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환한 희망의 햇살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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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환한 희망의 햇살을 꿈꾸며
  • 편집부
  • 승인 200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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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희망의 증거를 보여줘’ 공모전 / 에세이부문 최우수상

2009 희망의 증거를 보여줘’ 공모전 / 에세이부문 최우수상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사장 김선규, 이하 공단)은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과 장애인고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조성을 위해 지난 4월 20일부터 7월 20일까지 에세이, 디자인, 영상 부문에 걸쳐 제18회 ‘희망의 증거를 보여줘’ 공모전을 시행했다.

각 부문 최우수, 우수, 장려상 등 총 27명이 수상했으며 본지는 수상작 중 장애인의 직업과 관련된 주제의 에세이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태욱 씨의 작품을 2회에 나누어 소개한다. <편집자 주>

먹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환한 희망의 햇살을 꿈꾸며<전편>

김태욱 作
                                                  
 당신은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겠느냐고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러냐고 다시 질문을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나의 내면 속에 내재되어 있는 나 자신의 삶의 뚜렷한 목표와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강한 의지 그리고 자신감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정신질환을 앓고 살아가는 정신장애 3급의 장애인이다. 내가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때 선친께서는 고혈압으로 작고하셨다. 그 여파로 예민하고 어린 사춘기였던 나에게 우울증이라는,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정신질환이 찾아들게 되었고, 자살을 3번이나 시도를 하는 도발적인 행동을 벌이기까지 하였다.


 유명하다는 정신병원은 어디든 가서 입원치료를 받았어도 퇴원을 하여 집으로 오면 또 다시 증세가 나타났다. 우울증을 앓고부터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주치의의 말로는 나 같은 경우 하루라도 약을 안먹으면 안된다는 소견을 듣게 되었다.


 더군다나 아버지께서 작고하심으로 인해 가정 경제형편이 좋지 못한 상황과 내가 정신질환을 안고 걸어온 세월들은 연세가 높아지신 어머니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것과도 같은 큰 아픔이었을 것이다.


 정신병원에 입원을 해도 호전되지가 않아 정신병원처럼 공간이 폐쇄된 분위기가 아닌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운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로 가게 되었다. 그 곳은 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퇴원한 정신장애우들이 자신의 사회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으며 생활하는 곳이었다.


 이 곳으로 오기까지 우울증을 앓고 12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며 그야말로 가시밭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나중에 깨달아 알았지만 그로 인해 정신장애는 내가 진정한 나 됨을 만들어가는 연단의 한 과정이었고 또한 현재 정신질환을 앓고 살아가는 나에게 있어서 그 연단의 과정은 곧 나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신장애로 살아가고 있지만 약을 꾸준히 먹으며 지내고 있기에 병에게 지배를 받지 않고 병을 다스리며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 곳에서 3년을 지내며 사회인으로서의 면모를 만들어 나갔고, 또한 검정고시를 통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예전과는 다른 좋은 모습으로 퇴소를 하여 일상으로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쯤인 2002년도 봄에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정신병원에 남자 보호사로 정신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취직을 하게 되었다. 몇 년 전의 내 모습과도, 아니 지금의 내 모습과 같았던 이 병원의 환자들과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누구보다 정신장애인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같이 웃으며 떠들기도 했다. 이 곳의 정신장애인들과 주고받으며 건네어진 내 입술의 한마디 한마디의 말들이 이 사람들에게 활력소가 되어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 퇴원을 하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비장애인들처럼 사회생활을 했음 하는 게 간절한 바램이었다.


 보호사로 있으면서 서러운 말 한마디를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다. “김 보호사는 여기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어떻게 생각해?” 그래서 “그냥 단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을 뿐 보통 일반인하고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환자들을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지. 김 보호사는 느끼는 게 없어? 아님 눈치가 없는 거야? 환자들을 짐승으로 봐야 일하기가 편할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의분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고, 당신이 정신장애인들의 그 아픈 마음 그리고 그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연민이라는 것을 느껴보고 그런 말을 하느냐는, 내 마음속 언저리에서 메아리처럼 울려대는 그 한마디 말을 밖으로 토해내고 싶었지만 나 또한 정신장애를 지닌 보호사였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그 곳에서 일을 하면서 같은 정신장애인으로서 그 곳에 환우들을 위해 진정한 대변자가 되어줄 수 없다는 것이 항상 뼈저린 아픔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사람을 짐승취급을 하고 더군다나 같은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 비단 내가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러한 사람들을 잘 돌봐주어야 할 의무를 가진 사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다.


 나는 그 정신병원에서 환우들을 돌보면서 환우와 보호사간에 관계의 선을 넘어서지는 않았지만 환우를 보호하는 보호사로서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진 그 곳에 입원한 환우들에게 나름대로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하려고 항상 노력하였다.


 나도 정신장애인으로서 입원을 해본 바가 있어 잘 아는 사실이지만 정신병원은 병원특성상 폐쇄되어 있기에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고 규칙에 잘 따라야 하며 바깥출입을 할 수 없는 곳으로 되어 있다.


 보호사로 처음 입사를 했을 때에는 이런 폐쇄된 공간속에서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겼지만 나도 정신장애인으로서 누구보다 그들을 잘 알았기에 내 몸 돌보듯 성심껏 돌봐줄 수 있었다.


 인권의 문제가 난무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때일수록 더욱 나와 같은 장애인들의 인격을 존중하고자 했다. 나이가 많으셔서 거동이 불편하신 분과 치매로 들어오신 어르신들에게는 항상 부모님을 대하듯 공손하게 모시며 내가 직접 식사를 먹여드렸다.


 내 주위에 보호사들은 “김 보호사는 환자들한테 너무 잘 해주는 거 아니야?” 라고 묻기도 했지만 “환우들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의무 아닙니까? 저는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하는 것 뿐 입니다.” 라고 반박하며 동료보호사가 뭐라고 하든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그 곳에 있는 환우들을 위로해주려 노력했다. 힘을 쓰는 일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봉사정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도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보람 있게 직장생활을 영위해가고 있었다.


 그런 내게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내가 그 곳에 입사한지 1년 정도 됐을 때였다. 보호사들은 교대로 밤근무를 한다. 내가 불침번을 서고 몇 시간이 지난 뒤 어쩌다가 주머니 속 양쪽을 다 뒤졌는데 장애인 복지카드가 없었다.

새벽 3시가 조금 안된 시간, 꼭 찾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허우적거리며 병동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에 긴장감이 엄습해왔다. 그것을 만약에 나 이외의 환우들이 주워서 간호사나 다른 보호사에게 갖다 주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죽도 밥도 못되는 신세였다.


 너무나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새벽 5시가 되기 10분전에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그만 둘 마음으로 병원 밖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을 한 후 몇 시간이 지나서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김 보호사님 병원으로 지금 당장 오세요. 그렇게 책임감 없이 그냥 가버리시면 어떻게 해요.” 나를 꾸짖으며 전화 수화기를 통해 귀가 따가워질 정도로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수간호사였다.


 전화를 받고나서 내 발로 뛰쳐나왔는데 다시 되돌아간다면 병원직원들과 환우들을 무슨 낯으로 대할까! 하며 탄식을 하고 있었고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했고 병원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시기에 원장실로 들어갔다. 고개를 떨구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장애인 복지카드를 건네며 말씀하셨다. <다음호에 계속>

*당선소감*

 저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은 시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같은 다른 장애인보다 더 편견 속에 살아가는 일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정신장애인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신장애인들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보통 일반인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점을 기억해주시고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버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가서지 못할 선을 긋지 말고 마음을 열고 보듬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정신장애인들에게도 취업 등 자기만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정신장애인 뿐만 아니라 여러 장애인들의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좀 더 자신감을 얻고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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