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화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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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화를 생각하며
  • 편집부
  • 승인 200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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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응호/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연구실장

2007년 정부가 비준한 UN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a)항에서 “a)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거주지 선택의 자유, 어디서 누구와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가지며 특정한 거주형태에서 사는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대한민국 헌법 또한 제16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개인의 주거지 선택의 의견을 존중하여 주도록 명시되어 있다.

 비록 장애인들의 행동이 부자유스럽고 자기 의사의 표현력이 많이 부족하다 하여 다수의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소외시키고 집단화하여 ‘관리’가 편하게끔 해온 사실을 고백하여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조항들은 최소한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명문화 시키고 있다.

이러한 최소한의 사안에 대해서도 장애인들은 또 외면당하고 있다. 의무교육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경제활동에서도, 소외당했고, 더욱 주거의 자유에서도 소외당해왔다. 어려웠던 시절에도 불가능했던 것들이 경제선진대열에 동참하는 이 시점에서도 자행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떠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질문해보고 싶다. 나의 삶이 존중받기를 원하면서도 남 아니 그보다도 못한 소외계층인 장애인들의 삶에 관심조차 가지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

나의 삶이 존중받고 남의 삶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바로 우리 모두가 원하는 ‘통합사회’로 가는 길이며 성숙한 사회로 가는 21세기에 필요한 ‘정신문화’일 것이다.


 시설화(institutionalization)의 역사는 전염성의 질병환자 소수를 격리 치료하여 대다수의 존엄한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해왔고 그 역할을 다한 경우 대부분의 시설은 폐쇄되었음을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 시설이라는 개념 역시 병원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시설은 정신지체(이하 지적장애)와 정신장애인들의 치료와 교육의 목적으로 시행되어 왔으며, 기타 장애인들은 시설이라는 곳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기 위하여 자아의 필요 판단에 따라 입소와 출소를 하여 왔다.

유럽을 비롯한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탈시설화(de-institutionalization)’의 의미를 바로 지적장애인들과 정신장애인들을 사회속의 환경을 기초로 한 곳에서 시설에서 받던 서비스(치료 등)를 제공받게 하여 가급적 비장애인들과 같은 삶의 형태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그 개념을 확대하여 왔고, 또한 탈시설화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역할의 가치화란  개념을 추구하고 있다.

즉, 장애인을 비장애인으로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시설에서가 아닌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생활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역할을 찾아주고 보편적인 삶을 누리게 해주는 것이다. 탈시설화가 가능하게끔 적은 수의 장애인들과 그들을 보호할 관리인들로 소규모 단위로 지역사회 속의 환경을 기초로 한 장소로 재배치하고 있다.

지적장애와 정신장애를 제외한 어떠한 장애의 경우에도 집단적인 시설입소의 역사를 찾아볼 수 없었으며 자연스럽게 사회에 흡수되어 왔다.

물론 지체장애인 중 몸의 움직임이 많이 불편하여 보조인 등 특별히 필요한 것에 대하여 사회적 논의를 거쳐 ‘도움’을 줄 수는 있었지만 우리나라처럼 시설이라는 곳에 집단적으로 이주시켜 관리하지는 않았다.


 서울에 있는 38개의 시설에서 생활하는 3천728명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서울시정개발원이 조사한 탈시설 욕구 전수조사에서 87.5%가 시설에서의 생활에 매우 불만족하다로 답했으며 시설입소를 본인이 선택했다는 경우는 2.7%에 불과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강제적으로 입소되어 있으며 시설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입소되어 있는 지적장애인이 무려 33.0%에 달하며 10년 이상 입소되어 있는 장애인도 46.0%나 되었고 20년 이상 입소되어 있는 장애인도 11.8%나 되었다.

장애인이 무슨 사회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어서 이토록 오랫동안 ‘감옥’에 감금되어 있을 아무런 이유도 없고 설사 책임질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장애인들 경우처럼 이정도면 충분한 ‘장애의 죗값’을 치르지 않았겠는가!

장애유형별로 100%의 청각과 안면장애인, 68.4%의 뇌병변장애인, 50.0%의 간질장애인, 48.2%의 지적장애인, 41.1%의 정신장애인, 33.0%의 언어장애인, 33.2%의 지체장애인 등이 시설에서 나오기를 희망했다.


 2007년도 보건복지가족부의 장애인생활시설 운영 현황을 보면 전국에 314개의 생활시설이 운영되고 있고 6개의 장애구분으로 지체 10.5%, 시각 3.65%, 청각언어 2.40%, 지적 43.0%, 영유아 2.04%, 중증요양 38.4% 등으로 2만1천709명이 입소하여 있고 한국정신요양협회의 2009년도 2/4분기 정신요양시설 입소자 현황에 따르면 정신장애 요양시설은 58곳에 1만1천704명이 있으며 이 중 5% 정도의 지적장애인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경우 최소 2만1천29명의 장애인이 시설에 입소하고 있고 분명 이들에게도 탈시설 욕구 전수조사가 이루어지면 서울시의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임이 분명하다.


 현재 유럽을 비롯한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범주가 많이 넓어지고 있고 지역사회 속에서 생활하는 두 장애그룹에 대한 시설에 재입소(re-institutionalization)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하고 새로운 방법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중이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덜 시설화 속에서의 살해당함과 자살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반사회적 행동에 대한 인륜적 도덕성에 입각한 정책기조의 흐름 때문이다. 유럽을 비롯한 미국, 캐나다의 탈시설화의 역사는 1950년도에 시작했다.

그간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많은 연구논문과 논쟁 및 논의가 있었다. 이것으로 인한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어 보다 인륜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으로 개선되어 발전돼 왔고 이에 꾸준히 탈시설화의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먼저 탈시설화를 시작하여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지적장애와 정신장애인들의 탈시설에 대한 논의도 주의 깊게 연구하여야 하며 두 장애그룹을 제외한 기타 장애인들에 대한 탈시설화는 하루빨리 성취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의 대책이 시급한 사항이다.

‘사회복지시설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공동투쟁단’이 연합체로 구성되어 탈시설화에 대한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서울시의 경우 전면조사에 대한 최종결과보고서도 아직 제출하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해결책으로 제시한 사안들에 대한 답변은 아직 관계당국과 기관에서 발표한 것들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보니 소외당하는 사람의 소외기간이 더욱더 길어져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이글을 아직도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투쟁중인 석암재단소속 장애인과 공투단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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