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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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사회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0.01.23 09:40
  • 수정 2020-01-29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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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역시 장애인 관련 막말이 시작되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후천적인 장애인이 선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강하다.”라는 발언에 대해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라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예를 들며 공격했다. 가끔은 자기들끼리 얼마나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잘 쓰는지 경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의도 없는 무의식에 말했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늦었다. 우리는 이제 그의 무의식에서의 장애인 이미지가 어떤지 확실히 안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장애인들이 받은 상처를 풀어주기 위해 이해찬 대표를 비판한 것이 아닌 그저 비난을 위한 비난임을 전 국민에게 다시 한 번 알려줬다.

미국의 대배우 메릴 스트립은 2017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연설에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힘을 가진 이가 남에게 굴욕감을 주려는 본능을 드러내면 다 모든 이의 삶에 퍼져나갈 겁니다. 마치 다른 사람들도 그런 행동을 해도 된다고 승인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혐오는 혐오를 부르고 폭력은 폭력을 낳습니다.”라고 연설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막말과 차별·혐오 발언을 비판하기 위해 한 말이지만 이는 현재 한국에서에도 훌륭히 적용된다.

사피어-워프 가설은 언어가 우리의 사고를 규정한다고 말한다. 소설가 조지오웰은 그의 저서 ‘1984’에서 어휘를 통해 군중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사회를 보여준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해 사물에 명칭을 부여함으로써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한다. 힘이 강한 언어일수록 멀리 뻗어나가고 강한 생명력을 얻는다.

정부 주도로 비하·혐오발언을 입법화해서 처벌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기자 개인의 생각으론 강제성이 언어 습관을 바꿀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언어는 대물림되고 학습된다. 특히 공인의 말은 더 그렇다. 메릴 스트립이 말한 대로 공인의 언어는 사람들 사이에 스며든다. 공인의 말은 생명력이 강하다. 이름 없는 무언가는 단지 하나의 몸짓이지만 명칭을 부여함으로써 꽃처럼 아름답게 보일 수도 혹은 추하게 보일 수도 있다. 현재 공인들의 언어는 애꿎은 장애인들, 소수자들, 약자들을 사회에서 혐오해야 할 대상, 부정적인 대상으로 규정한다. 심지어 이번 논란의 주인공은 전 국무총리이자 현 여당 대표와 제1야당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대변인이다.

언어는 개인의 사고를 지배한다. 개인은 모여 집단이 되고 집단은 사회가 된다. 결국 언어는 한 사회의 지성을 검증하는 척도가 된다. 만약 언어로 현재의 한국의 성적을 매긴다면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하위권은 아니길 바라지만 절대 상위권 아니 중위권도 아니리라 생각된다.

 
배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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