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 정서 스펙트럼이 활용되고 존중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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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 정서 스펙트럼이 활용되고 존중된다면?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1.19 10:32
  • 수정 2023.01.19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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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교직생활을 한 사람들을 만나 보면, 초등학교에서 남을 밀치거나 때리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걱정을 많이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기 느낌을 알리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쉽게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란 연구결과들도 있다.

영유아의 사회정서발달과 교육방법에 대한 연구들을 검토해 보면,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연구결과들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웃으면서 뛰는구나. 재미있니? 흥분한 것 같구나.” “네가 그것을 못 해 아직 속상한가 보구나.”와 같이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상황과 행동에 따라 관찰되는 정서에 대한 어휘를 알려주어 배우게 하면 아이는 자신의 정서를 말로 나타낼 수 있음을 배우고, 자신의 정서와 관련된 상황을 이해할 능력을 학습해간다는 것이다. 아이가 자신이 화가 났음을 “나 화났어.”라고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 자기 느낌을 알리려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은 어휘를 배우기 어려운 상태의 장애아에게도 발달할 수 있다. 불안장애, 기분장애 등의 정서장애나 자폐 등에서는 감정 표현력을 키워주는 것이 치료의 수단 또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의사소통 장애를 가진 경우라면 말의 대체 보완 수단으로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더 잘 개발해주어야 한다고 특수교육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이에게 정서 표현을 잘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우선 가르치는 어른들이 자신의 ㅈ어서를 표현하는 다양한 어휘를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정서를 표현하는 다양한 어휘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아래와 같은 ‘정서 스펙트럼’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이는 또한 자신의 정서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차는 데도 도움이 된다.

칼라트(Kalat)라는 정서심리학자가 알려준 정서의 다양한 스펙트럼 표현들을 소개한다. 먼저 좌절과 관련된 정서의 스펙트럼을 보자. ‘좌절된-짜증난-괴로운-화난-긴장된-두려워하는-놀란-각성된’의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다음에 나오는 항목은 비참함으로 연결된 정서 스펙트럼이다. ‘비참한-우울한-울적한-지루한-축 처진-지친-졸린’으로 이루지는데, 각성과 졸림도 정서 표현에 들어간 것이 정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 기여 사항으로 평가된다. 다음은 행복과 관련된 정서 스펙트럼이다. ‘행복한-기분 좋은-즐거운-기쁜-놀란-흥분된-이완된-마음이 편한-조용한-평온한-만족한-흡족한”이다.

자신의 기분을 이렇게 다양하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는가? 아니면 뭔가 느끼지만 상태를 묘사할 말을 모르고 지나가는 편인가? 정서심리학이란 분야에서는 성인도 유아처럼 정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대처에 더 낫다고 조언한다.

한편,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 부부싸움 해결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으로 소개된 내용에서도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게 제안됐다. 부부 갈등을 푸는 대화 방법의 1단계가 ‘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신의 핵심 감정을 알아내기’였다. 이를 위해 자기감정을 이야기하고, 상대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반응해주고, 상대가 자기감정을 이야기하면 본인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권고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쉽게도 이런 대화가 쉽지 않다. 그 이유에 부부들에 따라 각양각색이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방치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을까.

이상에서 소개한 교육과학은 바람직한 관계를 어린 시절부터 키워나가는 문화를 만들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정서를 표현’하는 말을 알려주는 정서 스펙트럼의 표현 교육과, 그 표현을 들을 때 존중하고 배려하는 습관의 힘,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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