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한국형 장애인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개인예산제, 장애인만의 복지서비스 아닌 보편적 서비스…‘접근성 향상’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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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한국형 장애인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개인예산제, 장애인만의 복지서비스 아닌 보편적 서비스…‘접근성 향상’에 초점 맞춰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3.06.09 08:45
  • 수정 2023-06-09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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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개인예산제는 올해 기초모델 개발을 시작으로 2024~2025년 지자체 시범사업을 거쳐 2026년도에 본 사이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는 ‘’를 5월 1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개인예산제도의 타당성을 진단하고 한국 사회에서의 최적의 도입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유튜브)

 

개인예산제, 장애인만의 복지서비스 아닌

보편적 서비스…‘접근성 향상’에 초점 맞춰야

 

모의적용 모델, 급여 유연화-

필요서비스 제공인력 활용-

유연화+비사회서비스 통합

 

개인예산제 도입 따라 새로운

예산 증액될 수밖에 없어···

장애인 삶의 질 개선 전망

 

■이동석 대구대학교 교수는 “‘장애인개인예산제’는 장애인만을 위한 복지서비스가 아닌 보편적 서비스(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 소위 4단계 서비스)에 장애인의 접근성을 어떻게 하면 높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1단계 서비스는 거주시설, 2단계 서비스 지역사회 재활시설 이용, 3단계 서비스 활동지원서비스에 이은 4단계 서비스는 스포츠센터 이용, 자립을 위한 전자레인지 구입, 이동을 위한 택시 이용 등으로 현재 장애인복지서비스라고 부르지 않는 각종 비제도권 서비스다.

이 교수는 “영국, 미국, 스웨덴 등의 경우 지원의사결정제도의 도입, 중증장애인에 대한 지원 단가 인상 등 지원 방법 개선에 따라 장애인복지서비스 예산은 크게 늘어났다. 한국도 개인예산제 도입으로 새로운 예산이 증액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장애인 삶의 질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장애인개인예산제 도입 필요성과 정부의 모의적용 사업 모델(안)을 소개했다.

선진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장애인자립생활 모델 및 사회적 모델의 영향에 따라 장애인 주도 서비스 지원 방식으로 전환을 모색하게 되고, 이에 따라 바우처보다는 예산이나 현금을 사용하는 개인예산제도가 정착됐다.

장애인의 주체성, 자기결정이 강조되고, 장애인 임파워먼트(권한부여) 실천이 중시됨에 따라 서비스 사용의 권한을 장애인 당사자에게 넘기게 되고, 이를 위해 수요자 재정지원 방식, 즉 정부가 장애인 당사자에게 예산을 할당하고, 장애인 당사자가 공급자(전문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장애인 정책인 ‘장애인개인예산제’는 활동지원서비스 급여 중 최대 10%를 공공·민간서비스 구매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간호(조무)사, 언어·물리치료사, 보행지도사, 촉수화통역사 등 특수자격을 보유한 활동지원사들의 인적 서비스는 20%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개인예산제 도입 추진단’을 운영해 이용 현황, 이용자 간 형평성, 소요 재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1단계 장애인활동지원, 주간‧방과후활동, 발달재활 등 유사 돌봄서비스 간 탄력적 사용 가능한 통합 바우처 도입(2025년) △2단계 장애인 개별적 욕구를 조사해 장애유형 및 정도에 따른 총량을 결정하고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이행 구조를 마련(2026년)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모델은 △급여 유연화 모델 △필요서비스 제공인력 활용 모델 △유연성을 확대한 활동지원제도를 기본으로 하면서 비사회서비스까지 통합하는 모델로 구성된다.

‘급여 유연화 모델(1안)’은 장애인활동지원 급여 중 일부를 개인별 지원계획에 따라 일상·사회활동을 위한 공공·민간서비스를 구매·활용하는 모델로 활동지원 수급권자 중 참여 희망자에게 전체 활동지원 급여 중 최대 10% 내에서 사후 정산 형태로 제공된다.

활동지원 평균 급여량은 월 202만 원으로, 사업의 효과성 및 서비스 범위, 지원체계 마련 등을 고려해 이 중 10%(월 20만 원)에서 단계적 확대를 검토한다.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월 74만7천 원, 총 448만4천 원(6개월)의 범위에서 일상생활 및 사회활동에 필요한 공공·민간서비스로, 모의적용 연구 및 시범사업을 통해 이용범위의 단계적 확대를 추진된다.

이에 따라 장애아동 발달재활 서비스,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서비스, 장애인단기거주시설, 의료비, 보조기기 구매 등 공공서비스뿐만 아니라 장애인 자가용 개조, 주택 개조, 주거환경 개선 등의 민간서비스에도 이용할 수 있다. 향후 개인차량 이동지원, 교통비, 교육비, 문화여가 등으로의 확대가 검토된다.

지급방식은 바우처 사업 간 연계 방식으로 지급하되, 시스템이 구축되는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사전 결제 및 사후 정산 방식으로 지급되며, 사전 수령 없이 이용자가 지원계획에 따라 지출하고 사후 정산을 거쳐 급여를 지급한다. 바우처 연계가 불가능한 경우에도(보조기기 구매, 주택·차량 개조 등) 사전 결제 및 사후 정산 방식을 활용한다.

‘필요서비스 제공인력 활용 모델(2안)’은 장애인활동지원 급여 중 일부를 개인별 지원계획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을 선택해 활동 지원에 이용하는 모델이다.

활동지원 수급권자 중 참여 희망자에게 전체 활동 지원 급여 중 지자체별 최대 20% 내에서, 이용자가 간호(조무)사, 언어·물리치료사, 보행지도사, 촉수화통역사 등 특수자격을 보유한 활동지원사를 선택해 서비스를 제공하되, 활동지원서비스 제공기관에서 관리한다.

시간당 서비스 단가는 현행(1만5570원)의 2배 이내로 제한하고 단가 인상 시 사용 시간을 줄여 총 급여는 동일하게 제공하며, 단가는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 계약에 의해 결정된다.

활동지원 급여는 전자바우처를 사용하고, 필요서비스는 시스템 구축 시까지 사전 결제 및 사후 정산 방식으로 지급한다.

이 교수는 “개인예산제도가 시행되면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실제로 국가 예산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주도해 개인예산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개인예산제도를 선택하면 정산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지원액을 50%만 지원했다.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개인예산제도 시행방안에서도 개인예산제 운영 시 서비스 공급의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 발달장애인 등 중증장애인과 중복장애인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개발하고, 의사소통‧결정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에게 관련 인력을 배치해 서비스 선택 과정을 지원할 것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와 이용자에 대한 모니터링 실시를 통한 서비스 품질관리 및 평가시스템을 마련해 서비스 품질을 보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각장애인 활동 지원 시간 상대적 부족

활동지원급여 일부 모의적용 적절치 않아

 

■박의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위원회 위원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구의 문제로 시각장애인은 활동 지원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므로 활동 지원 급여의 일부를 통해 모의적용 연구 사업이 시행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예산 산출 근거가 되는 종합조사표 자체가 시각장애인들에게 불리하게 구성돼 있고 지체장애 영역에 비해 기본 등급 자체가 아래서부터 시작하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을 가지고 장애인개인예산제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마치 100m 달리기를 시작할 때 앞뒤로 10m 떨어뜨려 놓고 스타트를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예산 사용 증빙을 장애인 당사자에게 맡긴다면 시각장애인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복지예산 사용의 증빙은 투명하고 철저해야 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접근성의 문제로 시각장애인의 제도 접근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 당사자에게 증빙을 맡기기보다는 영수증 사용 내역 등이 집행 의도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며 “예산 집행 증빙이 복잡해 중계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장애인에게 가야 할 예산을 활동지원서비스처럼 100% 장애인이 받지 못하고 일부 기관의 수익 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시각장애인 활동지원 월평균 급여량,

정부 발표 평균급여량 절반에 불과

 

단가 달리했을 때 활동지원사 간 갈등,

이용자에게 피해가 오지 않을까 우려

 

■홍은녀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지업지원팀 팀장은 “본 기관 활동지원팀에서 2년간 신규 시각장애인 이용자 평균 급여량을 조사한 결과 90시간 즉 105만 원 정도로 정부에서 발표한 활동지원 평균 급여량 월 202만 원과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본인의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서 사용해야 하는 급여량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의적용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려는 시각장애인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는 중증장애인에게 지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경증장애인은 서비스 지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그들의 의견과 욕구가 반영되기 어렵다.”고 서비스 대상의 한정성을 우려했다.

■박명수 송암점자도서관 관장은 “현재 활동지원사의 처우 문제, 제공기관의 인력 관리 문제 등으로 활동지원사를 구하는 것이 어려운데 모의적용 사업모델로 제시되어 있는 특수자격자 서비스 제공이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인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며 “단가를 달리했을 때 활동지원사 간 갈등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오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규 정의당 인천시당 정책실장은 2021년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근육위축증으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칼린 알하라르 이스라엘 에너지·수자원부 장관이 휠체어 접근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행사장 밖에서 2시간가량을 대기하다 참석을 포기한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하여 사람들을 가장 먼저 돌보지 않고는 우리의 미래를 보호하고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글을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장애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차별, 제도·물리적 장벽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장애인이 환경문제에 동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주고 있다.”면서 “20년 넘게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기후위기 대응 속에 장애인의 인권은 언감생심일 수도 있다.”며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기후위기 대응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여유연화 모델, 급여량의 10% 금액

총 개월 수 환산해 한 번에 사용 가능

 

■최경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연구 참여자는 활동지원 급여 구간별로 비율을 배분해 선정할 예정이므로 시각장애인들이 배제되지는 않는다.”면서 “활동지원 유연화 모델의 경우 급여량의 10%의 금액은 총 개월 수 금액을 환산해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장애인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구는 어떻게 개선할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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