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달 기획특집] 휠체어 장애인 이창선 전문기자의 하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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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달 기획특집] 휠체어 장애인 이창선 전문기자의 하루(1)
  • 차미경·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4.24 09:17
  • 수정 2023-04-24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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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환경은 무엇일까. 기자의 하루를 요약해 보면, 기상 후 출근을 위해 아침에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고,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식사를 한 뒤,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소소한 여유의 시간을 갖는다. 퇴근한 후 가까운 마트에서 저녁 식사를 위한 또는 아이를 위한 물품을 구매하고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한다. 대부분 직장인의 가장 흔한 하루의 패턴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여기에 휠체어가 더해진다면 어떨까. 기자는 같은 장애인생활신문 취재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인 이창선 전문기자의 일상을 함께 해 보기로 했다.

“‘도움’ 없이도 가능한 외출을 희망한다”

 

 점심 먹기 

1시간 전부터 점심 고민

메뉴보다는 편의시설이 우선

 

이창선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초밥’이다. 하지만 사실 메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휠체어 이용이 쉬운’ 편의시설이 1순위이다. 그럼에도 오늘은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선택했다. 2층에 위치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초밥집이 오늘의 목적지다. 12시부터 1시까지가 점심시간이지만, 이창선 기자와 이날 함께 점심을 먹는 4명은 11시 40분쯤에 정리를 하고 일어났다. 가능한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시간에 이용해야, 편하다는 걸 몇 번의 체험으로 습득했기 때문이다.

식당과의 거리는 멀지 않지만, 왕복 8차선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고, 그 횡단보도까지 살짝 경사가 진 길을 지나야 하기에 직원 한 명이 휠체어의 이동을 도왔다. 식당 앞에 도착한 우리는 생각지도 않은 걸림돌을 마주했다. 1층 엘리베이터만 생각하고 왔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한 건물 진입로에 경사로가 없었다. 성인 발목 높이의 턱이 있어 휠체어를 들어올려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식당을 찾은 초면의 남성분이 휠체어 드는 걸 도와줬다.

우리끼리 엘리베이터를 타며, “아 경사로는 생각도 못 했어요”라는 말로 헤프닝처럼 지나쳤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우리에게 처음은 아니었다. 내부가 넓은 식당을 찾은 어느 날도, 성인 발목 높이의 턱이 있었지만, 경사로가 없어 당황했었다. 그때도 식당 직원분께서 흔쾌히 도움을 주셨지만, 사실 식당에 밥을 먹으러 입장하는 순간부터 도움이 필요한 상황 자체가 우리는 물론 이창선 기자도 썩 편하지 않았다.

실내에 들어선 후에도 빠르게 눈이 돌아간다. 휠체어에 앉아서 식사하는 것보다 식탁과의 높이 등의 이유로 의자로 옮겨 앉는 것을 선호하는 이창선 기자는 자신이 의자로 옮겨 앉았을 때 휠체어를 놓을 자리도 함께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동이 최소한인 곳을 찾아 우리는 자리를 잡았다. 물론 식사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이런저런 수다를 하며,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 엘리베이터만 생각하고 찾은 식당건물 앞, 성인 발목 높이 이상의 단차 때문에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었다. 다행히 식당을 찾은 남성 손님이 기꺼이 휠체어를 함께 들어 올려줬다.

 

 

 장보기 

휠체어 카트는 어디 있나요?

‘눈높이 쇼핑’이 최선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마트 입구, 이창선 기자의 눈이 빠르게 좌우로 움직였다. 매장 입구에 줄지어 세워져 있는 쇼핑카트 사이에서 아무리 봐도 지난해 7월부터 비치가 의무화됐다는 장애인용 쇼핑카트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둘러본 뒤 도움을 받기 위해 안내대로 가서 ‘장애인용 쇼핑카트’의 여부를 묻자, 직원은 어딘가로 무전을 했고, 한참 뒤에 창고 같은 곳에서 장애인용 쇼핑카트를 가지고 나와 설치해 줬다. ‘비치’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기준을 각자 다르게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비치’를 어딘가에든 가지고 있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매장 입구, 안내대 어디에도 ‘장애인용 쇼핑카트’ 안내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매장에 없는 것인지, 직원의 도움을 받으면 찾을 수는 있는 것인지 자체를 알 수 없었다.

▲ 휠체어 카트를 부착한 모습,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는 진열대 일부분만 확인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다양한 제품 중에 내게 맞는 물건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어쨌든 이창선 기자조차도 실제로는 처음 보는 ‘장애인용 쇼핑카트’를 휠체어에 연결한 뒤에야 매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실제로 쇼핑카트 자체를 휠체어에 연결하는 것은 조금의 근력만 있다면 어렵지 않았다. 직원이 직접 설치까지 도와주기도 했다.

사고자 하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둘러봤지만, 눈에 띄는 안내 표시는 없었다. 매장 진열 구역의 표지판 대부분이 진열대 상단이나, 천장에서 내려오는 줄 끝에 달린 표지판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탄 이창선 기자가 선택할 방법은 ‘직원의 도움’을 받는 것뿐이었다.

매장 입구에서 만난 직원에게 가장 먼저 구매할 ‘각 티슈’의 위치를 물었고, 본인 말대로 “운이 좋은 날”이었는지, 직원은 그녀가 구매할 모든 물건을 사는 동안 함께해 줬다. 특정 브랜드를 정하고 간 것은 아니기에, 대충의 규격과 원하는 금액대를 말하고, 직원이 권하는 물건을 카트에 담는 방식으로 쇼핑은 진행됐다. 이렇게 4가지의 물품을 사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18분, 생각보다 너무 빠른 시간이었다.

이후 기자와 이창선 기자는 다시 한번 같은 경로로 쇼핑을 진행했고, 쇼핑이 빨리 끝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금세 알아차렸다. 우선 직원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물건을 선택하는 고민의 시간을 최소화했다. 성분을 확인하거나 하는 것은 사치였으며, 다른 물건을 더 보여 달라고 말하는 것 역시 욕심이었기에 그저 추천해주는 1~2개에서 선택하는 게 다였다. 실제로 다시 가 본 각 티슈 판매대에는 브랜드와 디자인 내용물의 용량 등에 따라 스무 가지가 넘는 물건이 진열돼 있었다. 물론 혼자 쇼핑을 한다면 천천히 다 둘러봤을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판매대 4층 높이 이상은 고개를 들어도 직각으로 놓인 물건과 가격 안내판 때문에 정보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진열대 맨 아래쪽 물건 역시 휠체어에 가려져 상품명을 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다음으로 찾은 냉동식품 진열대는 성인 배 위쪽에서 옆으로 여닫는 문이 달려있고, 허리를 숙이고 팔을 아래로 뻗어 상품을 잡아야 하는 구조였다. 이창선 기자에게는 냉동고 문의 손잡이조차 잡는 것이 불가능했다. 50여 개가 훌쩍 넘는 만두 상품이 있었지만, 말 그대로 도움 없이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 밖에도 곡선형으로 만든 음료 진열대는 쇼핑카트와 맞닿아 거리가 오히려 멀어져 상품에 손이 닿지 않았다.

그래도 친절한 직원의 도움으로 모든 물건을 카트에 담고 계산대로 이동한 이창선 기자는 카트의 물건을 이동형 바코드기로 일일이 찍어준 직원 덕에 계산대 위로 물건을 올리지 않고도 계산을 끝낼 수 있었다.

이제 문제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안내대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이 기자에게 처음 쇼핑카트를 안내해준 직원은 ‘장애인용 쇼핑카트’는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갈 수 없고 이곳에서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선 기자는 작은 생수 묶음을 사고, 냉동만두와 각 티슈 등 제법 무게와 부피가 있는 물건을 샀음에도 다시 장바구니에 그 물건들을 담고 무릎 위에 올린 채 엘리베이터로 향해야 했다. “더 무거운 물건과 많은 양을 샀을 때 어떻게 이동하냐”는 질문에 직원은 또 어디인가로 무전을 하더니 “다른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답을 내놨다. 지하주차장까지 배달 서비스라도 해주겠다는 걸까? 그 도움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확답을 받지 못한 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 냉동식품 판매대는 이창선 기자의 어깨높이에 옆으로 여닫는 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문을 옆으로 밀고 일어서서 손을 뻗지 않는 한 자신의 힘으로는 물건을 집는 것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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