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우리는 신호등을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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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우리는 신호등을 닮았습니다
  • 편집부
  • 승인 2023.01.19 10:25
  • 수정 2023.01.19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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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_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

안녕하세요?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 박정규 사회복지사입니다. 저는 여러분들께 저의 여러 가지 담당 업무 중 하나인 시각장애인 밴드교실(소리여행)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2021년 10월 들뜬 마음으로 복지관에 신규 입사를 하게 된 제가 처음으로 하게 된 일이 바로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밴드 합주 프로그램을 기획한 일입니다. 밴드 합주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에게는 여가 활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공연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복지관을 홍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불어 장애인식개선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감히 세 마리나 되는 토끼를 사냥하기 위해 길을 나서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기관에서도 저의 기획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셨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2022년 3월, ‘소리여행’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희 밴드가 결성되었어요. 어색했던 우리의 첫 만남을 밴드 친구들도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요? 각자 하는 일도, 하는 생각도, 좋아하는 음악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한 팀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이고 새로운 도전이겠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어요.

대학생, 특수학교 교사, 공무원, 골볼 국가대표 선수,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전문 음악인까지…. 이렇게 너무 다른 우리는 매주 한 번씩 만나 같은 소리를 만들어보자는 약속을 지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부족하게나마 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에 입상할 수 있었고, 복지관 행사의 오프닝을 멋지게 장식하기도 했으며, 많은 관객들이 모인 무대에도 오를 수 있었어요. 연말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지인들을 위해 우리들이 준비한 작은 공연을 멋지게 해냈을 때에는 꼭 팝콘이나 뻥튀기처럼 기쁨과 행복이 두 배쯤 커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성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루어낸 성과들이 얼떨떨하지만, 소리여행 맴버들과 지도해주신 강사님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는 신호등을 닮았습니다. 누군가는 사람을 건너게 하는 초록불이고, 누군가는 자동차들을 지나가게 하는 빨간불이고, 또 누군가는 잠시 멈춰 서서 기다릴지, 주저 없이 지나갈지를 결정하게 해주는 노란불입니다.

어느 한 사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같은 모습을 한 사람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같은 꿈을 꿉니다. 소리를 통해 다른 이들이 많은 것들을 경험해볼 수 있기를, 건반과 기타, 드럼과 베이스가 합쳐진 또 다른 세계를 우리와 함께 여행할 수 있기를….

우리는 소리로 세상을 보지 않습니다. 보는 것만 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기도, 만져보기도 합니다. 소리를 통한 우리의 여행이 길을 잃은 누군가에게 멋진 꿈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길고 긴 여행을 손 꼭 잡고 함께 걸어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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