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시]당돌, 발랄, 탈고정관념의 휠체어 세계_나만의 휠체어 전시 ‘휠마이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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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전시]당돌, 발랄, 탈고정관념의 휠체어 세계_나만의 휠체어 전시 ‘휠마이리듬’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2.11.18 10:24
  • 수정 2022.11.18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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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기자가 만난 사람’의 구르님 김지우가 전시회를 열었다. 자신이 기획하고 친구 2인과 함께 꾸린 ‘팀 개굴’과 함께 진행한 ‘이달에 휠체어’의 1년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그간의 노하우를 살려 장애어린이들과 함께한 ‘휠체어 위의 우리들’까지 망라한 휠 꾸미기 전시회 '휠마이리듬(Wheel My Rhythm)'이다.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서울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층 이음갤러리에서 열린 전시를 지면으로 만나본다.

전시회 오픈 일인 11월 11일 오후 4시 <휠마이리듬> 전시회가 열리는 이음갤러리는 의외로 한가했다. 입구에 몇 개의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고, 리셉션에서는 팀 개굴의 모나(디자이너)와 퐁듀(에디터 및 촬영보조)가 손님을 맞으며 텀블벅 펀딩에 참여해 준 투자자들에게 보낼 선물(리워드)을 포장하고 있었다. 이 전시의 기획자인 구르님은 휠체어를 탄 관람객과 무언가 열심히 대화 중, 일단 인사를 건너뛰고 전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 이 전시회를 기획하고 직접 꾸민 팀 개굴. 기획자 구르님을 중심으로 왼쪽이 디자이너인 모나이고, 오른쪽이 에디터인 퐁듀다. 셋은 친구 사이다. (사진=구르님 제공)

전시장은 입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보고 다시 중앙으로 와 휠 꾸미기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전시가 시작되는 들머리에 두 대의 휠체어가 놓여 있다. 단순 전시용이 아니다. ‘휠 마이 리듬’의 전시물들은 휠체어 이용인(이하 휠체어러)들의 눈높이에 맞게 배치돼 있다. 휠체어는 비장애인과 휠체어 장애인의 눈높이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구르님의 기획 의도에 따라 그 눈높이를 실제로 체험해 보도록 비치해 놓은 것. 원하는 관람객은 누구든지 휠체어를 타고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전시 시작은 ‘이달의 휠체어’들이다. 구르님의 유튜브 채널 ‘굴러라 구르님’을 통해 공개된 ‘이달의 휠체어’ 대표 사진들이 기획 의도 설명과 함께 전시돼 있다. 첫 작품인 10월의 ‘한복과 꽃가마’를 필두로 11개의 ‘이달의 휠체어’ 사진들이 나란히 걸려 있다. 딱 휠체어러들 의 눈높이에 맞게.

‘이달의 휠체어’들을 다 둘러봤다면 더 나가지 말고 ‘뒤로 돌앗!’. 전시공간과 체험공간을 구분 짓는 파티션을 볼 일이다. 다섯 개의 파티션 패널에는 ‘이달의 휠체어’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사진들과 개성 있는 휠체어를 탄생시킨 스포크가드들이 ‘걸려’ 있다. 스포크가드만을 따로 떼어 걸어놓으니 휠체어에 장착돼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감’을 풍긴다. 마치 작은 원반에 그려진 동화 같다고나 할까. 하나하나의 색채와 디자인이 돋보인다.

다음 파트는 ‘휠체어 위의 우리들’을 만날 차례다. ‘휠체어 위의 우리들’은 팀 개굴과 휠체어 전동키트 제작업체인 토도웍스가 함께 진행한 지체장애어린이들의 ‘이달의 휠체어 DIY 클래스’다. 모두 6명의 어린이(청소년)들이 선정돼 직접 자신의 휠체어를 꾸몄다. 그들의 휠체어 사진을 팀 개굴의 팀원들이 직접 패널로 만들어 걸었다. 하나하나에 제작자들의 ‘말’을 담은 안내판도 함께하고 있다.

“제가 상상한 우주로 가드를 꾸미고 우주여행에 신난 제 모습도 들어 있어 뿌듯”하다는 비아, “제가 좋아하는 동물을 바탕으로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가드를 만들었다.”는 올챙이, “북극여우가 오로라 밑을 달리는 모습을 표현”했다는 쫑아리, “한쪽은 제가 좋아하는 판다가, 다른 한쪽은 사촌동생이 좋아하는 여우가 저와 함께 달려가는 느낌으로 작업했다.”는 루돌프, “인스타그램의 감성을 살린 키치한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라는 정원, “봄날의 피크닉을 가는 듯한 느낌의 가드를 만들었”다는 세희까지 6인6색의 휠체어가 세상 당당한 이들의 존재를 대변한다.

1년간 진행된 ‘이달의 휠체어’와 3개월간 진행된 ‘휠체어 위의 우리들’의 전시 비중이 거의 반반인 것은 많은 이들의 동참을 원하는 기획자의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시 관람이 끝났다면 다음은 체험 순서. 체험공간에는 네 명의 관람객들이 열심히 학습지를 꾸미고 있었다. 이 학습지들은 ‘휠체어 위의 우리들’에 사용했던 것들로 직접 꾸민 학습지를 바탕으로 컴퓨터로 휠체어 가드의 규격에 맞게 디자인을 출력하고 다시 휠체어러들이 색을 입히고 스티커를 붙여가면서 휠체어 꾸미기를 완성하는 것이 휠체어 꾸미기의 순서다. 잠시 전시회를 둘러보고 관람객과의 대화를 끝낸 구르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려는 찰라, 몇 명의 관람객들이 잇달아 전시장을 찾았다. 사실 구르님은 기자가 들어선 그 잠시를 제외하고는 줄을 잇는 관람객을 응대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관람객들의 손에는 꽃다발이며, 쿠키, 샌드위치 등 갖가지 선물이 들려 있었다.

구르님을 보자 “와~”하고 탄성을 지른 관람객은 자신을 ‘구르님의 팬’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데, 마침 잠시 귀국한 참에 전시회를 해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다.”는 이도연(27) 씨는 휠체어 체험과 휠 꾸미기 체험까지 맘껏 전시회를 누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달의 휠체어’ 중에서 ‘하이틴 휠체어’(11월의 휠체어)를 가장 좋아한다며 “하이틴 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전시회를 둘러본 관람객들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휠마이리듬> 도록과 열두 달의 휠체어 캘린더, 엽서, 스포크가드 스마트톡, 구르님의 에세이집 등 굿즈들이 전시돼 있는 테이블이다. 안타깝게도 열두 달의 캘린더는 전시 첫날 이미 매진돼버려 현장에서 살 수 없었다.

<휠마이리듬> 전시회는 텀블벅을 통해 소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목표 금액이었던 150만 원의 2.5배가 넘는 401만 원의 펀딩에 성공하기도 했다. 팀 개굴은 펀딩으로 모인 돈으로 스포크가드 20개(사단법인 유쾌한반란챠챠챠 지원)를 만들어 휠체어 꾸미기를 원하는 휠체어러(휠체어 이용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사흘의 전시 기간 동안 이 전시회의 기획자인 구르님은 내내 전시회장을 지키며 관람객들에게 전시 안내를 했다. 사흘 동안 이 전시회에 다녀간 사람은 200여 명으로 추산된다.

▲ 전시장 들머리에는 두 대의 휠체어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관람객을 휠체어를 타고 휠체어러의 눈높이에서 전시를 둘러볼 수 있다.
▲ 전시공간과 체험공간을 구분해 주는 패널. 이달의 휠체어 메이킹 사진과 스포크가드로 꾸며졌다.
▲ 공간을 구분하는 파티션 패널에 전시된 스포크가드(위)와 휠체어에 장착된 스포크가드
▲ 미래에는 장애 여부를 떠나 누구든 사용하는 ‘퍼스널 모빌리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구현한 ‘사이버펑크 휠체어’(1월).(사진=장모리/구르님 제공)
▲ 장애를 향한 원치 않는 불쾌한 시선들을 가드에 그려 넣어 그대로 되돌려주는 전복적인 시도를 한 ‘그라피티와 오토바이 휠체어’(10월)(사진=장모리/구르님 제공
▲ 21세기 산타라면 루돌프가 끄는 구식 썰매가 아닌, 전동 썰매를 타고 다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크리스마스와 전동썰매 휠체어’(12월)(사진=장모리/구르님 제공)
▲ 휠체어 위의 우리들’ 전시 파트. 비아와 올챙이의 작품이 보인다.
▲‘휠체어 위의 우리들’의 주인공들과 작품.(사진=송강효진/도록)
▲ 전시장 중앙에 배치돼 있는 체험공간. 휠체어 꾸미기 학습지며 각종 스티커, 색연필 등이 비치돼있어 직접 휠꾸미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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