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방방곡곡]바다는 파랗게, 육지는 노랗게 물결치는 봄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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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방방곡곡]바다는 파랗게, 육지는 노랗게 물결치는 봄 제주
  • 편집부
  • 승인 2023.04.07 15:33
  • 수정 2023-04-07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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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만나기 위해 육지를 떠나 섬으로 간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섬, 제주. 그곳에는 이미 봄이 넘실대고 있다. 산방산 아래 지천으로 피어 있는 유채는 노란 물결을, 이미 뚝뚝 떨어져 처연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동백은 붉은 물결을, 팝콘처럼 후드득 꽃망을 터트린 벚꽃은 연분홍 물결을 이루며 제주 바다의 에머랄드빛 물결에 색채를 더한다. 바닷길을 따라 대평포구에서 논짓물까지 휠체어를 타고 걷는 올레도 좋고, 장애인도 정상을 밟아 발 아래로 제주를 내려다볼 수 있는 금오름도 좋다. 봄 제주는 그 무엇도 호사의 극치다.

전윤선_무장애여행 칼럼니스트
▲ 산방산과 유채꽃 ⓒ클립아트코리아

봄꽃이 폭죽 터지듯 전국을 뒤덮고 있다. 적군처럼 진군하는 꽃들에게 포위되어 정신이 혼미하다. 꽃들이 순차적으로 피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욕심인가 보다. 인간 사회가 속도전을 벌이고 있으니 꽃들도 뒤처질 수 없나 보다. 성질 급한 봄꽃들이 모조리 피어 버리는 봄꽃의 향연.

봄꽃을 제대로 보려면 제주만 한 곳이 또 있을까. 그래서 제주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채꽃 핫스폿, 산방산

 

3월과 4월의 제주는 유채꽃 천지다. 3월 초, 제주 바다의 파란 물결과 유채꽃의 노란 물결이 융합되어 춤춘다. 제주에서 근사한 유채꽃밭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유채꽃과 사진을 찍으려면 값을 지불해야 하는 곳도 있지만 관광객은 기꺼이 지불하고 유채꽃과 추억을 남긴다.

어디 유채꽃뿐이랴. 동백은 붉은 꽃잎이 툭 떨어져 나뒹굴고, 벚꽃은 팝콘처럼 후드득 펴 대고 있다. 제주 어디를 가나 흐드러져 핀 유채꽃은 알에서 막 깨고 나온 노란 병아리가 떼 지어 있는 것 같다.

유채꽃과 어울리는 풍경을 찾아 산방산으로 향했다. 한라산, 송악산과 함께 제주의 몇 안 되는 ‘산’ 중의 하나인 산방산은 유채꽃 핫스폿이기도 하다. 종상화산인 산방산의 생김새는 벙거지 같아 근처 어디서나 눈에 들어온다. 산방산은 한라산 봉우리를 푹 파서 용머리 해안으로 던진 것 같다.

▲ 논짓물 앞바다. 갯깍 주상절리가 형성되어 있고, 건너편에 중문단지가 보인다. ⓒ전윤선

산방산의 유래로는 두 개의 전설이 전해진다. 하나는 옛날 한 포수가 한라산에 사냥을 나갔다가 동물의 궁둥인 줄 알고 활을 쐈지만 활을 맞은 것은 동물이 아니고 산신이었다고 한다. 활에 맞은 산신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 손에 잡히는 대로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졌는데, 그것이 날아가 박힌 것이 산방산이고 뽑힌 자리가 백록담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다른 하나의 전설은 여신 산방덕에 얽힌 이야기다. 산방덕과 고승 부부가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이곳의 주관으로 있던 자가 산방덕의 미모에 반해 남편 고승에게 누명을 씌우고 야욕을 채우려 했다. 그런데 이를 알아차린 산방덕이 속세에 온 것을 한탄하면서 산방굴로 들어가 바윗돌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산방산의 두 개의 설 중 한라산을 푹 파서 던졌다는 설이 더 믿음이 간다.

산방산 아래 유채밭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꽃밭으로 휠체어도 들어갈 수 있게 길을 만들어 놨다. 길을 따라 꽃밭으로 들어가 푹 파묻혀 사진을 찍으며 봄꽃에 취해 본다.

▲  논짓물공원. 논짓물은 용천수가 바닷물과 만나 천연 풀장을 형성하고 있다.  ⓒ전윤선
▲ 논짓물 표석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올레길, 대평포구~논짓물

 

올레 8코스 휠체어 구간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휠체어 올레 구간은 대평포구에서 논짓물까지 3.6킬로미터다. 대평포구에는 작은 어선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린다. 이들이 잠시 쉬어가는 아담한 포구다. 대평포구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있어 올레 시작하기 전 볼일을 볼 수 있다.

포구를 따라 걷다 보면 방파제 벽면에 여러 가지 색깔의 타일이 모자이크로 붙여져 있어 포구의 풍경을 다채롭게 한다. 방파제 빨간 등대도 바다와 어울린다. 등대 위에 모자를 쓴 소녀상은 바다를 그리워하며 늘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 있다.

바다를 끼고 걷다 보니 어느새 하예포구까지 와버렸다. 바다는 파랗고 유채꽃은 노랗고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온다. 하예포구에서 논짓물까지 다시 천천히 걷는다.

▲ 올레 8코스 논짓물 휠체어 구간 ⓒ정은경

 

논짓물은 용천수가 바다로 흘러나가며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만들어진 천연 해수욕장이다. 행정상으로는 서귀포시 하예동이다. 논짓물이라는 이름은 용천수가 해안과 가까운 곳에서 솟아나 농업용수나 식수로 사용할 수 없어 ‘물을 그냥 버린다(논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논짓물에는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카페도 생겼고 장애인화장실도 만들어졌다.

논짓물에는 갯깍 주상절리도 보인다. 주상절리는 땅 위로 솟구친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며 급속히 수축하며 수직의 돌기둥 모양으로 갈라진 절리(節理)를 말하고 갯깍은 바다 끝머리라는 뜻이다.

 

금오름에 올라 제주를 보다

 

발길을 돌려 금오름으로 간다. 제주 서부 중산간 지역의 대표적인 오름 중 하나인 금오름은 이효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곳에 올라 일몰을 보는 장면이 방영된 이후 유명세를 타고 있다. MZ세대들의 핫스폿이라고나 할까.

표고가 해발 427.5미터, 비고(올라가야 하는 거리가 비고다) 178미터. 오르는 거리는 짧지만 오름 정상까지는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 차는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 금오름 정상에서 조망되는 제주 서부. ⓒ전윤선

                                                                                                                                                         

오름에 오르니 제주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비양도도 보이고 차귀도도 보인다. 쉴새 없이 돌아가는 키 큰 풍차도 금오름에서는 작은 바람개비 같다.

숲을 벗어나야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것처럼 금오름에 오르니 사방으로 제주를 관조할 수 있다. 발아래 세상은 티끌처럼 작다. 금오름에서 제주를 내려다보니 겨우내 차가웠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제주 여행의 기억들은 오래 머물고 그 기억들로 하여 여행자는 시인이 되기도 철학자가 되기도 한다.

 


무장애 여행정보

 

[가는 길]

*제주까지 가는 길: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공권 예매 시 도움이 필요한 승객을 선택하고 승객 유형을 반드시 선택한다. 휠체어가 필요한지, 시각장애인인지, 청각장애인지 선택하게 돼 있다. 신청하면 휠체어 서비스도 가능하다.

*제주 장애인콜택시

-콜센터 1899-6884,

-문자 접수 010-6641-6884

 

*제주 특장차 렌터카

-특별한렌트카: 전화 064-805-8005_특장차량의 차종은 스타랙스이며,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제주아산렌트카: 전화 064-743-9991

-한라산렌터카: 전화 064-748-8222_특장차량의 차종은 카니발이며,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접근 가능한 식당

-돈해상: 제주에 가면 꼭 먹어야 할 메뉴인 흑돼지 맛집이며, 뷰 맛집이기도 하다. 협재해변 바로 앞에 위치해 해 질 무렵에 찾으면 석양으로 물드는 오션뷰가 일품이다. 영업시간 오전 10~오후 9시, 라스트 오더 오후 8시 15분(전화 064-769-4936,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립읍 귀덕11길 39)

 

*접근 가능한 숙박

-호텔엘린: 제주공항 근처에 위치한 가성비 호텔이다. 무장애 객실 4개를 갖추고 있다. 사회적기업으로 수익금의 100%가 장애인복지 운영 기금으로 사용된다. (전화 064-743-5600,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은남1길 4)

 

*접근 가능한 화장실

-산방산 아래 용머리 해안

-논짓물공원

-대평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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