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가비와 함께 정동길을 걷다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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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가비와 함께 정동길을 걷다_1
  • 편집부
  • 승인 2023.01.10 10:14
  • 수정 2023.01.10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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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하반기 한 달에 한 번 총 6회에 걸쳐 특집으로 연재됐던 무장애 여행 칼럼니스트 전윤선의 ‘휠체어 타고 방방곡곡’이 독자들의 큰 호응에 힘입어 2023년부터는 고정 연재로 전환됩니다. 기존과 같이 한 달에 한 번(홀수호) 휠체어를 탄 관광약자도 갈 수 있는 명소를, 무장애 여행 전문가의 눈으로 소개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_편집자 주

황제의 탄식은 젊은이들의 
생기 어린 웃음으로 바뀌고

전윤선_
무장애 여행 칼럼니스트

구한말 나라는 빼앗기고 왕비는 적의 칼에 난자당해 통탄의 삶을 살았던 비운의 황제 고종. 그의 흔적을 찾아갑니다. 가비(사전에는 가베라고 등재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가비라고도 쓴다. 구한말 커피를 이르는 단어다.)를 사랑했던 고종 황제, 가비와 얽힌 숨 막혔던 이야기가 있는 백 년 전으로 떠나는 역사여행. 새해의 첫 여행은 덕수궁 옆 정동길로 떠난다.

 

 

정동길은 덕수궁 돌담길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길이다. 예전엔 이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 이별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 요즘에는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을 썸남썸녀와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세월 따라 속설도 바뀌나 보다. 정동길은 백여 년 전 힘없고 나약했던 조선의 임금 고종의 애환과 아픔이 깃든 길이다. 당시 열강들의 힘의 논리에 임금은 무기력했고 민초들의 삶은 고단했다.

▲ 정동전망대에 걸려 있는 정동 일대의 파노라마 사진 Ⓒ서울시청

 

정동이 한눈에! 뷰 맛집 정동전망대

정동길 산책은 살아 있는 역사여행

 

▲ 정동길에선 연탄재도 문화가 된다. Ⓒ전윤선

정동길에는 사계절 문화가 꽃핀다. 유난히 추운 올 겨울, 가로수는 추위를 견뎌낼 수 있는 예쁜 털옷을 입었고, 돌담을 따라 난 길에는 알록달록 한복을 입은 청춘들이 오간다. 길가에는 작은 소품들이 즐비하다. 세상에 온갖 잡스러운 수제품들이 정동길을 따라 손님을 기다린다. 정동길은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에는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차가 다닐 수 없다. 물론 평일에도 차가 다닐 수 없는 시간이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주변 직장인이 이 길을 오가며 점심시간의 여유를 즐기기 때문이다. 이때 차라 함은 자동차뿐만 아닐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도 포함된다.

정동길 여행의 시작은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에서 시작된다. 이곳 13층에 있는 정동전망대는 정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뷰 맛집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오랫동안 폐쇄되었다가 지난 11월 26일 재개장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예약을 통해서, 그것도 1회 44명(사전예약 39명, 장애인 등 관광약자 5명 현장 선착순 입장)만 들어갈 수 있다. 입장 후 40분 정도 즐길 수 있다.

그 한 시간을 ‘풀’로 후회 없이 즐겨 본다. 우선 전망대에 자리한 ‘카페 다락’에 차 한 잔을 주문하고, 전망대를 둘러 본다. 전망대에는 정동길의 역사와 고종의 흔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패널과 정동길 일대의 파노라마 사진이 걸려 있다. 주문한 차가 나오면 우하하게 테이블에 앉아 창밖 뷰를 바라보며 즐기면 된다. 정동전망대에서 바라본 정동길 주변은 다채롭고 활기차다.

▲ 정동전망대 내부 Ⓒ서울시청

전망대 안에서 특별히 눈길을 끈 전시물은 고종 황제의 어진(초상)이었다. 고종의 어진에서는 황제의 위엄이 느껴진다. 체격은 아담하다. 당시 조선사람들 대략 저 정도의 체구였을 듯하다. 어느 나라든 왕족은 미남미녀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왕비는 미모보다 현명함과 덕망을 보고 선택했다고 하지만 후궁들은 왕이 직접 고른 사람이 많고, 그렇다 보니 예쁜 여자가 먼저 눈에 띌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연산군의 여인 장녹수, 숙종의 여인 장희빈, 고종의 여인 엄귀인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정동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덕수궁 풍경은 한가하고 평화롭다. 마침 내가 정동을 찾은 날은 ‘맨 마수’, 즉 그달의 맨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어서 현장학습 차 정동길을 찾은 청소년들로 가득했다.

요즘 궁궐 나들이에는 꼭 갖춰야 할 몇 가지 의상과 소품이 있다. 한복과 셀카봉이다. 한복은 궁궐 주변의 대여점에서 저렴하게 빌려 입을 수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관광객들이 깔깔대며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은 이채롭다. 외국인 여행자도 한복을 입으니 그 모습이 곱디곱다. 구한말 황제의 통탄이 서려 있는 궁이지만 요즘 덕수궁에는 요즘 핫한 여행 사진을 찍느라 관광객들의 웃음이 넘쳐난다.

▲ 덕수궁 돌담을 따라 난 정동 길. 한복을 입은 청춘들이 눈에 띈다.Ⓒ클립아트코리아

다락카페에서 착한 커피(시청에서 운영하는 터라 커피 값이 착하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한 잔 2500원)에 쿠키를 먹으며 백 년 전의 고종 황제를 떠올린다. 나라 잃은 황제의 설움이 얼마나 클지 범인인 나로서는 짐작조차 어렵다. 해방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나라 잃은, 피식민지인의 아픔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교과서나 텔레비전, 영화, 책, 전시관, 역사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도 없다는 말과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정동길을 걷는 오늘은 더욱 그렇다. 조선 왕조는 끝이 났지만 아픈 역사는 남아 있다.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관을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후손에게 가르쳐야 한다. 정동길 여행은 살아 있는 역사여행이다.

 

아관파천, 그 아픈 역사를 담은 구 러시아공관

영화 <가비>, 커피를 소재로 아픈 역사를 담다

 

▲ 탑만 남아 있는 구 러시아공관 Ⓒ전윤선

덕수궁 석조전 뒤에 있는 ‘구 러시아공관’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했다. 조선과 만주(중국 동북 지방)의 분할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일본이 싸운 것이지만, 그 배후에는 영국과 일본의 동맹(영일동맹, 英日同盟)과 러시아와 프랑스의 동맹(러불동맹, 露佛同盟)의 암투가 자리하고 있었다. 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끝이 났고, 전쟁에서 패한 러시아에서는 그 결과로서 혁명운동이 일어났다.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고 만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으나 미국과 대립이 시작되었다.

일본은 조선을 강제로 합병하고 일본의 만행은 점점 더 혹독해졌다. 명성황후를 낭인들을 시켜 난자한 일본 제국주의는 마침내 고종의 목숨까지 노렸고, 이를 알아챈 고종은 러시아 공사의 도움으로 궁을 몰래 빠져나와 러시아공관으로 몸을 피한다. 이른바 ‘아관파천(俄館播遷)이다.

영화 <가비>는 바로 이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에서 고종은 “나는 가비의 쓴맛이 좋다. 왕이 되고부터 무얼 먹어도 쓴맛이 난다. 헌데 가비의 쓴맛은 오히려 달게 느껴지는구나.”라고 한다.

당시 커피(가비)는 황족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들만 먹는 귀한 음료였다. 가비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먼지와도 같다고 했다. 지금은 누구나 가비를 흔하게 먹을 수 있지만 백 년 전 가비는 황족만 먹는 귀한 음료이고 영화 <가비>에서 고종은 가비로 인해 대한제국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탑 부분만 남아 있는 구 러시아공관은 당시의 시절을 증언해 주는 것 같다.

영화 <가비>를 보면 러시아공관에 피신해 있던 고종황제는 러시아 무기상에게 막대한 자금을 주고 무기를 구입해 의병의 힘을 키우려 한다. 하지만 통역을 하는 조선의 신하는 고종의 말을 왜곡해 통역하는데, 그자는 의병을 토벌하는 토벌대였다. 나라가 망하려면 매국노가 먼저 날뛰기 시작한 것 같다.

▲ 덕수궁의 수문장 교대식.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이루어진다. Ⓒ정은경

러시아 공사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고종은 일본에 매수되어 온 ‘따냐’라는 조선 여인에게 통역을 부탁한다. 따냐는 조선인이지만 아비가 역적으로 몰려 어릴 때 러시아로 도망친 조선에 대한 애증을 가지 여인이다. 그러나 고국으로 돌아온 따냐는 고종 옆에서 통역과 시중을 들며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고종의 진심을 알아간다. 고종은 따냐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중전을 보내지 않았다. 하여 아직 장례도 치르지 않았다. 허나 지금은 조선을 지키는 일만 생각하겠다!”

아비를 죽음으로 내몬 조선을 원망하고 있었지만 조선인인 따냐는 나리 잃은 조선을 보면서 애증으로 괴로워하며 마음이 흔들린다. 조국이 없는 민족은 떠도는 바람과 같다는 것을 러시아를 떠돌면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계속>

무장애 여행 정보

[정동전망대 예약 관련 정보]

✔서울 공공서비스 예약 사이트 예약 진행

✔매주 주말에만 이용 가능(공휴일 불가)

⏰ 운영 시간은 09:00~18:00

(12:00~13:00 점심시간 이용 불가)

✔ 한 시간 간격으로 예약 가능

✔ 사전 예약은 39명, 현장 입장 5명

(장애인, 고령자 등 정보 취약계층 한정)

✔ 정시 입장 후 40분간 이용 후 40분에 정동전망대 퇴장

✔ 요금은 무료

✔ 이용일로부터 14일 전 10시에 예약 오픈

1회에 1~4명까지 신청 가능

 

[가는 길]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

지하철역과 정동길이 1번 출구와 2번 출구 사이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바로 연결되어 있다.

 

[먹을거리]

-유림면: 50년 전통의 노포, 서울 3대 메밀집으로 유명하지만 냄비국수도 일품이다.(전화 02-755-0659, 서울 중구 서소문로 139-1)

-덕수정: 역시 5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맛집이다. 부대찌개와 오징어볶음 맛집으로 소문난 곳. 가성비가 좋다.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은 점심 장사만 하고 일요일은 쉰다.(전화 755-0180, 서울 중구 정동길 41)

-자연주의 카페 ‘루쏘(Lusso) 정동점’: 캐나다대사관 바로 옆에 있다. 커피 맛집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브런치 메뉴도 굿!(전화 02-772-9935, 서울 중구 정동길17)

 

[접근 가능한 화장실]

시청역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층,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 수도원 성당, 정동빌딩 1층 등에 장애인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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