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 장애인복지의 바람직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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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칼럼] 장애인복지의 바람직한 모습
  • 편집부
  • 승인 2023.05.18 09:10
  • 수정 2023-05-1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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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하_인천시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 부위원장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돌보며, 기존에 다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 생활과는 판이한 경험을 하고 있다. 비교적 자세하거나 친절하지 않은 가정통신문, 등하교 시간에 만나기 어려운 담임선생님, 궁금 사항을 바로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 등이다. 3개월은 순식간에 지났지만, 고등학교 졸업까지 남은 11년 9개월을 생각하면 ‘지난 나의 12년 공교육 과정은 어땠었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반 배정을 받았는데, 장애인 친구들이 몽땅 우리 반에 모여 있는 것이다. (반항이라도 하게 되면 전교생 앞에서 발차기로 맞던 시절이라) 비장애인 친구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1년이 얼마나 길고도 험한지, 장애인 친구들에게 저질러진 비장애인 같은 반 친구들의 시비, 장난, 크고 작은 언어폭력은 아직도 기억에 아픈 흔적으로 남아 있다. 졸업하고 몇 년 뒤, 그 시절을 돌아볼 수 있을 때쯤 담임선생님을 통해 ‘유독 젊은 선생님들이 많아 유일하게 결혼과 출산, 양육을 경험한 내가 장애인 친구들을 한꺼번에 돌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서 선생님은 ‘너희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야.’라고 말했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에서 때때로 누군가에게 무리한 배려를 요구하기도 하고, 당연하지 않은 권리를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게 되는 비합리적인 상황을 마주할 일이 참 많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의무가 있다. 모든 것이 미숙했던 시절에 겪었던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살아낸 1년의 경험이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순간이다.

필자는 지난 4월 13일, 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주관한 ‘장애인편의시설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여했다. 그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나누었던 수많은 의견과 바람들은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수렴되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아무 어려움 없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소망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은 국가가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궁극의 목적이자 방향이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국민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 이용시설의 불편함이다. 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남동구 내 지하철 역사와 20개 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장애인편의시설을 실태 조사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비장애인이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는 시설들이 장애인에게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턱이었다. 장애인을 위해 설치했다는 편의시설들이 무용지물이거나 배려 없이 방치되어 있기도 했다. 장애가 있는 당사자이자 직접 실태조사를 수행했던 남동구 주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장애인이 표준인 세상이 장애인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다시 중학교 3학년 교실로 돌아와 있었다.

장애인에게 합리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의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핵심이다. ‘사회가 장애인을 차별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해 놓고 ‘당신은 장애인을 차별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소수만이 ‘그렇다’고 대답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차별하지만, 자신은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생각부터 항상 돌아봐야 한다.

더불어 지자체에 속한 공공기관 시설 관리자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과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홍보와 관리감독 활동 강화는 지금 당장 개선해야 한다. 장애인 접근권 등이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 복지가 아닌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의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상시적 모니터링을 통한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상시 점검이 필요하다. 또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엘리베이터 설치, 장애인화장실 확충, 휠체어 바퀴 공기주입기 설치, 점자 표기 확대 등 예산 배정 및 계획을 세우고 이행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대책과 대안은 하나의 문장으로 수렴된다. “장애인 당사자의 일상에 더 귀 기울여라!”

가장 불편한 사람에게 맞춰가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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