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사회보장 통폐합”…‘복지축소’ 포고인가
상태바
[사설] 윤 대통령 “사회보장 통폐합”…‘복지축소’ 포고인가
  • 편집부
  • 승인 2023.06.08 10:23
  • 수정 2023-06-08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31일 사회보장전략회의에서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도 시장화, 산업화하고 경쟁 체제로 가야 한다.”며, “중앙과 지방에 난립한 여러 사회보장 서비스나 복지사업들을 합리적으로 통폐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사회보장 서비스는 시장의 경쟁을 통해 수요자로 하여금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면서 “사회보장 서비스가 경쟁이 되고 산업화하면 우리 사회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도 했다. 사실상, 사회보장 서비스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차원보다 성장 논리로 접근함으로써 공공복지 포기 선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빈부에 따른 사회보장 서비스의 양극화 심화와 더불어 윤 정부가 강조하는 ‘약자복지’마저 축소되지 않나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현금복지는 선별복지로, 약자복지로 해야지 보편복지로 하면 안 된다.”며 보편복지 대신 약자 중심 선별 지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편복지는 가급적이면 사회서비스 복지로 갈 때의 장점은 시장화될 수 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경쟁을 조성함으로써 더 나은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지시했다. 이를 위해 “사회보장 서비스나 복지사업이 중앙정부에서 수천 개, 지방정부에서 하는 게 만여 개가 되면 경쟁 환경이나 시장이 만들어지겠나”라며, “합리적으로 통폐합해서 시장 조성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중앙과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 통폐합을 예고했다. 사회보장 서비스를 시장화해 경쟁 체제로 가자는 주장은 공공의 역할에서 손 떼겠다는 말로 들린다.

민간 사업자 간 경쟁과 규모화로 품질을 높이고, 중산층도 본인부담금을 내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한다는 ‘사회서비스 고도화’는 개념조차 모호하다. 사회보장 서비스의 경쟁을 통해 “수요자로 하여금 선택의 자유를 좀 보장을 해줘야 된다.”는 말은 공공의 부족과 소규모 민간 위주의 복지 현실을 외면한 발상이다. 사회서비스 경쟁 도입과 시장화는 결국 이윤 추구를 부추기는 꼴이다. 돈 있는 계층은 질 좋은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돈 없는 계층은 질 낮은 서비스만 이용할 수밖에 없어 복지서비스 양극화로 내모는 셈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전 정부의 복지확대를 겨냥해 포퓰리즘적 ‘정치복지’라며 복지 지출을 줄인 ‘약자복지’를 하겠다고 언급해오지 않았는가.

‘중앙과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나 복지사업 통폐합’ 발언은 사실상 복지를 축소하겠다는 포고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복지사업 통폐합은 복지의 공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금복지는 사회적 최약자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것을 자기 역량으로 할 수 없는 분들에 한해서만 현금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 범위를 넘어서는 사회보장은 우리 사회 스스로를 갉아먹게 된다.”는 말에서 읽히듯이 윤석열 정부의 복지재정 축소 기조는 ‘약자복지’ 악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에서 윤 대통령의 말은 곧 정책 지시라는 점에서 변화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전 정부의 소위 ‘정치복지’와 맞서 사회보장을 축소하겠다는 정치적 몽니가 아닌지 씁쓸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