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이제는 장애인 노령화와 여성장애인 심리·정서적 복지에 관심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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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칼럼]이제는 장애인 노령화와 여성장애인 심리·정서적 복지에 관심 기울여야
  • 편집부
  • 승인 2023.03.23 11:15
  • 수정 2023-03-23 11: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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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자 _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센터장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긴 여정을 지루하게 보내야 했던 장애인들은 그 누구보다 힘겨웠고, 많이 아팠고, 외로웠다. 아직도 그 누군가는 이 여정을 마치지 못하고 힘겹게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더구나 장애인은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에 걸리기 쉽다는 이유로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2년여를 감옥 아닌 감옥생활을 하여야 했다. 사회복지현장에 있던 필자는 센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과 전화상담으로 의사소통을 많이 했다. “무엇이 제일 힘드냐”는 질문에 여성장애인들은 불안함과 우울감을 많이 호소했다. 양성평등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여성은 사회적 약자, 장애인은 배려해야 하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 수해자(受害者)라는 차별적 정서가 숨어 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다 가진 여성장애인들은 이중삼중의 차별과 소외뿐 아니라 인권, 교육, 경제활동, 의료, 여가와 문화생활에서조차 비장애여성보다 현저하게 차별된 삶을 살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인천시 등록장애인 현황(2021년 3월 말 현재)에 따르면 장애인 등록인구는 총 14만6725명이고, 그중 남성장애인은 8만7515명(59.65%), 여성장애인은 5만9210명(40.35%)이며 남녀 등록장애인 중에 65세 이상 노령장애인은 6만9301명(47.23%)이다. 아쉽게도 노령장애인 통계자료는 남녀 구분 없이 나와 있다. 이를 살펴보면 인천시 총 등록장애인 절반이 노령장애인인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장애인 또한 노령화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는 통계이다. 사실 사회복지 현장에는 20~30대의 이용인보다 40~70대의 장애인이 낮 프로그램에 참여율이 높다. 물론 학령기 장애인들은 학교에 가 있겠지만 주중 프로그램에 중장년장애인과 노령장애인이 많이 이용한다는 것은 복지관이나 센터 등에서 일률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는 신호이다. 하루 1~2시간 이용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루 반나절 이상 자유롭게 머물다 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복지관이나 센터가 장애인들의 쉼터와 같은 곳이 되어 주어야 한다. 특히 여성장애인은 생애주기에 따라 신체의 변화와 신분의 변화, 심리·정서적 변화가 급격히 달라진다. 특히 결혼·임신·출산·양육·가사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는 비장애인보다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여성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 촘촘하게 세워지고 지원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여성장애인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남성장애인보다 기초학력이 낮고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이 낮게 나타난 보고자료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장애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삶의 질을 낮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특성과 요인을 고려하여 이제는 여성장애인의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서비스가 지원돼야 할 때라고 본다. 여성장애인이 복지관과 센터에 이용하고자 등록하는 이유는 1~2시간의 프로그램에서 만들고, 배우고자 참여한다기보다 그 시간을 통해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등록을 한다고 한다.

거기서 만나는 동료들과는 수다를 떨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아픔도 털어 놓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멘토가 되어 주기도 하고 삶의 경험이 많은 선배의 이야기에서는 삶의 지혜도 배우고, 삶의 동기부여도 받는다고 한다. 특히 50~60대 여성장애인은 더 이상 자신의 심리·정서 상태가 피폐해지거나 우울해지지 않도록 힐링할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여성장애인 지원사업을 오래도록 담당했던 필자가 여성장애인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여성장애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고…2016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에서 지원하던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이하 어울림센터) 사업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서 지원하던 여성장애인교육지원사업(이하 교육지원사업)이 정부정책의 일환으로 각 부처의 유사사업 통합을 추진하면서 현재 복지부에서 지원하는 교육지원사업으로 통합돼 운영하게 되었다. 그 당시 실무협의체의 핵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두 사업이 굳이 통합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하여 이의 제기도 많이 하였지만 결국 복지부로 통합되는 것으로 합의됐다.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게 된 이유가 있다. 여가부에서는 매년 예산이 삭감되어 현장에서는 사업을 진행하기가 매우 곤란했다. 그래도 장애인복지 관련 주무부처인 복지부로 통합하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여성장애인사업이 유지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울림센터 사업은 1명의 센터장과 2명의 상담원(사회복지사) 인력을 지원했고, 현 교육지원사업은 1명의 관리책임자와 1명의 프로그램 담당자(사회복지사)로 인력이 축소되고, 사업예산 또한 어울림센터 사업보다 적게 편성돼 운영되고 있다. 여가부에서 지원했던 어울림센터는 사업이라기보다 전국 22개 센터가 운영되면서 여성장애인들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했는가 하면 현재의 복지부 교육지원사업은 단위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울림센터는 매년 개소가 늘어나는 추세였다. 말하자면 여성장애인을 위한 지원기관으로 발전해가고 있었다. 감히 단언하자면,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가 운영될 시기에 전국에서 여성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사회활동이 가장 활발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어울림센터는 장애인복지관과 여성장애인단체가 위탁받아 운영해서인지 두 기관의 장점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홍보도 활발했고, 여성장애인의 맞춤형 프로그램 아이디어도 풍부했고, 좋은 프로그램은 각 센터가 공유하며, 여성장애인 권익옹호와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 인권보호 등에 힘쓰며 전국 어울림센터가 하나로 이어지는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었다. 여성장애인은 여성의 신체발달 특징에 따라 남성장애인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간혹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복지관이나 센터와 장애인단체 이용인은 남성장애인이 훨씬 많다. 이제 ㉠인천시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별과 배제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여성장애인들을 위해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심리·정서 안정과 사회활동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문 여성장애인지원기관이나 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인천시는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그 속에 여성장애인을 위한 친화적 노력은 없다. ㉢인천시는 장애인의 평생교육을 지원한다하면서 여성장애인에게는 평생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인천시는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 각종 폭력과 학대에 노출돼 있는 여성장애인 권익옹호를 위한 전문기관 하나 없다. 단지 피해를 당한 후 잠시 머물 수 있는 쉼터나 상담소만 있다. ㉤인천시는 여성장애인 지원에 관한 조례도 없다. 이웃하고 있는 경기도는 여성장애인지원조례가 있다. 장애인들 속에서도 차별을 느낀다는 여성장애인을 위해 인천시는 이제 무언가 하여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손을 내미는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시장님! 비장애여성 유권자만 눈길 주지 마시고 여성장애인 유권자들도 좀 살펴주십시오.

이제 필자는 여성장애인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려 작은 주춧돌 하나 얹는 심정으로 연수구에 여성장애인의 작은 사랑방 하나를 지으려 한다. 이를 계기로 인천시에 구마다 여성장애인을 위한 사랑방이 지어져서 그 속에서 여성장애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매일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속히 올 수 있도록 기대하며 불철주야 뛰겠다. 그 사랑방의 이름을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라고 명명하겠다. 이를 위해 뜻을 함께할 여성장애인 동지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픈식 때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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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남 2023-03-30 14:34:09
기사본문 도입부의 수해자(受害者)를
수혜자(受惠者)로 수정하심이 옳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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