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서비스원’ 논란, 정체성 훼손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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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회서비스원’ 논란, 정체성 훼손이 우려된다
  • 편집부
  • 승인 2023.04.24 10:02
  • 수정 2023-04-2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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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초부터 졸속 추진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사회서비스원이 양질의 공공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서비스원 기능을 축소하려는가 하면, 예산 삭감으로 존립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은 그동안 주로 민간과 시장에 맡겨 공급해온 사회서비스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려고 각 시·도에서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사회서비스원은 전 정부 국정과제로 돌봄 인력을 국가에서 직접 고용하겠다는 목표로 도입됐다. 지방자치단체별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고,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육교사 등 돌봄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처우개선, 고용안정, 서비스 질 향상 등 노동환경을 개선한다는 게 당시 정부 의도였다.

존립 위기에 몰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울사서원) 사태는 예산삭감 문제로 촉발됐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서울사서원이 요구한 예산 210억 원에서 무려 142억을 삭감한 68억 원으로 확정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서울시가 대폭 줄여 제출한 예산안 168억 원에서도 100억 원이 더 잘린 것이다. 이는 서울사서원 종사자 인건비로만 사용한다고 해도 5개월이면 고갈되는 금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모든 돌봄 사업에서 손 떼고 문을 닫으라는 폐업통보와 다름없다. 서울사서원이 국공립어린이집 위탁 운영 포기에 따른 정규직 보육교사 해고 절차 등을 법률 검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육교사 집단해고의 위기에 처했다. 피해를 보는 것은 고스란히 서울시민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인천사서원) 논란은, 인천시가 3월 인천여성가족재단 사업에 사회복지정책 연구·개발 등 인천사서원 연구기능을 이관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입법 예고해 공론화됐다. 인천시는 생애 전반에 걸친 복지정책 개발과 조직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는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시의회서도 비판이 나왔다. 유경희 의원이 본회의에서 “인천사서원은 연구기능과 서비스 제공기능이 결합된 모델로 연구기반사업을 통해 사업부서와 복지현장을 지원하면서 보건복지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며 “현재 보건복지국에서 담당하는 복지국 소관 업무의 전반적 연구기능 등이 여성가족국 소관 인천여성가족재단에서 맡는 것은 복지전달체계와도 맞지 않다.”고 재검토를 촉구한 것은 일리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2019년 서울·경기·대구·경남 등 4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시범 운영된 뒤 현재 전국 17곳 광역지자체 중 경북, 부산시를 제외한 15곳에 설립됐고 지난해 3월 중앙사회서비스원이 개원됐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운영 근거인 ‘사회서비스원법’은 뒤늦게 지난해 3월에야 시행됐다. 당초 근거 법률조차 없이 졸속 추진되다 보니 지금과 같은 정체성 혼란은 예견됐었다. 정부 약속과 달리 돌봄노동자들의 정규직 채용은커녕, 지자체장이 교체되자 곳곳에서 사회서비스원 축소 움직임이 불거지면서 돌봄노동자들 사이에 고용불안과 처우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행 사업마저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도 문제지만 정치성향 따라 고유 정체성마저 흔들어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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