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불교 속의 장애와 장애인 어떻게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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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불교 속의 장애와 장애인 어떻게 보고 있나?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4.03.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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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창설한 한국장애학연구회가 지난달 2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와 종교-기독교와 불교의 장애 관점에 대한 장애학적 고찰’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장애학연구회 회장인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장애를 문화적으로 조망하고자 할 때 어느 사회든 문화의 가장 기저에 있는 종교,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대표 종교인 기독교와 불교의 장애 관점을 거론하게 되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정리= 이재상 기자>

종교계,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봐

기독교,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벌…비장애인 경각심 일깨우는 대상
성경에 기록된 장애에 대한 서술, 시대적 상황 맞게 재해석돼야

이날 기독교 주제발표자로는 미국 ‘조이 센터 포 더 디스에이블드’(Joy Center for the Disabled)의 이사이자 리폼드 신학교에서 장애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장애신학 : 하나님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의 저자인 김홍덕 목사가 맡았다.
김홍덕 목사는 “기존 장애에 대한 정의가 의학적, 문화적, 사회학적 상황으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 견해를 동반한다는 한계가 있고 장애학은 이런 편견을 수정하는 소극적 노력이라면 장애신학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규명한다는 점에서 장애학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애인신학과 장애신학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김 목사는 “장애인신학은 성경 속 장애인 이야기 또는 장애인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장애인이라는 사람이 신학의 중심이기 때문에 성경의 특정 내용이 당장 장애인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보일 수도 있다.”며 예를 들었다.
레위기 21장 16-14절을 보면 아론의 자손들(제사장)에게 명한 규례가 제시돼 있는데 이 규절에 포함된 육체에 흠이 있는 자(장애인)로 시각장애, 지체장애, 안면장애 등을 열거하고 이들을 종교활동 자체를 금지 시 했다.
이 레위기 21장에 대한 해석은 제사장에게만 적용되는 엄격한 규정이었는지와 장애인 전체를 부정한 사람들로 보았는지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 김 목사는 “구약에서의 제사장에 대한 엄격한 자격요건을 주고 있는 것은 당시 제사장은 땅에 속한 존재로서 하늘의 영역을 만족시키는 중간지대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흠이 없고 혈통이 깨끗해야 하며 시체를 만져본 적이 없어야 하는 등 하나님의 거룩함을 설명하기 위해 장애인들에게는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제한된 인간의 문화와 언어를 사용해 하나님의 깊은 뜻을 설명해야 하는 하나님의 고육지책이었을 것”임을 설명했다.
따라서 레위기에서의 강조점은 신체부적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식에 부적합한 의식의 부정함으로 해석돼야 하며 구약에서도 신체장애인이 예배와 사회로부터 거부된 것은 아니라는 것.
한편, 장애신학은 성경을 읽는 독자에게 장애 모티브를 통해 하나님나라의 속성을 말해주고 현재의 장애인을 통해서도 하나님나라의 모습을 드러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애신학은 장애를 매개체로 해서 하나님과 그의 백성과의 관계에 관심을 둔다. 예를 들면 역사서에서는 장애가 이스라엘 나라의 운명을 암시해주는 메타포(비유)로 쓰이기도 하고 예언서에선 장애인을 말하기보다는 장애라는 이미지를 사용해 하나님과 그의 백성과의 영적인 관계를 설명해준다.
김 목사는 “성경은 장애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라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 이미지는 하나님의 마음을 읽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장애신학은 장애라는 이미지를 통해 하나님의 속성을 발견하는 작업”임을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장애신학의 정립은 어느 한 학문적 접근으로는 불가능하며 신학의 다양한 영역에서 주는 통찰력을 동원해 성경 전체가 주는 장애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함”을 밝혔다.
끝으로 김 목사는 “지금까지 교회에서는 장애를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벌, 비장애인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훈적인 요소, 하나님의 특별한 메신저 등 단지 목회의 관점으로만 바라봐 왔다.”면서 “이는 이미 2천 년 전 예수님이 전인적 치유를 주시며 당당히 사역의 파트너로 삼은 장애인을 교회는 아직도 전통이라는 우리에 가둬놓고 상처를 주며 사역의 대상으로만 대하고 있는 상황”임을 밝혔다.
김 목사는 “성경에 기록된 장애에 대한 서술, 스토리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다시 그 기록을 현재적 상상에 비춰 시대적, 문화적 요소와 절대적, 보편적 가치를 가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신학과 장애신학의 서열화는 바람직하지 않아”

토론자로 나선 경인교대 우충완 박사는 “능력 있고 완전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신학을 규명하다보니 장애인들에게 편파적이고 무관심한 신학이 되고 말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장애인신학과 장애신학의 서열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 박사는 “장애인신학과 장애신학의 서열화는 비장애인 중심주의로 환원될 수 있고 장애인의 삶의 경험이 성경 텍스트의 의미를 확장시켜 하나님의 뜻을 더욱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 주장했다.
우 박사는 “미국의 장애신학자 낸시 이슬런드(Nancy Eiesland)는 그녀의 저서 ‘장애인 하나님’(1994)에서 부활한 그리스도의 상처난 몸의 이미지를 차용해 장애인과 하나님의 현상을 동일시했다.”면서 “이 이미지는 장애인이 온전한 인간임을 확인시켜줬을 뿐 아니라 장애유무를 떠나 모든 사람은 취약하고 상호의존적이며 교회공동체가 모든 사람들의 요구와 필요에 맞게 재정립돼야 함을 명백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신학은 비장애인 중심의 한국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면서 “이를 위해 성경의 재해석과 올바른 신앙교육, 장애인의 삶의 경험과 목소리의 적극적 반영, 인간의 존엄성에 기초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대의식 고취 등 한국 교회의 자성과 개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임을 주장했다.

불교, 신체적 장애를 전생의 업보로 해석
신도들로부터 장애에 대한 편견 바로잡기 위한 교육 시급

불교 주제발표자로는 ‘영성과 사회복지학회’ 학술위원장이자 ‘종교 사회복지’의 저자인 이혜숙 금강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이혜숙 교수는 “불교인들은 신체적 장애와 생활고를 포함해 인생의 역경이 생기면 대개 ‘전생의 업보’라고 그 상황을 해석한다.”면서 불교 경전에 언급된 장애인에 대해 설명했다.
‘대반야바라밀다경’ 435권 8569쪽 지옥품에서는 사람이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이유를 반야바라밀다를 비방하고 부처님의 법을 무너뜨린 업의 남은 세력이 다하려 할 때에 아귀의 세계에서 벗어나 인간으로 태어나지만 장애를 갖고 태어난다.
‘대반열반경’ 8권 170쪽도 마음으로 지은 가지각색의 업으로 인해 청각장애와 시각장애가 온다고 쓰여 있고 ‘대보적경에선 누구든 부처님의 법을 부정하거나 법을 배우는 데 방해를 하거나 전생에 악업을 짓고 가르침을 받지 않으면 여러 가지 신체적 장애가 생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업보’에 대해 ‘업’이란 작위나 행위를 의미하고 ‘보’란 이숙, 성숙함을 의미한다, 어떤 절대자나 창조주의 의지가 아닌 인간의 의지가 담긴 행위와 그에 대한 필연적 반응관계를 강조한 것이며 숙명론처럼 만사가 과거에 결정된 운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행위가 어떠한지에 따라서 다가올 미래가 결정된다고 가르친다.
‘업보에 의한 윤회’는 한 사람이 전생에서 이생으로 그대로 옮겨간다는 것이 아니라 전생의 요소들을 조건으로 이생의 요소가 생기고 이생의 요소를 조건으로 내생의 요소가 생긴다는 원리다.
이 교수는 “불교계 장애인복지 관련 자료를 국회도서관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온라인 검색 결과 2013년 7월 현재 불교관련 자료의 4% 수준에 불과했으며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2006년 자료에 따르면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의 전체 사업분야에서 장애인복지의 비중은 10.2% 정도로 불교계는 장애인 분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조계종에서는 지적, 지체장애 등 장애를 가진 이들이 출가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다. 이 부분과 관련해 2011년 개정이 이뤄졌지만 교육법에는 아직 조항이 남아있는 상태”라며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며 종단 스스로가 불교신자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이고 차별적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임을 지적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불교인들로부터 장애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교육을 불교계 장애학의 당면과제로 제시했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인연맺기 강화시켜 나가야”

이어진 토론에서 영남대 정은 교수는 장애를 두 가지 형태로 정의한 원효대사의 이장의(二障義)에 대해 소개했다.
원효대사는 장애를 번뇌장과 소지장으로 분류했다. 번뇌장은 탐욕과 성냄 등의 번뇌가 심신을 교란시키며 그 과보에 의해서 평온 적정한 상태를 잃어버리고 생활의 고통을 겪게 하는 장애이고, 소지장은 세상의 바른 이치를 알지 못하고 정견을 덮어서 고통 받게 하는 장애이다.
몸과 마음에 대해 일원론적 시각을 전개했던 원효대사의 장애에 대한 생각은 인간존재의 다양성 중의 실존적 가능성임을 주장했다는 것.
정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불교는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국민에게 문화, 역사적으로 익숙한 종교이며 한국 사회 곳곳에 폭넓게 차지하고 있는 신념이자 문화적 유산임에도 불교는 여전히 종교로서의 불교 안에 갇혀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불교는 타 종교와 마찬가지로 종교적 신념에 기반해 장애 관련 분야를 포함해 여러 사회복지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이러한 활동들이 거의 불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사회활동이라기보다 개별적 차원에서의 종교활동의 일환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강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교가 더 이상 종교로서의 불교라는 틀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의 인연 맺기를 강화시켜 나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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