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돌봄 준시장화’, 복지 공공성 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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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대통령 ‘돌봄 준시장화’, 복지 공공성 포기인가
  • 편집부
  • 승인 2023.01.19 10:10
  • 수정 2023.01.19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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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보건복지부(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돌봄서비스에 민간과 기업을 참여시키는 ‘준시장화’를 지시해 논란이다. 윤 대통령은 1월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2023년 업무보고를 받고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 사회서비스 중에 제일 중요한 게 이제 돌봄”이라며, “돌봄을 어디서 잘해주고 어디는 뭐 좀 서비스가 떨어진다 그러면~ 손님이 많이 몰려서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이게 ‘준시장적’인 경쟁 시스템”이라면서 정책 반영을 지시했다. 돌봄에 민간 참여를 늘리겠다는 것. 돌봄의 시장화는 소득에 따라 돌봄서비스 질 격차를 더 벌릴 것은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돌봄 문제를 민간에 떠넘긴 상황에서 대통령의 ‘돌봄 양극화’를 부추기는 발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돌봄에 ‘준시장적인 경쟁 시스템’이 들어가면 “거기서 과학화되고 많은 테크놀로지가 들어가서 경쟁력을 또 향상시키고 사회서비스가 고도화될 것”이라면서 “이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도 높이면서 결국 이것이 우리의 성장을 견인해나가고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핵심은 “그래서 복지라는 문제를 그냥 재정으로 돈 쓰는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돈을 쓰더라도 이거를 민간하고 기업을 끌어들여서 또는 뭐 ‘준시장적’으로 이걸 어떻게 잘 관리를 할 거냐 이런 걸 생각해 봐야” 된다는 지시에 있다. 말로는 “‘약자복지’라고 하는 것은 ‘정치복지’에 대응되는, 정말 어려운 국민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마저 시장경제에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노인장기요양 돌봄서비스만 보더라도, 윤 대통령이 언급한 시장 경쟁을 통해 서비스가 고도화돼 생산성이 높아지리라는 건 탁상공론일 뿐임을 알 수 있다. 2022년 8월 말 기준 전국 장기요양기관 2만7065곳 중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기관은 252곳으로 0.93%뿐, 99% 이상 민간이 운영하고 있다. 공립시설 역시 실제 운영은 민간 위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8만5293개소가 문을 닫았다. 2017년~2021년 연평균 5707개소가 개업하고 3995개소가 폐업했다. 민간기관은 수익을 위해 개업했다가 기대에 못 미치면 바로 폐업하는 것.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서비스 이용자에게 돌아가다 보니 안심할 수 있는 국공립요양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는 이미 고령사회에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 증가, 장애인 탈시설 등으로 개인이 돌봄을 감당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동안 국가의 책임을 떠넘기는 사회서비스 민영화 정책으로 돌봄은 시장화된 지 오래다. 결국, 민간에 떠넘긴 돌봄 문제는 사회적 약자를 시장으로 내몰고, 노동자들을 고용 불안과 열악한 처우의 악순환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노동조건에서 질 좋은 돌봄서비스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민간주도로 사회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돌봄조차 민간자본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복지서비스 시장화가 약자와 취약계층의 복지 소외로 이어지리라는 건 불을 보듯 자명하다. 국가가 복지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은 곧 국가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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