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장관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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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 편집부
  • 승인 2016.03.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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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대학교 유아특수교육학과 학생 일동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지시는 교육부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한국교통대학교 유아특수교육학과 학생들입니다. 
저희 한국교통대학교 유아특수교육학과 사태가 2014년에 시작되어 어느덧 3년째에 접어드니, 장관님께서도 대략적 내용은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희 유아특수교육학과 학생들은 학과폐과 철회와 부당한 징계에 의해 해임된 저희 교수님의 징계철회를 요구하며 수업거부를 실시한지 5일째입니다. 어제와 그저께 괴산경찰서의 정보과 형사님께서 계속 찾아오셨고, 어제는 대학본부의 학생과 직원분께서 찾아 오셨습니다. 얼마 전 총장실 점거로 증평캠퍼스 학생대표가 형사고발 당한 상황에서 형사와 직원 분을 만나는 저희는, 저희 역시 고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무서웠습니다. 
 
얼마 전 TV에서 방송되었던 ‘미생’과 ‘응답하라 1994’의 바둑이야기에 「복기(復棋)」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희 학생들은 그 누구보다 즐거워야 할 대학시절, 활기로 가득차야 할 신학기에 왜 우리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그동안 여러 교수님들, 본부 보직자들, 총장님 등의 말씀의 조각을 모아 다시 되돌아 봤습니다.  
 
이 문제의 시작은 대학구조개혁에서 시작됩니다. 사회적 구조의 변화에 따라 우리대학도 구조개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에 우리 모두 동의합니다. 우리대학은 구조개혁을 ‘교통특성화’에 맞추고, 이를 위하여 유사학과를 ‘통합’하여 효율적 운영을 한다는 구조개혁의 첫 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대학본부에서는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14개 학과의 통합을 추진합니다. 이때 대학본부는 외부 컨설팅 업체도 그렇고, 교육부에서도 유아특수교육학과와 유아교육학과는 유사하지 않다는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아특수교육학과와 유아교육학과를 유사학과로 제안합니다. 그런데 2014년 4월 22일 전체교수회의에서는 유아교육학과를 제외하고 유아특수교육학과는 대학본부의 결정에 따른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13개 학과의 ‘통합’에 대한 전체교수회의 투표를 실시하여 가결시킵니다. 
 
2015년 9월 22일 대학본부는 교무회의를 열어 ‘14.04.22. 교수투표 결과를 근거로 유아특수교육학과가 폐과되었다는 통보를 합니다. 당시 교무위원이었던 어떤 교수님께서 당시 대학본부는 교통특성화를 위해 ‘자동차 학과’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위해 유아특수교육학과를 폐과하고 자유전공학부 인원과 합하여 자동차 학과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속내였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여기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학교가 ‘교통 특성화’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졸업생도 배출 안한 학과를, 그리고 사람을 가르치는 사범계 학과를 한낱 기계에 불과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근거도 없이 폐과를 하다니요?
게다가, 당시 교무회의에서는 폐과 결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본부에서는 폐과를 전제로 하는 2가지 안을 교무위원회에 상정하였으나, 교무위원회에서는 유사하지도 않은 유아교육학과와 통합운영하고, 정원의 일부를 자유전공학부로 조절하도록 한다고 결정 한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이미 5월 달에 두 학과의 통합운영은 불가하다는 공문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의 회의에서 교육부에서 안된다고 하는 ‘통합’을 하라니요? 이는 교무회의에 참석하신 교수님들이 사범계 학과에 대한 이해도 없이 결정한 상항입니다. 이미 두 학과가 통합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대학본부는 이 결론을 ‘폐과’로 확대 해석합니다. ‘자동차 학과’를 만들기 위해서 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이후, 저희 유아특수교육학과는 유아특수교육학과의 존립 필요성과 사회적 수요, 폐과 철회의 문제점 등을 학교 내・외부에 알리며 부당함을 주장하였습니다. 
대학본부는 이미 ‘자동차 학과’ 신설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인지 명확한 폐과 이유를 들지 못하면서 단지 학과 모집인원 15명이라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폐과 한다고만 이야기 했습니다. 저희를 도와 주시던 충북 장애인 부모연대에서는 학과 유지를 위한 방안으로 폐과하느니 차라리 충북대나 교원대 등 사범계 학과를 양성하는 학교로 이전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총장님이 충북대에 유아특수교육학과를 가져 갈 생각이 있느냐? 15명 중 6명은 교통대에서 쓰고 나머지 9명을 줄 수 있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사실, 이렇게 9명이라도 살려 주시려고 노력해 주신 총장님께는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6명은 어디에 쓰려던 것일까요?
 
이 시도가 증평캠퍼스 학과들의 캠퍼스 통합 이야기가 나오게 된 시발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교통특성화’를 위해 사회적 수요가 많은 유아특수교육학과 폐과를 강행하는 대학본부의 모습을 보며, 보건・의료 계열인 증평캠퍼스 학과들은 미래에 대한 공포가 생긴 것입니다. 이후 총장실 점거 등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마침내 학생고발과 교수 해임 및 정직이라는 국립대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의 시작은 대학본부가 어떤 목적을 위해, 교무회의에서 결정한 ‘통합’을 ‘폐과’로 왜곡하여 추진 한 사실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저희 교수님은 이러한 행정적 절차의 오류를 바탕으로 강행되는 ‘폐과’를 “부당한 명령”이라 생각하여 모든 시위와 단체행동을 중단하라는 총장님의 명령에 반하여, 저희 학과를 살리기 위하여 노력하신 것입니다. 
저희 교수님이 공무원이긴 하지만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내려진 “부당한 명령”을 거부 한 것이 과연 해임을 당할만한 사유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공무원은 사회적 부조리에 대항하여 정당한 행동을 하지 않고, 상급자의 눈치만 보며 암암리에 부조리가 성행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지난 2년 간 유아특수교육학과 학생들과 교수님은 논리적으로, 대화로, 사회적 수요를 근거로 대학본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학본부는 저희들의 그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않으시고, 그냥 인원이 적기 때문에 폐과라고만 하셨습니다. 
 
저희들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국립대학인 우리 학교가 어떻게 소수 몇 사람의 목적을 위해 행정적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지?
 
학과를 만들 때 3명의 전임교수를 채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명의 전임교만을 채용하여 4년 동안 운영하고, 5년째에는 그 한명의 교수를 해임하고, 전공도 하지 않은 교수님을 전임교원으로 배치할 수 있는지?
 
국가에서 운영하는 교원양성 기관이 전공교수가 부족하여 2개 전공필수 과목을 폐강하고 내년에 개설해 줄 테니, 그때 들으면 졸업에 아무 문제없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지?
 
저희 학교 모 처장님과 교육부 차관님이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후배여서 저희 학교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총장님과 함께 만나 의논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과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희 학과 폐과와 전임교수님의 부당해고 등을 교육부에서 방관하시는 것인가요? 저희는 아직 세상을 모릅니다. 
 
어떤 교수님은 “수업거부가 계속되면 F 학점을 주고, 그러면 너희는 장학금도 못 받고, 유급해서 졸업도 못하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경찰서 정보과 형사님도 무섭고, 학교 교직원들도 무섭습니다. F 학점을 준다는 교수님도 무섭습니다. 그러나 이유도 없이 학과가 폐과 당하고 부당하게 교수님이 ‘해임’ 당하는 것을 방관하면, 졸업 후 교사가 되어 우리가 가르치는 장애학생이 피해를 입었을 때 내가 당한 피해가 아니니까..하며 등을 돌릴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지난 2년 간 교육부에 수차례 호소도 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교육부는 국립대학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교육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범대 양성기관의 불성실한 운영과 전임교수를 부당하게 해고하는 저희 대학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교육부 장관님께서 도와주십시오. 
 
 
 
2016년 3월 4일 
 
한국교통대학교 유아특수교육학과 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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