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차림과 변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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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09.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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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숙/(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 장명숙/(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필자가 장애계에서 일을 하게 된, 구체적으로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의 상근활동가로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1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설립된 ‘여성장애인전문성폭력상담소’의 개소로 인한 것이었다. 복지관에서 재가복지담당 사회복지사로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때 부르심(?)을 받았다. 크게 망설이지 않고 가야겠다고 정리하게 된 데에는 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여성장애인인 때문이었기도 했다. 그렇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의 초대소장으로 일을 시작했었다.


 그 당시 이미 비장애 여성들에 관한 성폭력근절 운동은 10여년 앞서서 성폭력상담소, 그보다 더 앞선 가정폭력상담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같은 여성 속에서도 여성장애인이라는 차이로 인하여 그때에야 비로소 첫 걸음을 떼어놓던 여성장애인전문성폭력상담소의 출발이었던 것이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준비기간을 거쳐 2001년 3월 15일에 개소식을 하며 세상에 알렸는데 실제적으로는 그 이전부터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이미 여러 건 접수되어 상담활동이 진행된 이후였다. 그렇게 시작되어 상담소에 의뢰된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들은 지적장애 여성에 관한 것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물론 다른 장애 유형에 대한 성폭력도 있었으나 70여%에 해당하는 지적장애 유형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기억하고자 한다. 


 지적장애는 그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으나 주로 IQ 70이하의 사람들을 말한다. 그로 인해 그들은 시간관념과 숫자에 대한 이해가 매우 미약하며 자신에 대한 방어능력이 매우 취약하고 스스로 조작한 거짓말을 대부분 못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적장애여성이 성폭력 피해자로 상담소에 왔을 때 상담에서 경찰 초동수사로, 검찰 조사로, 법정투쟁으로 이어지는 긴 시간들은 피해자 자신들에게 너무나 험난한 길이다. 또한 그 길의 전 과정을 함께 하는 여성장애인전문성폭력상담소의 상담원들은 피해 여성의 마음을 보듬으며 지지하며 때로 증인으로 서기도 하며 걸어야 하는 길이다.


 사례에 대한 예로, 10대 지적장애 여중생에 가해진 한 동네 사람들이라는 지역사회 집단 가해자에 대한 성폭력 사건,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시설 지적장애 여성들에게 몇 년 동안 지속되다 그 시점에서 드러나던 성폭력 사건, 성폭력 피해로 법원까지 갔다가 지적장애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로 되넘겨져 가해자가 승소한 피해자에 대한 역고소 사건 등등 이다. 


 그러한 사건을 지원하면서 사건에 깊이 개입되어 풀어나가면서 우리 사회 장애를 가진 여성들의 자리가 얼마나 무시당하는지, 얼마나 힘겹게 살아가는지, 어떻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는지를 절절히 체험하며 온 몸에 찾아온 분노와 증오를 휘감고 다녔었다.


 나아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후유증으로 개인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그것이 어떻게 치유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와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으로 가해자들의 행위에 대한 그 야만성과 부정적 나날의 시간에 대해 함께 접근해야 할 과제를 동시에 갖게 되었다.


 한 사람의 인권에 대한 침해는 자신의 에너지를 엉뚱한 힘으로 뽐내려는 자들에 의해 짓밟힘(집단 간에서도 다르지 않으리라)으로 이어진다. 그 후 10여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곳곳에서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은 지속적으로 끈임 없이 자행되고 있다. 여성장애인이라는 혹은 다른 어떠한 차이로 인해 차별을 받고 폭력을 당하는 것은 우리사회 전체의 부끄러움이고 수치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그리하여 기어이 변화의 나날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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