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상 기자의 흔들리는 시선] 정부, 한국의 ‘주디스 휴먼’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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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 기자의 흔들리는 시선] 정부, 한국의 ‘주디스 휴먼’ 육성해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3.03.23 11:23
  • 수정 2023-03-23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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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애인인권 운동의 상징인 주디스 휴먼이 7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영국 더 타임, 미국 ABC 방송 등이 3월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자가 휴먼을 처음 접한 것은 2013년 제14회 장애인영화제 개막작인 에릭 뉴델 감독의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Lives Worth Living)’를 보면서부터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 바로 주디스 휴먼이다.

영화에서, 미국의 장애인차별철폐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참전병들이 상이용사로 돌아와 장애인 대신 영웅이라고 불리며 사회적 지원과 존중을 받자 원래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받던 격리와 차별이 당연한 대접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부터다.

‘내가 장애인이라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힘이 없어서 무시당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장애인을 뭉치게 했고 예산문제로 난색을 표한 행정부에 대해 시각, 청각, 정신, 지체장애 등 모든 유형의 장애인들이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고 의회 계단을 기어 올라가면서 ‘장애인차별금지와 사회통합을 법으로 보장해 줄 것’을 30년 동안이나 요구했으며 그 결과 미국 장애인법(ADA)을 통해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까지 장애인차별금지 등을 보장받게 된다.

휴먼은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정부 국무부 장애인인권담당 특별고문, 세계은행에서 장애인정책을 다루는 행정가로 일하며 장애인인권 향상을 위해 헌신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휴먼의 타계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장애인인권운동의 대모인 휴먼은 시민권 투쟁을 위해 삶을 바쳤다.”고 추모했으며, 클린턴 대통령은 “나는 내 임기 동안 미국의 모든 아이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 그의 뛰어난 업적에 항상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휴먼처럼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해 평생을 바쳐 투쟁한 장애인활동가들은 많다. 단지 미국과 다른 것이 있다면 미국 정부에선 진보적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를 장애인정책을 다루는 행정가로 일할 기회를 줬다는 것. 한국 정부는 장애시민 차별금지와 사회통합에 대한 의지 표명을 위해서라도 한국의 주디스 휴먼을 육성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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