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시행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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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시행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문제점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4.04.25 09:53
  • 수정 2014-04-2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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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시행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문제점

‘기초법 개악저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민중생활보존위원회’는 지난 11일 이룸센터에서 ‘아는 것이 힘! 우리의 힘으로 기초법을 바꾸자!’는 주제로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 교육과 토론을 진행했다. 2000년 생활이 어려운 분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기 위해 시행한 기조생활보장제도는 현행 통합급여 체계에서 14년 만에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 각 급여 대상별 특성에 맞게 맞춤형 개별급여 체계로 개편된다. 이날 교육을 맡은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을 만나 기초법 개악안 등 현 정부의 빈곤정책의 문제점 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재상 기자>

▲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기초법개정안, ‘예산맞춤형’제도로 수급자권리 훼손우려 커”
인터뷰/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기초생활보장제도 기본골격 흔드는 개정안
Q. 정부는 오는 10월 시행을 목표로 현행 통합급여를 맞춤형 개별급여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개편을 추진 중인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 낮은 최저생계비 등의 문제로 인해 넓은 사각지대를 제대로 포괄하지 못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제대로 된 개정을 요구해 온 빈곤사회연대 등 사회시민단체들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상대빈곤선 도입을 통한 최저생계비 현실화, 차상위․차차상위 계층 등 포괄적 빈곤층에 대한 일부 급여 우선 보장(개별급여 시행), 추정소득 등을 통한 수급비 삭감/수급탈락 금지, 낮은 재산의 소득환산율 개선 등을 요구해왔습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이 중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개별급여 도입, 상대 빈곤선 도입 등을 약속했습니다. 요구해왔던 것들의 상당 부분이 이번 개정을 통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법안이 발의되고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면서 이는 오히려 ‘개악안’이라는 평가입니다. 무엇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골격을 흔든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점입니다.
정부의 이른바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은 기존 제도가 안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 아니라 최저생계비라는 급여와 선정 기준선을 중심으로 통합급여를 실시함으로써 종합적인 빈곤정책으로서 역할을 해왔던 제도의 의미를 부정하는 방안에 가깝습니다. 사실상 정부 안인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이 지난해 6월 국회에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선정과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생계비 개념을 해체하고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의 소관부처를 국토교통부, 교육부로 이전하는 한편, 각 급여의 기준을 각 행정부처 장관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기능을 축소했습니다.
복지부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수정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재 중앙생활보장위원회조차 비민주적으로 예산 의존적으로 결정해왔다고 비판받았던 것을 고려할 때 믿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개정안이 종합적 빈곤정책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제도 개악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맞춤형 급여체계’가 아니라 정부 판단에 따른 ‘예산 맞춤형’ 제도 운영이 될 수 있는 법안이며, 수급자 입장에서는 제도의 권리성이 훼손될 우려가 아주 큽니다.

기존 수급자 자격 미달 찾기에 집중
Q.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회복지 공무원을 5천명 추가로 증원한다고 하는데, 송파세모녀의 비극에서도 나타났듯 기초생활수급제도 진입이 어려워서이지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 부족해서라고 생각되지 않는데요. 그동안 빈곤층의 발굴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왔는지요.
A. 대통령께서는 송파 세 모녀가 있는 제도를 활용 못해 안타깝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저희 판단에도 그렇고 일선 사회복지공무원들 역시도 ‘신청했어도 지원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사각지대 발굴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사각지대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있지만 지원할만한 제도가 없다는 입장이 많아요.
현재 복지제도 운영은 사각지대를 발굴하거나 복지욕구를 발굴하는 방향이 아니라 기존 수급자에게 자격 미달의 요소가 없는지 끊임없이 검토하고 삭감, 탈락에 누락이 없도록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를테면 통합전산망(행복e음)의 목표를 보면 ‘사각지대 발굴’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행복e음을 통한 사각지대 발굴을 어떤 식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는 것입니다. 3년 전 ‘화장실 삼남매’ 사건이 있을 때도 사각지대 발굴을 정부는 지시했지만 수급자 숫자가 전혀 늘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근본적인 대책은 없이 당면한 문제를 수습하거나 관리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부양의무자 기준 같은 경우에도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를 법에서는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실제 부양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보장기관이 수급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과 절차를 명시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제 부양받을 수 없다고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법이 원래 그렇다’는 말로 거절당하기 일쑤라는 거죠. 이는 개별 공무원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제도가 지속적으로 수급권자들을 ‘감시’하고 ‘검증’하는 데만 집중되어 왔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다른 복지제도들도 ‘신청주의’에 기반하고 있는데,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 권리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런 신청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지를 모든 국민들의 권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나 발굴이 중요하지만 홍보나 발굴이 문제의 전부라고 볼 수 없습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135만명 정도 되는데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탈락하는 사람만 117만명 정도 됩니다. 이들 모두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몰라서 신청을 못하고 있는 걸까요? 부양의무자로부터 실제 부양받고 있을까요?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단지 홍보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사각지대 발굴이 다 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는 것이죠.

단순한 공적 자료 합만으로 수급자의 삶을 측정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Q. 지자체에 오는 10월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을 위해서 수급자 실태조사 계획 등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고 문의하면 전산시스템에 의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하던데, 행복e음을 통해 수급자 실태조사 및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아는 대로 설명 바랍니다.

 

A. 행복e음에 수급자의 통합정보가 구축되어 있고 국세청이나 각종 금융정보 등도 함께 관리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 등은 행복e음 전산망 안에서 직접 열람 가능한 것은 아니고 공개요청을 통해 자료를 받으면 행복e음에 입력되는 방식인 것으로 알고 있고요. 구청 등의 지자체에 있는 ‘통합조사팀’에서 수급자에 대한 조사가 되면 수급비 변동, 수급권 탈락 등의 사실을 동사무소 등에서 수급자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가스, 전기요금 등을 미납한 가구 등에 대해 지자체가 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얼마나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합전산망의 문제점은 단순한 공적 자료의 합만으로 수급자의 삶을 측정한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무엇보다 빈곤층의 실제 삶에 근거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통합전산망 도입 이후 ‘자격 관리의 엄정화’, ‘부정수급 방지’라는 명목으로 수급탈락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통합전산망에 뜬 정보라 할지라도 사실여부가 확인되고 이의신청기간이 완료될 때까지 수급자격을 보장하는 보완책이 긴급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개정안, 가뜩이나 복잡한 제도 한 번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Q. 중증장애인 및 기초생활수급자, 사회복지사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초법 개악저지!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민생보위’ 주최로 개편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 교육과 토론에선 수급자 및 탈락자들의 질문과 불만이 터져 나왔을 텐데 몇 가지 소개 바랍니다.
A. 어려운 제도는 권리 자체를 제한한다고 생각합니다. 수급신청하시는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신청해도 안 될까봐 걱정하시는 건데, 신청해도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결정통보만 기다린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거든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불친절합니다. 워낙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혼자서 신청하거나 이의신청 절차를 밟기 어렵기도 하죠. 이번 정부의 개정안은 이렇게 복잡한 제도를 한 번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급자의 입장에서 알 수 있는 교육과 토론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게 됐어요.
당일 교육과 토론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졌는데, 이 자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문제점은 1)부양의무자 기준, 2)비현실적인 복지급여 수준, 3)수급비가 적고 일할 곳이 없어 탈수급의 어려움, 4)제도가 너무 어려운데 잘 안내도 되지 않는다는 것 등 이었습니다. 수급당사자로서, 혹은 수급당사자와 함께 살아가면서 느낀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대책으로는 1)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최저생계비 현실화, 2)6.4지방선거에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함, 3)언론에서 빈곤문제를 일시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함, 4)실제 빈곤 당사자들이 모여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함 등을 꼽았는데, 무엇보다 빈곤 당사자들과 함께 소통하지 않는 빈곤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았습니다. 법과 제도가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모순을 가지고 있어서 나온 지적이 아닐까 싶어요. 학계나 정부, 복지부, 야당조차도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국민적 논의없이 어물쩍 바꾸려 한다
Q. 최근 빈곤사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으로 구성된 ‘기초법 개악저지!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민중생활보장위원회’에서는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A.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인들과 함께 끝장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었죠. 그 모습을 보고 아마 제안해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 빈곤층을 소외시키는 경향이 있다 보니 본인들의 문제인 빈곤문제에서도 발언권을 제한당하고 있는 것 또한 커다란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중생보위에서 최저생계비를 결정하지만 중생보위에 수급자를 대표하거나 수급자가 참여할 수 있는 자리는 없거든요. 학계나 영역을 대표하는 사람들에게는 허락된 자리가 정작 당사자인 수급자에게는 없어요. 기초생활수급자든 빈곤층이든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유념해서 빈곤정책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빈곤문제 해결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의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두고 ‘아쉽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아직 통과되지 못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나라 빈곤정책의 기반을 이루는 아주 핵심적인 복지제도입니다. 이를 국민적 논의나 합의 없이 어물쩍 바꾸려고 하는 것은 빈곤문제가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현재 상황을 역행하는 태도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법안을 발의한 적도 없이 새누리당 의원의 법안을 본인들의 법안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뒷문입법, 꼼수입법이 아니라 정부는 정정당당하게 정부 입법안을 통해 대국민 공청회 등을 거쳐 빈곤문제의 진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박 대통령은 우리와 만나서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 장애 당사자 및 관계자들이 기초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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