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them fly ‘지니’를 만난다면, 당신도 날 수 있다_비보이 유튜버 ‘맥뎀플라이’ 김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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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them fly ‘지니’를 만난다면, 당신도 날 수 있다_비보이 유튜버 ‘맥뎀플라이’ 김대진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3.03.23 11:42
  • 수정 2023-03-24 17:5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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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와 휠체어, 이 두 단어를 듣고 연관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는 비보이에게 움직임의 한계가 있는 휠체어는 전혀 다른 단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뎀플라이 (대)진이’(이하 ‘지니’)는 휠체어를 타기 전에도 자신은 비보이였고, 휠체어를 타고 있는 지금도 자신을 ‘비보이’라고 말한다. 휠체어가 자신의 꿈을 펼쳐 나아가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는 데는 ‘장애’의 유무보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먼저라고 말하는 ‘지니’, 지금부터 그가 들려줄 마법 같은 이야기가 끝날 때쯤 당신도 어쩌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을지 모른다.

 

질풍노도기의 시기…춤을 만나다

누구나 그러하듯, 10대 중후반 지니 역시 ‘질풍노도’의 시기를 마주했다. 그리고 자신도 미래의 길에 대해 갈피를 못 잡을 때쯤 ‘춤’이 그의 인생에 들어왔다.

“어느 날 알고 지내던 후배가 춤을 배운다고 해서 구경하는데, 그 후배도 아니고 옆에 있던 후배의 친구 녀석이 그날 이후 매일 저를 찾아와서 ‘춤을 보러 가자’고 청하거나, ‘춤에 관심 있냐’고 계속 말했어요. 사실 그때 저는 춤에 관심도 없었고, 배우고 싶은 의지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녀석이 제 인생을 바꿔놓을 운명의 나침반이었던 거죠.(웃음) 지겹도록 쫓아다녀서 한 날, 그 친구와 함께 당시 하남시청 근처에 춤을 추는 친구들이 모여 연습하는 공간을 찾은 적이 있어요. 그날이 저의 변화의 시작점이었죠.”

그는 처음 춤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진실성과 간절함보다는 치기 어린 마음이었던 게 솔직한 대답이라고 말했다. “한참 춤을 보고 있는데, 한 형이 다가와서 ‘너도 춤추는 애야? 어디 한번 춰봐’라고 말하는 거예요. 근데, 그 말투가 솔직히 당시에는 곱게 들리지 않았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요. 구경하는 건데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춤을 출 수 있을 리 없잖아요. 머뭇거리니까 그 형이 ‘안 출 거면 저리 가!’라고 무시하듯 말하는데, 그 순간 내가 저놈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는 오기가 발동한 거죠. 그날 이후로 집에서 혼자서 한 동작을 계속 연습했어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요. 그런데 기초도 모르는 제가 될 리가 있나요? 그때 저를 춤의 세계로 이끈 후배가 또다시 손을 내밀었죠.”

아무한테도 말하진 않았지만 계속되는 연습으로 곳곳에 멍이 들고 근육통을 앓는 지니를 본 후배는 또 조용히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내밀었다. 거기엔 외국 비보이들의 춤 영상이 담겨 있었고, 지니는 정말 밤을 꼬박 새우며 영상을 시청했고, 오기로 시작한 춤에 진심으로 빠져들게 됐다.

그렇게 춤에 빠져들게 된 그는 그날 이후 밤낮없이 연습에 매진했다.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춤만 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 열정의 크기를 보여주기로 하듯이 그의 실력은 반년 만에 주위 사람들도 놀랄 정도로 성장했고, 당시 댄스부로 유명한 고등학교에 입학, 당당히 동아리에 합격하면서 말 그대로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

“정말 신났어요. 제 실력이 나날이 늘어가는 것도 그랬고, 주변에서 저를 알아봐 주고 멋있다고 말해주고…다른 학교 축제마다 무대에 섰고,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정말 춤 하나로 하남시를 제패했었어요.”

이후 군대에 입대한 후에도 그를 필두로 댄스 동아리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군 생활 동안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청춘 신고합니다 △위문 열차 △화제 집중 6시 등의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만큼 춤에 대한 열정과 커리어 모두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 비보이로 활동할 시기의 ‘지니’

 

아직도 생생했던 사고의 그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다

 

그렇게 점점 자신의 미래를 선명하게 그려가던 어느 날, 그 일이 조용히 찾아왔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2008년 1월 27일 그날의 온도, 느낌, 사고 당시의 주변 모습까지요.”

전역 후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던 그는 원래 자신이 참가하기로 한 대회도 아니었음에도 친구의 부탁으로 함께 갔던 그곳에서 사고를 마주하게 됐다. “벽을 발로 딛고 공중에서 회전하는 동작이었는데, 벽 앞에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어요. 저는 그 현수막이 벽에 밀착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벽과 현수막 사이에 공간이 있었던 거죠. 현수막까지의 거리만 생각하고 점프해 발로 딛는 순간 쓰려졌어요. 그리고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죠.”

그는 목 아래로 ‘전신마비’의 진단을 받았고, 오랜 재활 끝에 지금은 양손을 움직일 수는 있지만, 감각을 느끼지는 못하는 상태이다. 모든 사고가 찰나의 순간이라고 표현되는 것처럼 그의 인생도 그 찰나, 지금까지의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릴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

당시 서울에서 거주하던 그는 사고 이후로 인천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사고가 났던 곳이기도 했고, 당시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엄연히 따지면, 당시엔 현실도피를 선택했다.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제가 장애인이 된 후 가장 큰 변화는 주변에 사람들이 떨어져 나갔다는 거예요. 당시 휴대폰에 600명이 넘게 저장되어 있을 정도로 나름 인간관계로 잘 나간다 생각했는데, 장애인이 된 후 1년 만에 연락하는 사람들이 30명으로 줄더라고요. 처음에는 허무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인연이 곁에 있다는 거잖아요.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요.”

화려했던 생활만큼 장애를 얻게 되면서 좌절의 크기도 컸지만, 그는 오래 슬픔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라 당황하고 잠시 방황하긴 했지만, 장애를 만나기 전에도 후에도 제 꿈이 비보이고, 춤을 사랑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저는 제 꿈을 위해 나아가고 있고 다만, 그 과정이 장애를 만난 것뿐이니까요.”

▲ 지니의 슬럼프를 극복하게 해준 친한 동생이자 비보이인 베로(장지광)와 함께

 

비보이 유튜버 ‘맥뎀플라이 지니’

인생 2막을 열다

 

‘맥뎀플라이 지니’의 멕뎀플라이는 ‘make them fly’를 발음 나는 대로 쓴 것이다. 그들을 날게 만든다는 뜻으로, 유튜버로서 ‘지니’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며, 그에게 춤을 배우는 이들을 위한 말이기도 하다.

더는 직접 춤을 출 수는 없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을 ‘비보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의 인생에서 춤은 그림자처럼 평생 함께할 것이라는 생각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2014년 4월에 유튜브에 가입한 후 우리나라와 세계 비보이들의 영상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기술의 이름과 그 춤이 어떤 난이도인지, 어떻게 몸을 쓸 때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는 물론, 우리나라와 세계에 유명한 댄서들의 영상을 올리고 그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올렸었죠.”

지금은 짧은 머리, 비니, 이어폰을 귀에 꽂은 모습으로 구독자에게 인사를 건내며 시작하는 영상이 시작되지만, 처음에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목소리로만 채널을 운영했었다. 당시에는 그 정도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용기였다. 그러다 3년 전 그는 채널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공개했으며, 장애를 갖게 된 사고에 관한 이야기, 재활 과정은 물론 재활병원 치료사와 함께 비보이 영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콘텐츠를 공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얼굴을 공개하기 전부터 그의 채널을 구독했던 구독자들 사이에서는 “전혀 그런 사정이 있는지 몰랐다.”거나, “담배를 피워서 목소리가 맑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오해였다며 다시 구독을 이어가겠다.”와 더불어 “응원한다.”, “너무 멋있다.” 등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얼굴을 공개할 때 사실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이 응원도 해주시고, 10대와 20대 때 함께 춤을 추었던 친구들이 제 영상을 보고 다시 연락해오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훨씬 컸어요.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죠. 그리고, 2년 전 슬럼프가 심하게 온 적이 있었는데 슬럼프를 극복하게 해준 비보이 동생이 있습니다. 그 동생은 베로(장지광)라고 비보이 세계대회 1등도 하는 유명한 동생입니다. 저에게 “형은 뭐든지 잘 할 수 있다.”고 매일같이 전화가 왔고 “형은 지금까지 비보이를 멈춘 적이 없잖아!”라고 저의 마음에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그 친구와 춤 이야기를 계속 나누다 보니 슬럼프가 어느새 사라지더라고요. 지금도 매일 전화 통화로 춤 이야기를 하고 있답니다. 고맙다 지광아!”

▲ 지난 2018년 인천시 부평구에서 진행한 생활문화 사업 춤춤동호회 <업앤업> 강사를 맡았었다. 사진 가운데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이 ‘지니’다.

 

조용하게, 하지만 끝까지 가는

강한 사람 될 것

 

‘지니’의 도전은 유튜버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춤을 출 수는 없지만, 춤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선생님’이 돼주었다. “처음에 제가 춤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다들 의아해했어요. 보통 몸을 활용하는 춤을 가르쳐줄 때 학생들이 ‘한 번 보여주세요’라고 많이들 하잖아요. 전 그 보여주기가 안 되니, 누구를 가르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모든 걸 걸고 자부할 만큼 저에게 배웠던 친구들은 모두 만족하고, 또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친구들 역시 점점 늘고 있다는 거예요.”

그는 이미 잘 추는 사람이 잘하는 동작을 보여주는 것보다 배우려는 사람의 신체적 특징을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같은 동작이라도 개개인별로 그 동작을 해내는 데 필요한 요소가 다르므로 일률적인 수업으로는 효과를 끌어내기 힘들다고 확신했다.

“누구는 키가 작고, 누구는 허벅지 근육이 약하고, 누구는 팔이 평균보다 짧을 수 있는데, 모두에게 같은 기준으로만 가르친다는 게 사실 맞지 않잖아요. 저는 우선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에게 맞는 수업을 진행해요. 어떤 친구에게는 우선 근육을 단련하는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또 삐뚤어진 자세를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하기도 하고요.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도 학생들의 실력이 어느 순간 확 발전하는 게 보여요.” 실제로 그에게 수업을 받은 이들 중에는 이제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큼 유명한 비보이들도 적지 않다.

전신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고도 그가 이렇게 또 다른 삶을 멋지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춤을 사랑하는 열정과 하루를 48시간처럼 보낼 정도로 스스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기상 이후 밥 먹는 시간과 재활 시간 등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영상을 분석하고 유튜브 채널에 올릴 영상작업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진행하는 ‘장애인인식개선 강사’에 도전, 올해 1차 합격했다. 그리고 국제사이버대학교 노인복지학과에 입학, 올해부터 대학생이라는 신분도 갖게 된다.

“우선 지난해에 노력했던 일이 좋은 결과로 돌아와서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서 비보이에 대한 저의 경험을 세상에 알리고, 좋은 일도 하면서 우리 사회에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 지금까지의 생활보다 더 바쁜 나날이 되겠지만,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끝까지 갈 길이기에 호들갑스럽지 않게 조용히 걸어가겠지만, 꼭 강해질 거에요. 기대해 주세요. 저의 또 다른 미래를!”

‘맥뎀플라이 지니’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그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makethemfly)을 구독해 보자. 어느 순간 당신도 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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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뎀구독자 2023-10-21 21:41:58
항상 잘보고 있어요. 좋은 일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화이팅!

별꽃 2023-04-14 22:25:39
나이50에 지니님유투브를보고 비보이영상에 푹빠졌었답니다~~영상소개하실때 지니님모습이 정말귀엽고 행복해보였어요ㅎ 앞으로도 꿈을향해 열심히 나아가세요 응원합니다!!!

구독자 2023-04-08 20:11:35
와우 지니님 대박ㅎㅎㅎ 누구든 힘든시기 잘 버티시면 다들 좋은 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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