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CRPD 선택의정서’ 실효성 위한 조속한 후속 조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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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CRPD 선택의정서’ 실효성 위한 조속한 후속 조치를
  • 편집부
  • 승인 2022.12.15 11:19
  • 수정 2022-12-15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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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선택의정서가 지난 12월 8일 국회에서 비준됐다. 한국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한 지 14년 만이다. 선택의정서는 장애인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국내에서 구제절차가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청구할 수 있는 ‘개인진정제도’와 중대하고 체계적인 당사국의 협약 위반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가 발견될 경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당사국을 조사할 수 있는 ‘직권조사’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한 선택의정서 가입 동의안은 정부가 유엔에 보내 선택의정서 가입이 완료되면 내년 초 발효된다. 한국은 102번째 CRPD 선택의정서 가입국이 된다. 늦게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선택의정서 비준에 대한 실효성 강화를 위해 조속한 후속 조치를 바란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2006년 12월 유엔총회에서 회원국 192개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제인권조약으로서 장애인의 권리보장에 관한 내용으로, 전문과 본문 50개 조항 및 선택의정서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에선 2008년 12월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2009년 1월 발효됐다. 헌법에 따라 체결된 조약으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내 제도적 준비 및 여러 가지 여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14년째 선택의정서 비준을 미뤄왔다. 그러나 진짜 유보 속내는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 위원회의 국가 조사권을 인정한다는 것에 정부의 부담이 컸던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법과 충돌되는 조항으로 인한 혼란을 우려한 것이다.

그동안 장애계가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고 나섰던 이유는 국내법으론 권리구제가 어려워 국제법에 호소해 보겠다는 절박함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에 대한 차별시정기구와 구제수단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 및 직권조사, 법무부 장관에 의한 시정명령을 제시하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인권위에는 2020년까지 13년 동안 총 1만5232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하지만, 2020년 인권위의 장애인차별 진정사건 1,350건 중 진정 인용은 203건(약 15%)에 불과했다. 미인용이 1,141건(84.5%)으로 대부분이며 조사 중지가 5건(0.5%)이다. 반면, 차별구제청구소송은 2021년까지 고작 28건에 그쳤다. 국내에서 장애인차별 구제문제는 제도적인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장애인권리구제를 위한 선택의정서가 비준됐다고 해서 장애인들의 인권과 권리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의정서 비준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여러 후속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권고해도 국가가 이를 무시하면 그만이다. 당사국의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진정과 직권조사의 실효성 보장을 위해서는 선택의정서를 포함한 전담기구가 정부 내 설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장애인의 개인진정을 돕는 지원책도 필요하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장애인차별 시정 권고를 이행할 구속력이 있는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인식변화와 이를 이행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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