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입춘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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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입춘날 오후
  • 편집부
  • 승인 2010.02.05 00:00
  • 수정 2013-02-05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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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 기자의 흔들리는 시선

 경인년 입춘날 오후 아직도 춥다. 지난 겨울, 사상 유례없는 추위가 장애인들의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은 더 약해지고 굳어가며 얼마 안 되는 장애수당으로 한 달을 버텨내야 하기에 마음은 냉랭하고 생활은 점점 초라해져가는 것이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일명 저소득 장애인의 현주소이다.


 엄청나게 추운 날씨 탓에 도시가스도 많이 썼고 그 탓에 생활비가 10만원 정도 감소했으며 눈도 많이 내려 장애인들의 외출을 막았었다.


 길가에 얼어붙은 눈은 장애인들의 걸음을 더욱 떨리게 했으며 미끄러져 다친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차갑고 추운 겨울을 견뎌내 봄이 왔음을 알리는 입춘을 맞았다. 자연의 봄은 왔건만 우리 장애인들은 언제나 장애란 겨울 속에 갇혀 있고 활동보조시간의 이월 금지, 장애등급의 재판정 등 정부의 장애인 관련 정책은 점점 장애인들을 한 겨울로 내몰고만 있다는 생각을 기자만이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달 27일 오랜만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사례발표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장애인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당사자와는 달리 다수의 비장애인들은 알면서도 못들은 척 하다가 진정 등 적법절차를 거친 인권위의 권고 이행 전화를 받고서야 정당한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기자가 어렸을 땐 장애를 핑계로, 나이가 들면서부터 차별에 외면하며 운명과 내 팔자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나 취재현장에서 장애인차별에 맞서 기어 다니면서 항거하는 중증장애인 투사들을 볼 때마다 장애인의 한사람으로서 정신이 번쩍 들며 나도 모르게 투쟁의 마음이 생겨 몸이 후끈함을 느꼈음을 고백해야겠다.


그 투사들과 새해 인사를 하고 올 한 해도 장애인의 한사람으로서 작지만 앞으로 전진하는 한 해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하며 따뜻한 봄날을 학수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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