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톡톡 튀는 콘텐츠로 배리어프리한 세상 만들기 앞장”_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소플(S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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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톡톡 튀는 콘텐츠로 배리어프리한 세상 만들기 앞장”_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소플(SOPLE)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01.19 15:20
  • 수정 2023.01.19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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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배리어프리 콘텐츠 공모전’을 처음 실시했다. 이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은 ‘세상에 없던 화보모델에 도전하다’라는 영상 작품이었다. 지체장애인과 비장애인, 농인 편집자, 농인 수어통역사 등이 함께 제작한 영상으로 장애인의 화보 모델 도전기를 다루었다. 이 작품을 제작한 곳은 ‘소플(SOPLE)’이라는 배리어프리 기업이다. 지체장애인 여성인 이유정이 대표를 맡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 기업이기도 하다. ‘콘텐츠’를 솔루션으로 ‘배리어프리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당찬 미션을 내건 그들의 도전기를 들어보자.

<리즌 정의 원더랜드>. 소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리즌 정은 소플의 대표 이유정이 유튜버로 활동할 때 쓰는 이름이다. 소플과 <리즌 정의 원더랜드>는 같은 해 태어났다.

소플은 2020년 탄생한 콘텐츠를 솔루션으로 해 사회적인 장벽을 해결하고 배리어프리 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미션으로 하는 소셜 벤처다. 이름 소플(SOPLE)은 ‘Some People’의 약자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어떤 사람들’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상근직원 둘과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협력 팀원들이 뭉치는 유연한 조직을 가진 스타트업인 소플은 배리어프리 부문에 찻잔의 태풍처럼, 작지만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소플이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21년 11월 완성해 공개한 ‘바디 포지티브_세상의 모든 몸’ 프로젝트였다. 바디 포지티브 프로젝트는 ‘신체 사이즈, 장애 유무, 인종 등 외형에 상관없이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자’는 운동이다.

 

▲ 이유정 대표

 

‘바디 포지티브-세상의 모든 몸’

장애여성 4인이 몸 통해 선언한 평등

 

“바디 포지티브는 전 세계적인 운동입니다. 차별 없는 보편적인 세상을 만들자는 운동이지만 찾아보니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나온 콘텐츠는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장애 바디 포지티브를 통해 다양한 장애가 있고, 다양한 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우리의 몸도 ‘세상의 모든 몸’ 중의 하나가 아닌가.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당하게, 멋지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요.”

장애인 화보를 찍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은 익히 짐작하는 대로다. 그러나 예견할 수 있는 세상의 어려움은 ‘간절함’을 이기지 못했다.

“사실 캠페인으로서의 가치도 중요했지만 개인적인 소망도 큰 동력이었습니다. 언젠가 꼭 한 번 해야겠다고 구상해두었던 프로젝트였고, 개인적으로도 언젠가는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개인적인 소망과 대의명분이 만나 ‘일’을 친 것. 처음에는 소플이 운영하는 SNS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지 않았다. 결국 이유정 대표와 박선민 피디가 발 벗고 나섰다.

▲ 바디 포지티브 화보 촬영 현장

“저희가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는 장애인 1인 크레이에이터가 많지 않았지만 2021년 즈음에는 그 수가 점차 늘고 있었어요. 그들이 운영하는 계정을 다 찾고, 알음알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사람을 수소문하고 직접 연락을 해서 만나면서 뜻을 같이할 사람을 모았어요.”

그렇게 해서 모인 사람이 세 명의 모델들이었다. 최혜미, 박찬미, 혜월이 그들이다.

▲ 세상을 향해 당당한 시선을 쏘아올리는 최혜미. 바디 포지티브 작품
▲ 박찬미의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 속에는 '장애인도 개성이 있다'는 주장이 들어 있다. 바디 포지티브 작품

최혜미는 뇌병변장애와 언어장애를 갖고 있지만 연극배우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긴장을 하면 통제가 안 되는 몸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어도 화장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친구들은 자꾸 “넌 왜 화장도 안 하고 다니냐?” 하기도 하고, “넌 왜 자꾸 몸을 비트냐?” “왜 빨리빨리 못 하냐”고 하기도 했다. 최혜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에게 대답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조금 다르다고 해서 불편하지 않게 봐달라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다. 화보 속의 그녀는 자신의 ‘근육’을 맘껏 뽐내며 당당하다. 강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강렬한 메이크업을 하고 보이시한 헤어와 블랙 의상으로 세상을 향해 당당한 시선을 ‘쏘고’ 있다.

박찬미, 그녀는 저신장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관절이 약해 관절을 많이 사용해서는 안 돼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박챰>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다. 박찬미는 바디 포지티브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몸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져보고 싶어서” 그리고 “장애인은 옷을 못 입는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부수고 싶어서” 합류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몸에 대해 호기심과 편견 어린 시선을 많이 받은 그녀는, 그래서 매일매일 옷을 입을 때마다 콘셉트를 정하고 자신이 가는 모든 곳을 레드카펫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그녀의 ‘당당함’은 이 화보에서 ‘퇴폐미’로 발산됐다.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브라톱 위에 걸쳐 입은 파란 색 정장, 도발적인 눈빛은 세상을 향한 ‘장애인도 개성이 있다’는 그녀의 주장이다.

▲ 자연스럽지만 동적인, '비유교걸'적인 모습을 연출한 혜월. 바디 포지티브 작품
▲ 총괄 기획이자 직접 모델로 카메라 앞에서 소플의 이유정 대표는 시크한 여성 CEO의 모습을 연출했다. 바디 포지티브 작품

혜월은 근육병을 앓고 있는 뷰티 크리에이터다.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그녀에게 바디 포지티브는 또 다른 도전이다. 자신조차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 자신의 몸에 대해 화보를 찍으면서 자신의 몸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시작했다. 항상 미래를 그리면서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살자는 그녀는 화보 속에서 유튜브 속에서의 정적인 모습을 벗어나 자연스럽지만 동적인, 때로는 과감한 노출(?)도 마다않는 ‘비유교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의 모델은 바로 소플의 대표 이유정이다. 뼈가 약해서 잘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다. 바디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신이 몸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 먼저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해주어야만 시선으로부터 당당해지고 다른 사람들도 당당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몸이 드러나는 꼭 맞거나 짧은 옷을 잘 입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화보 작업에서 그녀는 커리어우먼다운 세련된 오피스룩이되 어려서부터 입지 못했던 몸이 드러나는 옷으로 시크한 여성 CEO의 모습을 보여준다.

네 명의 모델을 모으고, 콘셉트를 잡고 옷을 맞추고 헤어와 메이크업, 스튜디오를 세팅하고 촬영과 배포까지 소플의 2021년 하반기는 고스란히 보디 포지티브 프로젝트에 투자됐다.

 

장애 당사자 대표가 운영하는 당찬 소셜 벤처

‘배리어프리 콘텐츠 허브’ 향해 산뜻하게 걷기

 

▲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배리어프리 콘텐츠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고 활짝 웃고 있는 이유정 대표

그리고 그 결실은 달았다. 보디 포지티브 프로젝트의 과정을 기록한 영상 <세상에 없던 화보모델에 도전하다>가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처음 실시한 ‘배리어프리 콘텐츠 공모전’에서 대상을 거머쥔 것이다. 게다가 온라인 전시는 2023년 1월 현재 1만뷰가 넘었다. 오프라인 전시가 할 수 없는 공간적 제약을 타파해버린 것.

“기쁘죠. 처음 화보를 기획할 때는 오프라인 전시회를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전시회는 물 건너갔고, 결국 홈페이지를 구축해서 온라인 전시로 돌리면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화보를 찍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을 타 오프라인 전시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었습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팀원들에게도 더 큰 보람이 되었을 거예요.”

앞서 말한 대로 소플의 상근직원은 이유정 대표와 박선민 피디, 단 둘이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홍반장’들이 모여든다. 소플의 든든한 지원군인 협력 크루들이다. 농인 편집자도 있고, 다양성 관점을 갖고 있는 피디,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새훈 피디는 소플의 오랜 파트너다. 새훈 피디는 소플의 콘텐츠 제작 현장에 거의 늘 함께한다. 최근에는 지난해 하반기 <리즌 정의 원더랜드>를 통해 공개된 <휠체어 하트시그널>을 함께 제작했다. <휠체어 하트시그널>은 모두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장애인의 연애를 다룬 콘텐츠다.

“몇 년 전부터 <하트시그널> <솔로지옥> 같은 연애 프로그램이 굉장히 유행했잖아요. 그그중에 장애인의 연애나 데이트는 사회적으로 잘 상상되지 못하고 잘 다뤄지지 않았어요. 왜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장애인 연애 콘텐츠가 없어? 그럼 우리가 만들어보지, 뭐.’ 하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콘텐츠가 <휠체어 하트시그널>입니다.”

시작은 일대일 데이트라는 콘셉트이지만 기회만 된다면 <하트시그널>같이 여러 명의 남녀 장애인이 서로의 짝을 찾아가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 EBS 같은 방송사에서 제안이 온다면 기꺼이 컬래버레이션을 할 의향이 있다고 소플 이유정 대표는 당당하게 말한다.

▲'바디 포지티브' 프로젝트를 함께 한 소플 팀원들. 왼쪽부터 프로젝트 관리 이민지, 이유정 대표, 박선민 대표, 새훈 피디다.

2023년은 소플에게는 또 다른 전환기가 되는 해다. 법인 전환을 기준으로 하면 창업 2년차. 그동안이 회사의 기반을 닦는 기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도약의 시기라는 게 이유정 대표의 생각이다.

“수익구조를 잡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방법들을 찾아 나갔고 그렇게 해서 배리어프리 컨설팅 사업이나 배리어프리 교육, 컬래버레이션 콘테츠 제작 등 다각적인 수익사업을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작년부턴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죠.”

이런 안정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작년에 소플은 숏폼 제작에 주력해 100여 편을 제작해 배포했다. 올해 역시 “톡톡 튀고 재밌는, 그렇지만 유익한 숏폼 중심의 콘텐츠 제작”에 주력할 계획이다. 물론 그 모든 콘텐츠의 핵심 테마는 ‘배리어프리한 세상 만들기’다. 그리하여 소플은 궁극적으로는 ‘배리어프리 콘텐츠의 허브’라는 목표를 향해 우울하지 않게, 무겁지 않게 산뜻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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