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소개]지적장애에 대한 편견은 어디에서 왔나? 『백치라 불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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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소개]지적장애에 대한 편견은 어디에서 왔나? 『백치라 불린 사람들』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01.25 11:10
  • 수정 2023.01.25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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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사이먼 재럿
옮긴이: 최이현
펴낸곳: 생각이음
펴낸날: 2022년 12월 30일

T4. 나치 독일이 자행한 장애인 학살의 작전명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나치가 세상에서 멸절해야 할 ‘부적격자’에는 장애인과 정신질환자도 들어 있었다. 이 같은 나치의 악행을 뒷받침한 것은 당시 유행했던 우생학, 진화심리학, 인종주의 같은 터무니없는 ‘과학’이었다.

『백치라 불린 사람들』은 20세기 초 장애인, 특히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 어처구니없는 선입견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부제는 ‘지능과 관념·법·분화·인종 담론이 미친 장애의 역사’다. 영국 런던대학 버크백칼리지에서 학습장애(현재 학술적 용어로는 지적장애), 지능 및 의식의 역사, 소속감, 시민권, 수용을 주제로 글을 쓰는 역사가이자 학자인 저자 사이먼 재럿이 방대한 자료를 모아 쓴 지적장애에 대한 역사서다.

19세기 이른바 ‘대감호의 시대’(지적장애인들을 외딴 시설에 강제로 수용하던 19세기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가 시작되기 전 영국의 지적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런 그들이 왜 강제로, 그것도 외딴 시설에 수용되어야 했는지를 이 책은 집요하면서도 흥미롭게 추적하고 있다.

먼저 일상 속의 재판 기록과 속어, 유머, 소설, 시, 풍자만화, 회화, 기행문학 같은 대중적인 창작물에서 지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찾아낸다. 그리고 당시 서구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제국주의와 계몽주의, 우생학, 진화심리학, 도덕성 운동, 공리주의 같은 사상 및 인종주의가 지능과 지적장애에 대해 어떤 잘못된 관념 및 사고방식을 심어줬는지 깊숙이 파고든다. 여기에는 장애인에 대한 나치의 집단 학살 사건 뒤에 숨겨진 놀라운 이야기도 들어 있다. 비록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지적장애 역사지만 지적장애에 대한 편견과 어리석은 정책들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제목에서 ‘백치’라고 번역된 영어의 원문은 ‘idiots’다. ‘백치’는 과거 한국사회에서 지적장애인을 가리키는 용어다. 지적장애인을 가리키는 용어는 시대와 사회(국가)에 따라 바뀌고 심지어 조롱 섞인 욕설로까지 변질되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비역사주의’를 피하고 중요한 역사적 진실을 포착하고자 당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저자의 의도에 따라 과거 서구사회에서 지적장애인을 지칭했던 ‘idiots’를 ‘백치’로 번역했다고 번역자 최이현은 밝히고 있다.

용어야 어떻든 문제는 지적장애에 대한 편견이다. 그리고 그 편견을 깨고 함께 더불어 사는 통합사회를 이루는 일이다. 이 책은 모든 구성원이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교훈을 던진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쉬운 문장, 이해를 돕는 많은 삽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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