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기초장애연금, 조삼모사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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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기초장애연금, 조삼모사는 안된다
  • 편집부
  • 승인 200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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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의 숙원사업이던 장애인연금제도가 내년 7월부터 도입된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장애계가 반기기는커녕 오히려 정부의 중증장애인 기초장애연금법안에 대한 입법예고 철회를 주장하고 나서는 등 오는 13일 시한 입법예고한 법안에 대해 장에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어느 조항에서도 장애인의 절박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장애계의 요구를 수용한 흔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장애계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장애인연금법을 제정해 다시 입법예고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장애계의 반발은 곧 의견수렴 단계인 공청회 때부터 수급대상자 선정범위와 수급액 규모에 대한 정부와 장애계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음에도 이를 좁히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의 무대포식 태도에서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구체적인 연금수급액과 수급대상자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윤곽이 드러난 것을 놓고 볼 때 별로 달라질게 없어 보인다.

장애계의 요구를 들어주자니 그만큼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스스로 감세정책의 도그마에 빠진 MB정부가 정권의 정체성마저 포기하며 연금의 재원조달에 목맬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 법안은 빈껍데기 장애인연금법이라는 것이 장애계의 평이다.


 장애계가 이처럼 빈껍데기 법안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는 근거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장애인연금을 기초노령연금과 같은 월 9만1천원 수준으로 정하고 장애 1~6등급 가운데 1, 2급의 중증장애인만을 지급대상으로 한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이는 장애인의 빈곤율, 실업률, 차별적인 노동시장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나온 차별이라는 것이다. 기초장애연금 대상자가 장애수당을 받지 못하게 되는 점도 문제라고 장애계는 지적한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 중증장애인은 장애인연금제도가 시행돼도 실질적인 소득상승 효과가 없는데도 정부는 마치 모든 중증장애인들이 연금혜택을 받는 것처럼 발표하고 있다는데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장애계의 요구는 딱 두 가지로 요약된다고 할 것이다. 연금의 수급액이 껌 값이어선 안 되고 1, 2급의 중증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있는 지급대상을 경증장애인까지 포함한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장애계는 대상을 모든 장애인으로 하되, 소득에 따라 연금액을 차등 지급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연금수급액이 적어 장애인의 소득보장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증이든 경증이든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해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에서 정부의 장애인연금제도 도입의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장애계의 이 같은 요구를 무시한다면 입법예고한 증증장애인 기초장애연금법 제정안은 현재의 장애수당을 명칭만 변경한 것에 불과함에도 마치 새로운 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처럼 장애인을 기만하고 있다는 장애계의 비난은 면키 어렵다.

 바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 장애인의 경우 연금지급 시 장애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조삼모사(朝三暮四)와 다를 것이 없지 않느냐는 비판에 정부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정부의 제도도입 의도가 입막음과 생색내기식의 속임수에 지나지 않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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