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潛像(잠상)’ 프로젝트 그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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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潛像(잠상)’ 프로젝트 그 첫 번째
  • 편집부
  • 승인 2010.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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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동정과 보살핌의 대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 편견에 맞서 이상봉 선생은 그들의 꿈과 희망을 사진에 담았다. 인천혜광학교 특수교사인 이상봉 선생은 지난 3년간 준비해 온 ‘潛像(잠상)’ 프로젝트 중 그 첫 번째 ‘나, 드러내기’ 전시회를 개최했다. <황혜선 기자>

시각장애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다룬 ‘나, 드러내기’ 사진 전시회 개최

지난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전시실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개최됐다.

이번 전시회는 인천혜광학교 특수교사인 이상봉 씨가 지난 3년간 시각장애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사진에 담은 ‘潛像(잠상)’ 프로젝트의 그 첫 번째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는 인천 뿐 아니라 서울 대학로 ‘공간 루’에서도 5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전시회가 개최돼 2천여명의 관람객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상봉 씨는 “작품 속의 인물들은 저와 길게는 12년을 스승과 제자라는 특별한 관계를 맺고 생활하면서 학생들의 깨끗하고,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며 “3년여 동안의 준비 끝에 드디어 세상에 작품을 내놓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봉43 사진 밑에 흘려 쓸 내용----

(작가 노트)

작품에 있는 이름은 본인들이 직접 쓴 자신의 이름이다. 이들은 가려져 있는 내면의 검정부분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스스로 밝히며 세상에 나아가고 있다. 이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작은 편견을 파헤치며 그 안에서 인간다움을 찾으려는 극히 작은 동화의 몸부림이며 사고이다.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다. 이웃 안에서 그 누구보다도 진한 감동을 주는 용기 있는 아름다운 우리의 이웃이다. -이상봉-

(인터뷰)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이상봉 / 인천혜광학교 교사

“아이들이 항상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지난 3년 동안 찍은 사진을 정리해 봤어요.”

지난 25년 동안 특수교육의 길을 걸어온 이상봉 선생은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해왔다. 이 선생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을까봐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과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이번 사진 전시회는 이 선생의 이름을 걸고 처음 이뤄진 개인전, 어떤 계기로 전시회를 열게 됐는지 물었다.

“세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 25년 동안 제가 걸어온 특수교육의 길을 정리하고 새로운 전환기를 만드는데 도움을 얻고 싶었어요. 그동안 제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도 많지만 오히려 제가 아이들에게 배운 것이 더 많았거든요. 두 번째 이유는 아이들의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친 모습을 표현해 사회에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장애인들에게 시각장애인의 힘과 꿈, 소망을 보여주고, 더 이상 동정적인 시각으로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회를 열게 됐습니다.”

이 선생은 지난 10년 동안 사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동아리활동을 통해 연구를 지속해왔다. 주로 시각장애 학생들과 장애인과 관련된 행사 등을 사진에 담는다고.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잠상’입니다. 장애인이 삶 속에 내제돼 있는 꿈과 희망을 표현하려는 뜻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시도해봤습니다. 그 프로젝트의 첫 번째가 바로 이번 전시회죠. 시각장애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사진을 전시한 거죠.”

이 선생은 앞으로 이 프로젝트를 장애인의 결혼, 사회 초년병의 모습과 장애노인의 삶에 대한 고찰로 나눠 이어나갈 계획이다.

“3년 정도의 긴 시간을 갖고 천천히 준비해 온 전시회라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전시회 준비 기간이 짧아 아쉬웠습니다.”

이 선생은 자신의 사진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길 바랐으며, 더 이상 동정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관계로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꿈이란 것은 있어도 없어도 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목표와 방향을 갖고 자존감을 갖는 학생들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꿈을 갖고 있으면 위축되지 않고, 본인의 능력을 남에게 충분히 보여주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작품서평)

'潛像' (나, 드러내기)

홍 순 태 / 한국 사진학회 회장 역임, 신구대 사진과 명예교수

사진이 발명된 이래 가장 많이 촬영된 사진은 초상사진일 것이다. 수많은 사진가들이 새로운 자신만의 사진적 스타일을 개척해 발전시켰다.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예술적 시각의 초상사진을 시도한 David Octvius Hill, 클로즈업에 의한 강렬한 가정묘사를 시도한 Julia Margaret Cameron 여사, Nadar, 렘브란트 광선에 의한 고전적 사진표현의 Yousuf Karsh, 자신의 주관적 이미지에 맞는 인물을 선택해 촬영하는 Richard Avedon, 인물을 독립된 개체로 해설하여 그 시대의 공동체로서 운명을 같이한 인물로 해석하는 August Sander 등 기라성 같은 초상사진가들이 활동했다.

그러나 이상봉의 ‘잠상’(너, 드러내기)에 가장 가까운 유형은 여류 사진가 Diane Arbus일 것이다. Robert Frank가 새로운 현대사진의 시발점이라면 Diane Arbus의 사진은 그 새로운 변화의 중심축이다.

‘잠상’(나, 드러내기)의 사진에서 주목할 점은 오늘날의 사진인들을 고찰해 볼 때 Henri Cartier-Bresson의 ’결정적 순간‘이나 Edward Steichen의 ’The Family of Man'과 같은 감상주의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구태의연한 사진에서 벗어나 Diane Arbus의 사진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단일 주제인 시각장애인의 꿈을 즉 그들의 잠재의식의 세계를 냉정한 감정으로 그들의 마음속에 잠재한 의식세계를 분출시켜 그들도 당당한 정상적인 인격체이며 삶의 갈구가 의연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려는 커뮤니케이션의 시각과 포토 캠페인의 열의가 담긴 사진들이다.

사진적 테크닉 면에서 볼 때에도 자연스러운 연출력과 소도구의 적절한 활용에 의해 그들이 간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를 감상자들에 전달해준다. 조명의 테크닉도 과장됨이 없이 무난하다. 강렬한 콘트라스트나 인물의 성격표현과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서 백라이트나 사이드 라이트를 구사하지 않고 부드럽고 엷은 광선을 주로 하여 피사체에는 세도우 부분을 배제시켜 부담 없이 그 인물을 감상하도록 유도한다. 어색한 느낌이 들기 쉬운 정면대결의 시각을 다양한 연출에 의한 포즈로 커버하고 있다. 사진은 모두 정방형 포맷이다. 장방형 보다는 심리적으로 자신의 사진에 대한 구속력을 갖는다.

우리들은 이상봉의 Blind-Dream을 통해 그들이 시각장애인으로서 비록 앞은 보지 못하지만 그들의 의식과 꿈만은 우리들의 것과 같다는 의식의 동일성을 발견함은 새롭고 중요한 인식이다. 사진은 결국 외형의 형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내면상태를 투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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