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 회원국들의 “한국, 인권개선” 권고 묵살 말아야
상태바
[사설]유엔 회원국들의 “한국, 인권개선” 권고 묵살 말아야
  • 편집부
  • 승인 2023.02.08 10:11
  • 수정 2023-02-08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엔 회원국들은 4년 반 만에 한국 인권상황을 점검한 자리에서 그간의 제도적 성과를 환영하면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사형제 폐지’ 등의 해결에 더욱 노력할 것을 한국 정부에 주문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1월 27일 자 ‘제4차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심의 참가’ 제하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별 정례인권검토’에 참석한 사실을 알리면서 회원국들의 개선 권고 내용은 두루뭉술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이 그동안 다양한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는 등, 지난 제3차 국가별 정례인권검토 심의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는 사실만 부각시켰다. 정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유엔 회원국들의 권고를 조속히 이행하기 바란다.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1월 26일(현지시간) 열린 한국 정부에 대한 ‘국가별 정례인권검토’ 절차는 사전에 발언을 신청한 95개 회원국들이 한국의 인권상황을 평가하고 개선점 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가별 정례인권검토’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자국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동료 회원국들로부터 심의받는 제도로 2008년부터 시행돼 4년 반마다 개최된다. 법무부는 “다수 국가에서 강제실종방지협약 가입,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가입, 인신매매방지법 제정, 대체복무제 도입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다.”고 밝혔다. 시간을 끌다가 마지못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등이 작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례를 들어 한국 인권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유엔 회원국들이 촉구한 주문에 대해서는 “사형제 폐지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북한이탈주민 인권, 여성가족부 조직 개편, 미가입 국제인권조약 비준 등을 포함하여, 여성·아동·노인·장애인·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와 관련하여 참여국들이 제기한 각종 의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과 입장을 밝혔다.”고만 적시해 ‘주문’ 사실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독일과 벨기에, 핀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 대표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지만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이런 사실을 쏙 뺀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꾸준히 입법이 추진돼왔지만 번번이 법안 처리가 좌절됐다. 법무부가 이런 사실을 덮는다고 세계가 눈감아주는 것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7월 국내 461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제4차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심의를 앞두고 68개 인권 주제를 NGO보고서에 담아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했었다. 이들 단체는 NGO보고서를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치료감호소 수용자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의료급여 문제,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 예산과 최저임금도 적용받지 못하는 장애인 노동 현실 등을 다루고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여기에 ‘소외된 소수자에 대한 인권 개선’도 촉구했다. 그동안 국내 시민사회단체가 한국 정부에 끊임없이 개선을 요구해왔던 사안들이다. 오죽했으면 이 같은 국내 문제를 국제기구에 호소했겠는가. 정부가 더이상 덮어 넘길 사안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