 않고, 가치관의 교육으로 예방하고 준비함도 필요하다. 사람은 그 자체로 존귀한 것이기에 질환에 의해 신체가 변형되어도 그 존귀함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진리가 평소에 유년기부터 배어들어 있었다면 우리 사회의 지금 모습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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