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인수영 단장_“선생님의 질이 아동돌봄의 질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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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인수영 단장_“선생님의 질이 아동돌봄의 질 결정합니다”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10.11 09:00
  • 수정 2023-10-11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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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돌봄은 뜨거운 화두다. 특히 아동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이즈음에는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도 돌봄은 정책 데스크에서 이리 굴려지고 저리 굴려지곤 한다. 그 결과가 늘봄학교이고, 다함께돌봄센터이며, 또한 지역아동센터다. 각각 주무 부처도 다르고 제각각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방과 후 돌봄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이들이 하나로 모아지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고민해 볼 문제다. 이들 세 돌봄기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지역아동센터가 궁금해졌다. ‘공부방’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민간 돌봄기관에 뿌리를 둔 지역아동센터는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난립한 지역아동센터의 컨트롤 타워를 찾다 발견한 곳이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이다. 인천지원단을 이끄는 인수영 단장을 만나 지역아동센터와 인천지원단이 하는 일에 대해 들었다. 인천지원단의 지원 철학도 함께. _정은경 기자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은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크지 않은 사무실에는 갖가지 교보재와 지역아동센터를 알리는 리플릿, 인천지원단에서 펴낸 각종 조사보고서들이 가득했다. 정작 다섯 명의 상근자들이 근무하는 사무 공간은 너무 좁아 사진을 찍기도 어려웠다. 몇 번의 시도 끝(교육 등의 출장으로 인 단장과의 연결은 쉽지 않았다)에 통화가 연결된 인수영 단장을 만난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맑은 피부의 인수영 단장은 피부만큼이나 맑은 목소리에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사람이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Q. 지역아동센터(이하 아동센터)는 어떤 곳인가.

말 그대로 지역의 아동들을 위한 곳이다. 지역사회에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돌봄을 제공하자는 뜻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2004년 법제화 이전에는 흔히 ‘공부방’이란 이름으로 지역에 존재했다. 2004년 ‘아동복지법’에 의해 법제화가 된 이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동복지시설 그중에서도 방과후돌봄기관이 되었다.

지역의 공부방은 도시빈민들을 지원하는 민간 사회단체들에서 운영하는 곳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취약계층 아동들, 예를 들어 한부모 가정이나 기초생활수급 가정,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딱히 취약계층이 아니어도 양육자들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돌봄 제공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정원의 50% 이내에서 비취약계층의 어린이들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부모가 둘 다 의사라고 해도 그 아이가 방치돼 있다면 그 아이는 돌봄이 절실한 아동인 거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도 있다.

그리고 인천의 강화 같은 경우에는 땅도 있고 집도 있어서 소득 기준으로는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세대도 있다. 조손가정도 많고, 집과 땅 외에는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경우도 있다.

물론 비취약계층 아동의 아동센터 이용 허용 배경에는 어린이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인구 위기의 문제도 깔려 있기도 하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

지역마다 제공 프로그램에는 차이가 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필요로 하는 돌봄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육자(부모)가 모두 일을 나가서 밥을 챙겨 줄 이가 없는 가정이 많은 곳은 급식 서비스가 필수고, 학원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학습 지원이 가장 절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동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보호, 교육, 문화, 정서 지원, 지역사회 연계 등으로 나눠지고, 아동센터는 이들 각 부문을 통합한 종합복지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보호라 함은 말 그대로 학교가 끝난 뒤 돌봐 줄 사람이 없는 어린이들을 범죄와 위험·문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다. 식사를 제공하고 일상생활의 규범이나 위생을 지도하는 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의 아동센터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이와 함께 가장 널리 제공하는 서비스는 학습 지원이다. 아동센터의 모태가 '공부방'이란 이름을 달고 있었다는 데서도 짐작하겠지만 사설 학원을 다닐 수 없는 어린이들의 학교생활에 필요한 기초 학습이라든가 숙제를 지도해 주고, 예체능 교육, 독서 교육 등을 하고 있다. 물론 각 아동센터에 따라 아동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아동 맞춤형 서비스라는 게 아동센터의 가장 큰 강점이다. 아이들마다 학습 능력과 수준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니 당연히 그에 맞춰 지도를 해야 한다는 게 지역아동센터의 서비스 제공 철학이다.

이 같은 맞춤형 돌봄을 위해서 필수로 따라가는 게 사례관리라든가 상담, 정서 지원, 부모교육, 가정방문과 같은 복지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돌봄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모교육이나 상담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것을 지역 밀착형으로 하는 게 지역아동센터인 셈이다.

지역 내 인적 물적 자원을 연계하는 일 또한 지역아동센터가 하는 일이다. 센터장이 대부분 지역에서 10년 이상 봉사하던 사람들인 만큼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고, 그를 토대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필요한 자원을 연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수학이 너무 뒤떨어져 있다면 그에 맞는 과외를 해 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연결해 주고, 어떤 부분에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 아동을 위해서 장학금을 연계해 준다든가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문화체험, 견학, 캠프, 놀이 활동 지원 등 아이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Q. 아동센터는 모든 서비스 이용이 무료라고 알고 있다. 그럼 비취약계층 이용 아동도 무료인가.

그렇다. 단, 운영위원회, 학부모의 사전 동의를 받은 뒤 이용료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용료를 받는 아동센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그럼 운영재원은 어디서 나오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비 등을 지원받는다. 물론 지원금만으로 아동센터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는 없어서 각 센터장들이 공모사업에 공모를 한다든가 기업이나 지역 독지가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발품을 판다. 결국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맞다. 그 마을의 지원을 잇는 역할을 하는 곳이 지역아동센터다.

 

Q. 2023년 7월 말 현재 인천에는 179곳의 아동센터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아동센터가 모두 민간시설인가.

구립 지역아동센터 세 곳을 제외하면 모두 민간시설이다. 구립 지역아동센터는 중구에 2곳, 남동구에 1곳이 있는데, 모두 민간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Q. 생각보다 구립이 너무 적다. 구립 등 공공 부문에서 관리하는 곳이 많아야 돌봄서비스의 질도 높아지는 게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구립이나 시립 지역아동센터를 늘리길 요구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고 있다. 이유? 여러 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지자체장의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할 거고, 예산도 문제가 될 거라고 본다. 그리고 민간 운영 주체들의 결심도 필요할 거다. 아무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건 사실이다.

 

Q. 인천 지역아동센터의 현황을 알 수 있나.

우리 지원단에서는 매년 인천시 지역아동센터 통계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2021년도 기준 통계조사 보고서는 막바지 작업 중이라 지금으로서는 2020년 말 기준 통계를 통해 현황을 말할 수 있다. 2020년 말 현재 인천 관내 지역아동센터는 176곳(2023년 7월 말 현재는 179곳으로 파악됨)이며, 이들 중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 143곳이고, 10년 이상 운영해 온 아동센터가 125곳이나 된다. 군구별로 보면 2023년 7월 말 현재 남동구가 가장 많은 42곳, 옹진군이 가장 적은 단 한 곳의 아동센터가 있다.

이용 아동 통계는 2020년 말 기준으로 4430명으로 센터당 평균 이용 아동 수는 25.2명이다. 이용 아동 중에는 장애아동 112명, 다문화가정 아동 788명, 북한이탈주민가정 아동 45명, 외국 국적 아동 102명이 포함돼 있다.

▲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의 직원들. 왼쪽부터 서혜미 주임, 최은희 팀장, 정진희 팀장, 인수영 단장, 심재옥 주임.

 

Q. 아동센터에서 장애아동도 돌보나? 어려움이 많을 텐데…. 특수교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나.

아동센터는 교육시설이 아니므로 특수교사 지원은 없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은 배제할 수는 없어서 돌보고는 있지만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 물론 중증장애아동은 거의 없고, 대부분 경증 또는 경계선 지능 아동(느린 학습 아동)으로 분류되는 아이들이다. 다행히 지난 2020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이 아이들의 사회적응력 향상 지원사업이 시작돼 다소나마 현장의 부담을 덜게 됐다. 이 사업을 통해 느린 학습 아동이 네 명 이상 되는 센터에는 전문 교사가 파견되는데, 현재 인천에는 40곳의 아동센터에서 느린 학습 아동을 위한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Q. 현장의 사정을 매우 세밀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개별 아동센터들을 연계하고 교육 및 컨설팅하고, 평가 지원을 하는 곳이다. 인천시와 위수탁 계약을 맺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규모가 큰 민간 지원, 예를 들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곳에 책 몇만 권 기부가 들어왔다, 이러면 모금회에서는 어느 아동센터가 책이 필요한지, 안 필요한지 모르지 않는가. 이럴 때 우리가 인천시 전역 아동센터의 수요를 파악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중간 지원 조직 역할이다.

하지만, 사실 주요한 고유 업무는 교육, 평가 지원, 컨설팅, 자원 연계다. 그중에서도 인천지원단에서는 특히 교육에 더 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Q. 교육이라면 어떤 교육을 말하고, 교육에 특별히 무게를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동 돌봄의 질은 곧 센터 선생님들의 질에 의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생님들이 어떻게 돌보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어떤 인재로 자랄 수 있는가가 결정되는 것 아닌가. 그런 맥락에서 선생님들의 교육자원으로서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연초에 5시간의 필수 교육이 있다. 이때는 매년 달라지는 지원사업의 내용, 환경의 변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교육, 개인 정보 관리 교육 등을 한다. 그리고 현장 교사들의 교수법 교육, 프로그램 관련 교육, 정서 지원을 위한 상담기법 등을 연초에 수요조사를 통해 파악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런 교육들은 지원단에서 전문 강사를 섭외해서 진행하는데, 다른 지역 지원단에 비해 그 횟수가 많고 비중도 높다고 할 수 있다.

 

Q. 그밖의 지원단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선 시설평가 지원이 있다. 아동센터는 사회복지시설이기 때문에 3년마다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를 대비해 평가지표에 대한 숙지 교육과 서류 준비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신규 시설과 시설평가에 통과하지 못한 시설에 대한 컨설팅도 한다. 센터 간 자원 연계도 했는데, 5년 전인가, 인천지역아동센터총연합회가 생긴 이후로는 그 역할은 많이 줄었다.

▲ 지역아동센터 종사 교육. 인천지원단은 종사자의 질이 곧 돌봄의 질을 좌우하다는 철학하에 교육 사업에 방점을 두고 있다.

 

Q. 인천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인천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 위탁법인은 어떤 곳인가.

인천지원단의 운영 법인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다. 2003년 처음 지역아동센터가 만들어졌을 때,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법제화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아동센터들의 전국 단체다. 현장 조직에서 사단법인으로 전환한 거다.

2007년 시도 지역아동센터지원단이 만들어질 때 현장 경험을 가진 조직이 지원단을 맡아 해야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 아래 지원단 위탁 공모에 참여했다. 2007년 서울지원단이 처음이었다. 인천지원단을 맡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Q. 단순히 조직이 현장 조직이라고 현장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일 같다. 어떤 조직이든 조직의 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조직의 색깔이 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인천지원단이 현장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데에는 인수영 단장의 역할도 클 것 같다.

딱히 내 역할이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현장 출신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나는 2010년까지 10년간 인천 한 지역의 아동센터에서 일했다. 아동센터를 그만두고는 인천시교육청에서 교육복지 우선 사업을 담당하는 실무자로 일했다. 아동센터 현장에서 몸으로 체험한 경험들이 아동센터에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교사들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교사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 다행히 요즘 현장의 교사들 역시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교육)의 질 개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꺼번에 달라지진 않겠지만(사실 정책 현실에 여러 가지 한계가 노정되고 있긴 하지만) 선생님들의 관심과 노력이 쌓이면 아동센터의 교육과 서비스 질도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있다면 정책적 지원이 좀 더 많아지고, 아동 돌봄 부문의 통일된 컨트롤 타워가 생겨서 분산된 아동 돌봄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연계, 관리했으면 싶다는 것이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리고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그 비를 뚫고 아동센터로 모여드는 오후 2시였다.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만나는 조직은 아니지만 지역아동센터를 연계하고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을 나서며, 돌봄이 보다 따듯해지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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