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학교 선택 이전에 ‘교육의 방향성’ 먼저 고민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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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학교 선택 이전에 ‘교육의 방향성’ 먼저 고민하길
  • 편집부
  • 승인 2023.03.23 11:17
  • 수정 2023-03-23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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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은_장애예술매개자, '내가 그린 오티즘' 저자

어제도 그제도 그 전날에도 힘을 짜내왔던 부모들이 서로를 더욱 뜨겁게 응원하는 달, 3월이다. 부모가 아이의 새 학년을 시작하며 가지는 마음이 설렘, 기대, 약간의 긴장뿐이라면 좋으련만, 이때만큼은 장애육아를 구분지어 특별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내가 부모님들께 응원과 위로를 보내는 방법은 늘 교육이다. 그것이 내가 아이의 장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아이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을 점검해 보자.

‘나는 내 아이가 받아야 할 교육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나?’ ‘내가 만들고 있는 이 노력의 방향 끝에 그 교육이 있나?’

최근 발달장애자녀를 두신 부모님을 대상으로 홈트레이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부모님과 개별 면담을 통해 교육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첫 작업이었다. 학습, 집 안 자조, 집 밖 자조의 세 가지 항목으로 구분해서 올해 실천할 목표를 영역별로 한두 가지씩 설정했다. 다소 놀랐던 것은 위 세 가지 항목에 대한 부모님들의 이해가 생소하거나 모호했다는 점이고, 반가운 것은 그 방향성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교육이 습관이 되는 연습에 발짝을 떼었다는 것이다.

학령기 특수교육의 처음과 끝 사이에 매우 중요한 지점이 있다. 그때가 전환교육의 시점이고 그때부터가 진정한 개별화 교육이라 생각한다. 장애육아를 하는 많은 부모가, 또래가 받는 교육이 과연 내 아이에게도 필요할까를 고민한다.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에도 불필요한 교육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 공백을 채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내 아이에게 적합한 학습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등장하는 어려운 개념들을 체험하듯 겪어보는 것이 아닌, 저학년 때 배웠던 기본 개념을 잊지 않는 연습이라 생각한다. 내 아이는 올해 15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초등학교 3학년 난이도의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풀며 학습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시간을 활용하는 습관이 훨씬 중요하다. 이 습관이 안정적이라면 때에 맞추어 학습내용을 바꾸어주는 것은 큰 어려움이 아니다. 올해 추가된 학습은 음악 이론 공부인데, 새로운 개념이 익숙해질 때까지 내가 옆에서 도와주고, 반복 학습으로 넘어가면 스스로 하도록 권한다. 이것이 우리가 하는 홈스쿨의 학습 패턴이다.

학습 못지않게 중요한 교육이 자조 영역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의 자립을 목표로 하는 부모라면 오랜 시간을 들여 가꾸어야 할 공부다. 장애육아를 하며 너무 많이 들어 익숙한 단어 중 하나가 ‘자조(自助)’일 것이다. 하지만 이 중요한 ‘자조’에 접근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다른 우선순위에 밀리기 일쑤다.

최소한의 외부 도움과 최대한의 자력(장애 당사자)으로 아이의 자립을 만들고자 한다면 목마름을 느낄 때 생수 한 병은 스스로 사는 연습, 본인을 위한 소소한 밥상을 차리는 연습을 일찍부터 해야 한다. 이 간단한 자조를 위해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지 겪어보아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연습이 학령기에 특수교육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교육이고 또래가 받는 국, 영, 수 과목만큼 중요한 비중으로 인정받았으면 한다.

아이에게 전달해야 할 교육의 알맹이를 먼저 파악하자. 그 교육에 적합한 환경이 학교인지 가정인지 그 외의 기관인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 것은 다음 고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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