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화발전기본계획 무엇을 담을 것인가
상태바
한국수화발전기본계획 무엇을 담을 것인가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4.03.10 10:41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행일 2014-02-10

한국수화 사용 환경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해 그에 따른 한국수화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공청회가 지난달 21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국립국어원 주최로 열렸다. 한국수화발전기본계획의 초안이 공개된 이날 공청회에는 농아인 단체, 국립국어원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국수화발전기본계획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알아보자.

수화 체계적인 지도 프로그램-기관 전무한 상태
수화능력 향상-수어환경․인식 개선-연구 활성화 방안 필요

한국복지대학교 원성옥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한국수화발전기본계획안의 내용을 소개했다.
한국수화발전기본계획안은 △원활한 언어생활을 위한 농인의 수화 능력 향상 △수화언어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마련 및 정비 △수화지위 향상을 위한 인식 개선 사업 △수화연구 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 사업 전개의 4개 추진 목표, 12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원활한 언어생활을 위한 농인의 수화능력 향상
농유아= 농아동의 90%가 청인부모 밑에서 태어남에도 농자녀를 둔 청인부모 대상 수화교육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농유아가 부모로부터 수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Mom and Dad, Your Deaf Child is OK!’ DVD와 같은 청각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해 영상자료 및 책자를 제작하고 정보를 지원하고 있는 등 농아동을 위한 이중언어교육 방법 등 효과적인 언어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농으로 진단을 받은 후 보청기나 인공와우 시술 외에 다른 선택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며 농유아에게 수화를 가르치고자 하는 경우도 수화를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기관이 전무한 상태다.
이에 초안에서는 유아 및 부모를 위한 수화교육 지원, 농자녀 부모 대상 상담 및 의사소통 지원 서비스 체계 구축 등이 포함됐다.
농학생= 현재 농학교에서는 일반학교와 동일한 공통 교육과정을 적용하면서 청각장애 특성을 고려해 교육과정에서 수화와 관련된 언급은 국어와 영어 교과안에서의 부분적인 수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국어의 ‘듣기’는 ‘듣기·수화 읽기·말 읽기’로 ‘말하기’는 ‘말·수화하기’로 수정해 운영되고 있을 뿐 농학교마저도 농학생을 위한 체계적인 수화교육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농학생들의 수화언어 능력 향상을 위해 유치원 과정은 선택과목으로, 초등학교 과정부터는 필수과목으로 수화과목을 신설토록 했으며 농학교에 농인수화교원 의무배치 및 수화교육과정에 따른 수화교과서를 개발 및 보급토록 했다.
농성인= 수화를 할 수 있는 정도에 대한 조사 결과 대부분의 청각장애인은 수화를 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실제 방송에 나오는 수화통역을 모두 이해한다고 답한 경우는 응답자 중 16.5%에 불과했으며 자막방송 이해정도 또한 낮았는데 한국어 문장이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농인들은 기회가 된다면 한국어를 다시 배우고 싶어 했고, 한국어 학습 시 조사와 어미, 단어, 어순 순으로 어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초안에서는 농성인 대상 한국어 교육 및 중도 난청인을 위한 수화교육 등 평생교육 시스템 구축이 과제로 제시됐다.

‣수화언어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마련 및 정비
수화통역제도 개선=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지난 2012년 조사 결과 청각장애인의 수화통역 요청건수는 연평균 4,401회, 실제 수화통역 제공건수는 연평균 2,642회로 나타났다.
농인들이 수화통역을 받은 평균 횟수는 월평균 7회 이상인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났으며, 대다수의 경우 수화통역사의 통역을 받은 경험이 있었는데 주로 집안일, 민원문제, 회사 및 학교일 등으로 수화통역을 받고 있었다.
청각장애인의 수화통역에 대한 기대수준은 정보제공 역할을 넘어 어느 정도 조정의 역할까지 기대하고 있었으며 영역별 기대수준 또한 법률, 의료, 일상생활, 교육, 직업통역 순으로 나타난 반면 수화통역 인지수준은 정보제공 역할에 못 미치는 의미전달 수준의 수화통역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초안에서는 현 수화통역센터 중심의 수화통역제도 개선, 수화통역사의 통역 핵심 영역별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 실시 및 수화통역 역량 향상을 위한 연수 시 지원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 인력풀 구축, 수화통역사 자격 급수 기준별 수화통역사 시험제도 개선 등이 담겼다.
수화교원 양성제도= 수화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수화교육교원 양성제도 및 교육과정 마련을 위한 기초 연구를 실시함과 수화교육을 위한 전문적인 수화교원을 양성하고 배치하여 수화교육 환경 개선을 추진할 것을 초안에 포함시켰다.
수화능력시험 평가= 지난 2012년 장애인개발원의 조사결과 의료분야의 경우 농인들이 빈번하게 요구하는 분야가 수화통역 영역이었지만 수화통역사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영역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화통역사 자격증 제도는 단일 종류의 자격증으로 전문 통역 영역이나 통역 수준을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초안에서는 수화통역사 자격증 중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통역 분야로 나눠 음성통역사 자격증, 수화통역사 자격증, 이외 전문적 분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제도 변화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수화지위 향상을 위한 인식 개선 사업
청인을 위한 수화교육= 지난 2009년 수화에 대한 청인의 인식 및 이해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청인응답자들(82.2%)은 수화를 언어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청인 교육에서 한국수화를 제2외국어로 개설하는 것’에 관한 질문엔 ‘좋다’가 62.4%, ‘아니다’는 12.4% ‘모르겠다’는 25.2%로 나타났다.
이에 초안에는 청인을 대상으로 한 수화교육과정의 개발,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수화교육 실시 등이 제시됐다.
수화관련 서적 및 사전 편찬= 한국수화사전은 2005년에 초판이 발간되었고 2007년에 개정판이 발간됐으며 전문용어 수화집 5권, 법률, 교통, 정보통신, 의학 등 전문용어 수화집 10권이 발간된 상태다.
따라서 표준수화사전의 지속적인 보완․수정을 통해 표준수화사전의 완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며 전문용어 사전의 보완․수정 및 다양한 영역의 전문용어 사전 편찬 사업을 통해 전문수화용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
농문화 홍보= 수화언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농사회와 청인사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소통의 기회가 확장돼 자연스럽게 수화언어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빈번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글날을 활용해 소통의 맥락에서 수화언어를 이슈화하여 홍보, 신문기고 활용, 만화 및 동영상 제작보급, 교과서, 공익광고, 국립국어원 사이트 및 지식채널 등의 매체 활용, 연령층 및 지역범위를 고려한 농문화 알림사업 등을 전개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초안에서는 농문화 관련 서적 및 동영상 보급, 북한 수화 및 노인 사용 수화 수집 및 보급, 한국 수화의 날 지정, 현 한국농아인협회 산하의 수화방송국 지원 등을 수화발전 계획에 포함시켰다.

‣수화연구 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 사업 전개
수화연구소 설립= 세계 유수 수화언어학연구소들을 살펴보면 독일(함부르크대학교 수화와 농인의 의사소통 연구소), 영국(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농인지와 언어연구소, 맨체스터대학교), 프랑스(파리8대학교), 미국(워싱턴 갤러뎃대학교, 인디애나 퍼듀대학교, 코네티컷대학교, 뉴멕시코대학교, 텍사스오스틴대학교,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 호주(매쿼리대학교), 이스라엘(하이파대학교), 홍콩(홍콩 중문대학교), 브라질 (산타카타리나대학교) 등이 있으며 이들 연구소에서는 수화의 구조를 분석할 때 기술적 방법을 제공하고 있으며, 편찬한 수화전문용어사전은 언어학자가 수화의 구조, 규칙, 패턴을 실제 사용자가 쓰는 대로 기술하고 다양한 방언과 변이형에서 볼 수 있는 언어의 다양성을 그 자체로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수화 표준화를 위한 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수화교육 및 연구 등 전반적인 수화관련 사업을 관장하는 수화연구소의 설립 필요성을 초안에 포함시켰다.
수화코퍼스 구축= 코퍼스는 특정 언어의 말들을 모아서 과학적으로 편집한 말뭉치라는 의미로 수화의 경우 널리 통용되는 문자체계가 없어서 농사회의 규모가 작아지면 다음 세대로 수화를 전하는 것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화코퍼스 구축을 통해 국가의 수화를 기록하고 다음 세대의 농인과 청인들을 위해 수화 자료를 저장해 놓아야 한다는 것.
수화 연구 지원= 한국수화 관련 연구는 2009년 3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석․박사학위 논문 28편, 학술지 게재 논문 33편을 합쳐 61편이 발표된 것에 불과했다.
이에 초안에서는 수화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수화학회 및 소연구회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화연구소, 국립국어원과 역할 중복 우려
기관 설립보다 수화통역센터 확대 개편을

이어진 토론에서 전주 선화학교 이영재 교사는 “이번 발표된 한국수화발전기본계획(안)을 보면 ‘수화표준심의위원회(가칭) 또는 수화연구소(가칭)’를 설립해서 조사, 연구, 정책입안, 교육 등 수화 관련 전반적 사업을 관장하도록 돼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국립국어원과의 역할 중복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계획안은 영아부터 체계적인 이중언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계 마련 및 운영기관 설립, 농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상담 및 의사소통 지원 서비스 기관 설립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이 모든 사안들은 현행 수화통역센터를 시대적 환경에 맞게 확대 개편해서 활용하면 될 것”임을 주장했다.
한국수화학회 최상배 회장은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국수어법안은 한국수어를 한국어와 같은 공용어로서의 언어권을 인정함과 공공행사, 교육기관, 사업장에서의 수어통역을 통한 농인의 수화언어 소통 권리를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 “법안엔 한국수어의 보전 및 발전을 위한 중장기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한국수어연구소와 한국수어교육원, 한국수어심의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 관련법률 제정을 통해 장애인 복지와 교육을 향상시킨 경우가 많으므로, 한국수어법의 제정은 수어와 농인의 삶에 있어 많은 질적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