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정부, 서비스 ‘차별’이 사회서비스 ‘고도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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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정부, 서비스 ‘차별’이 사회서비스 ‘고도화’인가
  • 편집부
  • 승인 2023.02.23 09:27
  • 수정 2023-02-2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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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부터 보육과 노인·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더 많은 돈을 낸 이용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 ‘차등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1월 20일 보건복지부는, 앞선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편적 복지로서 사회서비스는 고도화해 성장의 견인차로 활용하라’는 지시의 후속 조치로 ‘사회서비스고도화추진본부’를 설치, 운영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앞서 1월 9일 복지부는 윤 대통령에 보고한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때 본인부담금을 차등화하고 가격탄력제를 도입하는 ‘사회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3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서비스 ‘차등화’가 어떻게 ‘고도화’인지도 의문이지만, 말이 ‘차등화’지 드러내 놓고 서비스를 ‘차별’하겠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복지부가 내놓은 ‘사회서비스 고도화’ 방향은 각종 사회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층을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넓혀 수요에 걸맞은 ‘고품질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고품질 서비스의 예로 놀이교육과 예체능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한 ‘융합형 돌봄 모형’을 들었다. 교육, 일자리, 문화 등의 영역으로 서비스 대상을 넓히고, 취약층이던 사회서비스 대상을 중산층까지 넓혀 본인부담을 차등화하고 가격탄력제 등을 도입해 가격 규제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품질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매기겠다는 것. 복지부가 말하는 차등화 방안은 한마디로, 보육과 노인·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에서 더 많은 돈을 내면 더 좋은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사회서비스 고도화’란 ‘서비스 질 제고’가 아닌 사회서비스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돌봄 민영화’를 하겠다는 속내가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복지부 업무보고 당시 마무리 발언에서 “보편적 복지로서 사회서비스는 고도화하고 산업화해 성장의 견인차로 활용해야 한다.”며 “특히 돌봄은 사회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분야로, 복지를 돈을 쓰는 문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민간과 기업’을 참여시켜 준시장화해 어떻게 잘 관리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었다. 한마디로 ‘돌봄 민영화’ 방안을 관계부처에 지시한 셈이다. 복지부에서 현장 공무원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중첩 복지’와 전달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정부의 ‘복지 축소’ 지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산층은 취약계층보다 본인부담금을 더 낸 만큼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지만, 중산층에 사회서비스를 개방한다고 해서 전체 돌봄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학계의 지적을 외면해선 안 된다. 민간 기관이 고소득층 위주로 수요자를 ‘선별’하면서 저소득 수요자의 서비스 질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 공급자로서는 가급적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를 고르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결국. 돈 있는 사람은 좋은 서비스를 받고 돈 없는 취약계층은 질 낮은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차별화가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 고도화’인 셈이다. 정말로 돌봄의 질을 높이고 사회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싶다면 국가의 공적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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