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칼럼] 다양한 형태의 장애인 가족 지원을 위하여
상태바
[학술칼럼] 다양한 형태의 장애인 가족 지원을 위하여
  • 편집부
  • 승인 2023.05.04 09:40
  • 수정 2023-05-04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지현_ 인천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박사 수료생

‘장애인 가족’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은 장애 자녀와 비장애 부모가 함께 있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이로 인해 장애인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는 주로 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비장애 부모에 한정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장애아동 양육수당, 장애아동수당, 장애아 보육지원, 장애아동 필요경비 지원, 발달장애인 부모 심리상담 지원 등의 사업이 해당된다. 이러한 사업들은 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경제적 부담 혹은 양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사업의 대상은 주로 장애아동이거나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에 한정된다. 일부 발달장애 형제를 둔 비장애 형제를 대상으로 가족휴식지원이나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비장애 부모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지원이나 프로그램의 수만큼 많지는 않다.

위에서 언급한 장애인 가족 대상 지원 사업을 살펴 보니, 장애인 가족은 주로 장애 자녀와 비장애 부모, 장애 형제와 비장애 형제로 한정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 가족의 한 형태로 장애 부모와 비장애 자녀를 떠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장애인복지법 제30조의 2(장애인 가족 지원)에서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원’, ‘장애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가족’에게 복지 서비스를 지원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즉, 장애인 가족은 ‘장애인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이들을 돌보는 자’로 정의할 수 있어, 장애 부모를 돌보는 비장애 자녀 또한 장애인 가족에 포함될 수 있다.

2020년 기준, 전체 장애인 261만8918명 중 자녀가 있는 장애인은 199만5530명(추정 수)으로 약 76.2%가 자녀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2022 장애인 통계). 그 중 장애 자녀의 비율은 3.3%로 장애 부모의 다수는 비장애 자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장애인이 비장애 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가족을 위한 제도와 지원은 주로 장애 자녀를 돌보는 비장애 부모나 발달장애 자녀를 둔 비장애 부모나 비장애 형제에 한정되어 있다. 장애 부모와 함께 사는 비장애 자녀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것이다. 물론, 여성장애인 출산비용 지원이나 장애인가정 출산 지원금 지원 등 장애인 부모를 대상으로 한 지원은 있지만 장애인 당사자에게 지원되기에 사실상 비장애 자녀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은 아니다. 그 외에, 한쪽 부모 혹은 조손가정의 한쪽 부모가 시각, 청각, 언어, 지적, 자폐성, 뇌병변 등록 장애인인 경우 언어발달 진단이나 언어·청능 등 언어재활 서비스, 독서지도, 수어지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언어발달 지원 사업이 있지만, 만 12세 미만 비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지원 폭은 좁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애인의 주 돌봄자 유형으로 배우자 38.7%, 부모 20.8%, 기타(간병인, 요양보호사 등) 13.4%, 자녀 13.3%로 자녀가 4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장애인의 연령이 높을수록 자녀가 주돌봄자라는 응답 비율 또한 함께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장애인의 연령이 80대 이상인 경우, 자녀가 주돌봄자라는 응답이 34.5%로 가장 높게 나타나 자녀의 노화가 시작되는 시기에 장애 부모의 돌봄으로 인한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비율상으로는 높지 않지만 장애인의 연령이 40대, 50대인 경우 자녀가 주돌봄자라는 비율이 각각 4.6%, 6.0%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연령이 40-50대이면, 자녀의 연령은 10대와 20대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10대와 20대 비장애 자녀가 장애 부모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이며, 이들의 돌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들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를 고려해 보면, 현재 만 12세 미만 비장애 아동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장애인 가족 지원 사업은 앞으로 더 많은 비장애 자녀로 확대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주돌봄자의 장애 여부를 알 수는 없어 장애 자녀가 장애 부모를 돌보는 것인지, 비장애 자녀가 장애 부모를 돌보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아래의 통계표에서 시사하는 바는 ‘자녀가 장애 부모를 돌보는 경우’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장애인 가족 지원은 장애 부모를 돌보는 자녀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 영역에서 비장애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우선, 비장애 자녀의 현황을 살펴보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비장애 자녀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현재 전무하다. 현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여성장애인 출산현황’이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하는 ‘장애인 통계’가 있지만 주로 몇 명의 장애여성이 출산하는지, 장애인의 자녀는 몇 명인지 등의 수치만 제시하고 있어 생활실태를 파악하기에는 무리다. 비장애 자녀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3년마다 실시하는 장애인실태조사에 비장애 자녀를 대상으로 별도의 설문 항목을 구성해 볼 필요가 있겠다.

또한, 비장애 자녀들 간 서로 연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장애인 가족 지원 정책이 주로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한국장애인부모회나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들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연대하여 필요한 욕구들을 정부를 향해 직접 외침으로써 권리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사회복지 영역에서 ‘영케어러’가 대두되고 있다. 영케어러는 가족을 돌보는 청년/청소년으로 정의되는데, 청년이 만성 혹은 중증질환을 가진 부모를 돌보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원의 부담들이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로 인해 영케어러에게 자조모임을 지원하여 영케어러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시도들이 최근에서야 이루어지게 되었다. 영케어러 자조모임과 같이 비장애 자녀를 대상으로 자조모임을 만들고 원하는 지원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도들이 필요할 것이다. 비장애 자녀 대상 자조모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비장애 자녀의 현황을 우선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비장애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양한 형태의 장애인 가족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동안 장애 자녀와 비장애 부모, 비장애 형제에 국한하여 장애인 가족을 상상해왔는데, 그 외에 다른 형태의 장애인 가족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비장애 자녀 지원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