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 전략적인 장애인복지의 실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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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칼럼] 전략적인 장애인복지의 실현이 필요하다
  • 편집부
  • 승인 2023.01.09 11:05
  • 수정 2023-01-0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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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호_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애인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토끼해를 맞아 토끼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시는 것처럼 토끼는 귀가 크고 온순한 동물입니다. 귀가 크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들을 수 있고 온순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습니다. 어쩌다가 재수가 없어 내리막길에 내몰리면 봉변을 당할 수밖에 없는 정말 약한 동물이죠. 장애인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토끼로부터 많은 지혜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토끼는 자기의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올지 모르기 때문에 굴을 세 개를 판다고 합니다. 또한 이 굴 가운데 어떤 굴로 나올지도 유심히 살펴보고 나오는 조심성 많고 지혜로운 동물입니다. 장애인 복지도 토끼의 지혜를 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 복지의 커다란 화두로 사회통합과 탈시설을 내세운 지 수년이 지났습니다. 탈시설의 이념에 따라서 장애인생활시설에 있던 분들이 지역사회로 나오기도 하고, 지역사회 내에 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와 같은 새로운 시설들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지역사회 내 장애인들의 생활을 지원해 주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들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탈시설화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입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케어는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활시설에서 전문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받던 것과는 달리 지역사회 내에서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면서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지역사회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의 협력 특히 지역사회 내의 서비스 제공 역량과 노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커뮤니티 케어의 특성입니다. 그러나 지역마다 서비스 제공 여건이 다르고 장애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온전한 삶을 유지하기에는 많은 장애요인이 남아있어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일들이 자꾸 일어납니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도 탈시설화의 연장선에서 나타난 장애인의 요구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요구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며 사회적 갈등으로 비춰지는 듯해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위해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면서 나타나는 욕구를 표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시민이 된 장애인의 욕구표출 방식과 이에 대응하는 지역사회의 대응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 복지의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해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사회통합을 위한 지역사회 내의 장애인들의 삶을 보장하고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지역사회 생활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투자해야 될 비용이 적지 않음도 인식해야 합니다.

장애인계가 요구하고 있는 시설투자와 서비스 비용이 현재의 수준에 비해 수십 배에 달하고 이를 정부가 일시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부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그들의 욕구를 표출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해 지역사회 내 갈등을 최소화시켜야 할 것이며,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할 방안도 마련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지역사회와 정부가 장애인들이 그들의 욕구를 표출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장애인도 자신의 욕구를 표출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다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가 토끼의 해인 만큼 이제 장애인들이 자신의 욕구 표출과 정책 요구를 함에 있어 조금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전략적인 장애인 복지 욕구의 표출은 다름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가 보다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요구 차원에 머무른 지금까지의 방식을 넘어 이제 좀 더 한 단계 수준 높은 대응방식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장연의 시위에 서울시는 무관용의 방식을 택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장애인 복지정책이 관용에 의해서 나온 것은 아니겠지요. 이제 새로운 관점에서 사회통합을 일구어 나아가야겠습니다.

이 시점에 사회통합의 정책 방향에 대응하는 장애인들의 정책 대응이 ‘역사회통합의 관점’에서 전개되었으면 합니다. ‘역사회통합’ 이론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사회통합을 이루려는 것으로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의미를 지역사회에 내보여준다고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회복지의 대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어떤 의미와 역할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사회통합의 관점을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논의했다고 한다면 올해부터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사회통합을 어떻게 이루어 갈 것인가, 어떻게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고 또 새로운 대안을 개발하고, 그것을 지역사회에 요구하고 함께 실천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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