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 통합고용으로의 이동을 위한 미국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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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 통합고용으로의 이동을 위한 미국의 노력
  • 편집부
  • 승인 2022.11.30 12:58
  • 수정 2022-11-3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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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정책연구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으로서 사용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직업재활시설에서 보호를 받으며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중증의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들이다.

미국도 각 주(State)의 성격에 따라 결정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1938년 공정근로기준법(FLSA:Fair Labor Standards Act) 제정으로 최저임금법에 대한 기준을 통해 시간제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17조와 같은 맥락으로 14(c)조항을 두어 최저임금(Sub-Minimum)을 줄 수 있다.

미국은 1992년 재활법(Rehablitaton Act, 1992) 개정과 함께 작업활동센터를 제외한 모든 작업장이 지역사회재활프로그램(Community Rehabilitation Program, CRP)으로 통합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호작업장, 지역사회 활동, 지역사회 재활 프로그램(Community Rehabilitation Program)등의 용어로 운영 중에 있으며, 근로자의 약 93%가 적용 제외를 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받는 장애인들을 지역사회 고용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계속 있어 왔으나 실제로 보호작업장에서 일반고용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고작 5%에 불과하다. 그러나 확실한 장애인고용정책의 방향은 14(c)조항을 폐지하여 지역사회로의 경쟁적인 통합고용(competitive Integrated Employment, CIE)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각 주(state)에서 장애인의 최저임금을 제한하는 법을 마련하고 통과시키는 등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특히, 2014년 WIOA(Workforce Innovation and Opportunity Act, 인력혁신기회법) 제정을 시작으로 24세 이하 중증장애인 근로자가 최저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고용될 경우, 경쟁적 통합 고용(CIE)으로의 원활한 전환을 위한 여러 절차를 따라야 하는 등 장애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 후반부터 보호고용에서 경쟁적 통합고용을 목표로 하는 지원고용 등의 도입을 통해 보호고용에서 지역사회 기반 고용 전환을 위한 노력을 해 오고 있다. 그 첫 시작은 버몬트주(State of Vermont)의 보호작업장 폐쇄를 들 수 있다. 버몬트는 미국 북동부의 작은 시골 주이며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적다. 버몬트주의 모토인 ‘자유와 통합(Freedom and Unity)’은 개인의 자유와 개별 시민의 독립, 더 큰 공동체의 공동선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문화로 적절히 설명된다.

버몬트는 사회 정치 및 사회적 책임에서 진보적인 주로 유명하다. 또한 지역사회 기반 고용서비스를 구현하고, 주립 기관을 폐쇄하며, 지적 및 발달장애(ID/DD)를 가진 장애인을 위한 보호고용을 종료한 최초의 주 중 하나이다.

장애인들이 보호작업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1980년 지원고용 시범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버몬트주의 대학교 및 주요 관계자들은 장애인들이 분리되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같이 지역사회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가치와 신념에 의해 주도되었다.

발달장애서비스국(DDSD: Developmental Disabilities Services Division)은 취업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전시들과 직업재활국(Division of Vocational Rehabilitation, DVR) 등과의 협업을 통하여 1980년 초반 버몬트주(state)의 발달장애인을 비장애인들과 함께 경쟁적 통합 고용시장(CIE)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지원고용을 통하여 추구했던 것은 발달장애인에게 개별화된 맞춤 지원과 적합한 직업매칭을 통하여 노동시장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982년 버몬트 지역사회의 많은 파트너들(DDSD, DVR, the University of Vermont, and many community partners)은 기존의 보호고용에서 지원고용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시작하는 활동들에 참여했고 이는 버몬트대학의 수산 하사지(Dr. Susan Hasazi) 교수가 진두지휘했다.

프로젝트 전환(Project Transition)이라는 지원고용 시범사업은 버몬트주 바레(Barre)의 보호작업장에서 시작되었다. 보호작업장에서는 시범사업 참여자를 모집했고 시설의 직원들은 에이전시 소속 잡코치의 지원과 훈련을 통해 근로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 고용을 위해 노력했다. 프로젝트 전환은 시설에서 지역사회 고용으로 약 70명을 성공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3~4년이 걸렸다. 이 시범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주(state) 전역으로 유사 사례가 만들어졌다. 지원고용의 효과를 확인한 이후 지적/발달장애인의 통합고용이 꾸준히 증가했다. 보호작업장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다른 지역사회서비스에 참여하면서 점자 폐쇄되었다. 2002년 버몬트는 지적발달장애인이 일하고 있는 보호작업장을 폐쇄하여 보호작업장이 존재하지 않는 최초의 주(state)가 되었다.

이 결과 버몬트주의 지역사회에서는 그동안 통합고용이 힘들다고 생각되었던 장애인들을 고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도입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들은 큰 성과들로 이어졌고, 2015년 버몬트의 발달장애인 중 47퍼센트가 일을 한다는 통계가 발표되었으며, 개별적인 지원고용(Supported Employment)을 통하여 매우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높은 버몬트의 고용률은 미국의 법무부가 보호작업장이 아닌 경쟁고용을 지원 할 수 있는 사례로 활용되었다.

버몬트주(state)의 지원고용 프로그램은 장애인의 자영업을 포함하여 경쟁고용에 접근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전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능력에 맞는 적절한 서비스만 제공된다면 모든 사람들은 고용이 가능하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장애 중심의 계획, 창의적인 직업개발, 의미 있는 직업 매칭, 체계적인 교육, 보조공학 및 자연스러운 지원 등이 장애인의 노동력에 완전히 통합되도록 활용된다. 버몬트주는 보호고용에서 멀어지면서 개별화된 지역사회의 통합고용에만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버몬트의 결정과 실행들이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들로 인해 장애 당사자들도 힘들어하고 지역사회에서도 이들을 다 고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많은 사업체에서 여전히 지원고용과, 이를 지원하는 직무지도원(Job coach)에 대한 믿음이 완전하지 않으며,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이 홀로 고용현장에서 일을 하며 더욱더 사회와 분리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들에도 불구하고 버몬트주의 발달장애인들의 경험을 빌려 말하자면 많은 고용주들이 생각보다 지원고용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장애인들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지역사회에서도 아무런 서비스를 지원할 수 없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원고용 전문가인 대일 델리오(Dale Delio)는 계속해서 취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는 근거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경쟁 통합고용 환경에서 지원고용서비스를 받는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이 잘 매치되는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보호작업장을 모두 닫았던 버몬트주(state)는 이를 실천하려는 다른 주의 본보기로 작용하였고, 전국장애인협회(The National Council on Disability, NCD)는 2012년 버몬트주(state)를 방문하여 대통령, 의회, 법무부 차원에서 경쟁적 통합고용으로의 이동을 위한 제도설계 및 입법활동에 필요한 사항을 조사해 갔다. 2012년 버몬트주에 방문하여 오바마 대통령, 의회, 그리고 법무부에게 권고할 수 있는 사항들을 조사해 갔으며, 로드아일랜드주(sate)는 버몬트팀을 초대하여 그들의 고용서비스들을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였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장애인 관련 서비스 기관인 싱가포르 이네이블(SG Enable)에서도 버몬트의 이러한 사례에 대해 자문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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