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 범죄피해 장애인 의사소통 돕는 진술조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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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칼럼] 범죄피해 장애인 의사소통 돕는 진술조력인
  • 편집부
  • 승인 2023.08.03 09:41
  • 수정 2023-08-03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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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진술조력인

사무실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경찰관에게 당일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조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바로 참여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진술 조사 참여에 대한 의뢰는 길게는 7일, 짧게는 1~2일 전에 연락을 받고, 이때 피해자의 특성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전달받는다. 이렇게 진술 조사 시 진술조력인으로 선정되면 사전에 피해자의 특성(아동 혹은 장애인)을 고려해 사전평가를 준비하고 진술조력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서 진술 조사가 진행되기 직전에 피해자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번과 같이 다급하게 진술조력 참여 의뢰 연락을 받은 경우에는 사전에 미리 피해자의 특성이 파악되지 않았거나, 장애인임에도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고 피해 사실 진술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진술조력인을 선정하지 않았다가 실제 진술 조사를 진행하려는 시점에서 피해자의 장애 여부 및 피해자의 진술상 취약성이 명확히 드러나 진술조력인을 다급히 선정하고자 연락을 받게 되는 경우이다.

이날도 다급히 진술조력인으로 선정되어 만난 피해자 강 씨는 30대 여성으로, 같은 건물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남성에게 추행을 당해 피해자 진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 씨는 장애인 등록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우울증과 자살 시도로 인해 정신과에서 치료를 진행하며 약을 오래 복용하고 있던 상태였다.

피해자가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간단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어 원활한 진술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 진술조력인 참여 없이 진술 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조사에 들어가기 직전 해바라기센터 내 조사자(경찰관)의 피해자 면담 및 특성 관찰을 통해 피해자의 정서가 심하게 불안하고, 상황에 대한 이해력과 판단력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어 진술조력인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조력 의뢰 사유를 밝혔다.

이에 진술 조사 전 강 씨와 면담을 통한 사전평가를 진행했고, 사전평가에서 파악된 강 씨의 정서적 상태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과 관련해서 해바라기센터 조사자(경찰관)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조사 진행 과정에서 강 씨가 조사자의 질문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 씨와 조사자 사이에서 의사소통 중개자 역할을 했고, 조사 상황에서 강 씨가 정서적으로 위축되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살폈다. 강 씨의 진술 조사가 끝난 후에는 강 씨에 대한 진술조력 보고서를 작성해 담당 형사에게 제출했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진술조력인 제도는 성폭력・아동학대・인신매매 등 범죄피해 아동과 범죄피해 장애인의 수사・재판과정에서 심리적 안정 및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법무부는 매년 진술조력인을 양성해 자격을 부여하고 있으며, 자격을 부여받은 진술조력인은 아동・장애인 관련 분야 전문가로서, 법무부에서 시행하는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한 자들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아동・장애인의 원활한 진술이 가능하도록 해 범죄의 실체 진실 발견에 기여하고 있다.

진술조력인의 근거 법령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장애인복지법’,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진술조력인 선정 등에 관한 규칙’, ‘성폭력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이며, 해당 법령에 따라 성폭력・아동학대(참고인, 증인 포함)・인신매매 등 범죄 피해자가 13세 미만 아동이거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2023년 10월 11일부터는 19세 미만 아동으로 확대 예정) 모든 범죄사건의 피해자인 장애인에 대해 진술조력인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장애인의 경우 장애등급이 없더라도 장애 의심의 경우에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진술조력인 선정은 피해자 본인,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또는 변호사가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구두나 서면으로 신청할 수 있고,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서 피해자에게 진술조력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직권으로 선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인 당사자 특히 진술 조사에 취약한 장애인, 아동 피해자 등이 이 같은 진술조력인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현재 형사사법 절차 및 재판 과정에 진술조력인이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진술조력인이 조사과정에 참여해 의사소통을 중개하거나 보조하게 할 수 있다.’라고 임의 규정으로 명시되어 있어 진술조력인 지원이 필요한 피해자들이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진술조력이 필요한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해 진술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피해 입증과 가해자 처벌에 있어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의 규정으로 정하고 있는 진술조력인 제도를 강행 규정으로 변경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제도 홍보에 있어서도 장애인, 아동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술조력인 제도에 대한 폭넓은 홍보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진술조력인 지원 요청이 어려운 아동 및 장애인 범죄 피해자를 대신해 가족 또는 지인의 적극적인 도움과 관심을 통해 진술조력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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