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장애가족 침수참사, 뒷북대책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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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장애가족 침수참사, 뒷북대책 이제 그만
  • 편집부
  • 승인 2022.08.19 11:04
  • 수정 2022.08.19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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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내린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서 40대 자매와 13세 딸 등 일가족 3명이 빠져나오지 못해 참변을 당했다. 언니는 발달장애인이었다. 동생이 참변을 모면한 70대 노모 등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 주택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정신질환이 있던 50대 여성이 침수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강남구 개포동 판자촌인 구룡마을도 수해를 비켜 가지 못했다. 영화보다 더 참혹한 일이 현실화됐다. 취약계층의 열악한 주거환경 실상이 수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 취약계층에겐 수해마저 더욱 가혹했다. 정부의 재해대책은 물론 주거복지 정책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하겠다.

정부는 2007년부터 쪽방이나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의 공공임대주택 이주를 지원하는 등 주거상향 지원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주거상향 지원에 ‘지하층 주택’이 포함된 것은 고작 2020년부터다. 그나마 ‘시장 등이 홍수·호우 등 재해 우려로 이주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지하층 주택’에 한해서다. 반지하는 쪽방이나 고시원과 달리 주택이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가 2020년 하반기 이주지원 대상에 추가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한 전체 지원 대상 6026가구 중 17.5%가 반지하 가구였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지하 가구수는 전국 32만7320가구에 이른다. 이런 속도라면 어느 세월에 열악한 반지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답이 없다.

늘 그렇듯이, 이번 참사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서울시와 국토부는 즉각 뒷북 대책을 내놨다. 전국 반지하 가구 중 61.4%인 약 20만 가구가 몰려 있는 서울시는 8월 10일 지하·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반지하 퇴출을 선언했다. 이어서, 국토부는 8월 16일 재해 취약주택과 거주자 실태조사와 함께 공공임대주택 입주권을 주거나 임대 보증금 무이자 지원, 침수 방지시설 설치 등의 비용을 지원한다는 ‘재해 취약주택 해소대책’을 꺼냈다. 서울시의 퇴출 입장과 달리, 국토부는 반지하 유지 입장을 내비쳤다. 반지하는 서민·취약계층이 직주 근접한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어 수요가 상존하는데 반지하에서 나가면 더 나은 주택에 거주할 형편이 안 된다는 배려(?)이다.

서울시나 국토부나 반복되는 수재에 미봉책의 뒷북 대책을 내놓는 것도 문제지만 반지하를 탈출하려 해도 능력이 안 되거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이런 취약계층의 개별 사정들을 무시한 채 탁상공론으로 내놓은 급조된 대책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겠는가. 반지하의 열악한 주거 현실은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듯이 사생활 노출 등 범죄에 취약하고 침수 위험도 큰 구조다. 벌써부터, 반지하 퇴출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국토부의 손발이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것도 우려된다. 반지하가 거주용으로 적합한지 국토부장관에게 묻고 싶다. 수백만 원의 보증금조차 버거운 취약계층이 갈 데가 없어 침수 피해가 잦은 반지하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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