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세상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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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세상에 있지 않다
  • 편집부
  • 승인 200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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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김영희 / 진보신당 부대표

 평택 쌍용자동차 농성현장의 달빛은 곱다. 어른들은 분노로 펄펄 끓고 있는데 경찰과 용역과 노동자와 인권단체와 정치인들은 소리 지르고 밀고 당기며 울부짖는데 어떤 아이는 그 장면을 무심하게 상관없이 쳐다보더니 혼자 놀이로 돌아간다.


 왠지 이런 상황이 가슴 서늘해진다. 경찰보다 용역보다 더 무서워진 것은 아이의 무심함이다. 이렇게 어수선하고 피를 흘리며 엄마들이 울고 있는데 아이가 무심해져 간다는 것.

훗날 이 아이에게 오늘은 어떻게 기억될 것이며 무엇보다 아이의 감정이 얼마나 무디어져갈 것인가. 작은 상황에도 민감해질 수 있고 그것에 반응하는 아이로 키워져야 할 텐데 어른들의 극한 감정들을 보고 자라게 될 우리 아이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미안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지도록 만든 공범 중에 나도 있고…책임감을 느낀다.


 우리는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이후 내가 최선을 다하여 아이들의 아버지가 평화적으로 일자리를 잃지 않고 돌아 올 수 있도록 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노동자 투쟁이 장애인과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다. 오랜 세월 쌍용자동차회사의 노동자로 살아왔건만 회사경영자들이 중국 상하이회사에 팔았고 그들은 중요 기술만 빼고 돌아가 버렸다. 결국 회사 측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를 정리해고해서 회사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어느 날 일자리를, 생존권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사람을 행정적인 단순한 수치로만 판단하고 필요에 따른 기준으로 하루아침에 본인 의사의 존중 없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결국 장애인을 바라보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가치를 절하시켜가는 현 상황은 틀림없이 장애인도 별로 다르지 않는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이 우리 모든 관계 안에서 이와 같은 기준이 될 것이기에 지금 더 가열찬 저항을 시작해야 한다. 관심 있게 현재 자기 위치에서 저항해야 한다.
 달이 밝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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